최근 주가 하락 지속, 주요 임원 자사주 매입 적극 나서
스마트폰 사업 적자...소비자가전 사업 부진 속, ‘건조기 이슈’도 현재진행형
증권가 "건조기 논란 주가에 미치는 영향 적다" vs 일부 소비자 "여전히 불만"
교환 및 환불 요구 거센 가운데 LG전자 향후 행보에 관심 주목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LG전자 건조기와 삼성전자 건조기들.(사진=소비자경제)
지난 8월 초, 서울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LG전자 건조기와 삼성전자 건조기 모습. LG전자는 논란이 된 건조기 145만대를 전량 무상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치에 대한 업계 평가는 서로 엇갈리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최근 LG전자 주가 하락세가 이어졌다.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아직 눈에 띄는 반전은 없다. 상반기 실적에 대해 여러 평가가 오가는 가운데, 지난 두 달간 불거졌던 건조기 이슈가 LG전자의 주가와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LG전자의 주가 흐름을 보자. LG전자 주가는 지난달 초부터 한달여간 6만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지난 6월 12일 기준 장중 최고가 8만 3400원을 찍었던 기세가 크게 꺾인 모양새다.

7월 초 5만원대 후반으로 떨어진 후 하락세는 방어했지만 그 이후 눈에 띄는 상승세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LG전자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 행보에 나서면서 시장과 전자 업계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 ‘주가 하락 막아라’ 주요 임원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통상적으로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주가 부양 목적인 경우가 많다. 회사를 앞서 이끄는 임원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실적 개선 요소가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어 주가 부양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LG전자 임원들은 지난달 이후 공격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아직 반등세는 기록하지 못했다. LG전자 주식은 9월 6일 오전 10시 현재 6만 2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김상영 LG전자 전무를 시작으로 한 달 동안 박일평 사장, 홍순국 사장, 송대현 사장 등 모두 10명의 임원들이 LG전자 자사주를 매입했다. 8월 29일에는 LG전자의 가전과 스마트폰 사업을 총골하는 권봉석 사장도 가세했다. 가전(HE)과 스마트폰(MC)은 LG전자 사업의 양대 기둥이다.

임원들은 대개 1000주 안팎으로 5~6000만원대 사이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하지만 권봉석 사장은 3억 7000만원을 투입해 6180주를 샀다. 책임감이 큰 임원인만큼 자사주 매입 역시 상대적으로 많이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 가전 사업 최근 부진이 실적 악화 원인, 향후 전망은 OK?

최근 시장 상황은 밝은 편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 갈등으로 정면 충돌했고 일본발 수출 규제 이슈등이 겹쳐 전자 업계 업황은 안개정국이다. 업계 다른 주요기업들의 주가 역시 등락을 반복했다. 수출 규제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 회사들도 그랬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LG전자 주식의 하락세는 조금 더 눈에 띄어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고질적인 스마트폰 사업 적자와 평소 실적을 주도했던 TV 등 가전 사업이 최근 부진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전년 동기 보다 15.4% 감소한 65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영업이익 1조 552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7.3% 감소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17분기 연속 영업손실이 이어졌고, T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전망까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교보증권 최보영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혁신가전사업 성장으로 상반기 생활가전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이 세계 1위 가전업체 월풀을 넘어서는 등 성과도 있었다”고 밝혔다. “5G스마트폰 V50의 판매 추세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베트남으로 생산 라인을 이전한 모바일커뮤니케이션 부문의 비용감소 효과가 점차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전망을 밝게 봤다. 아울러 “본격적인 실적 개선 효과는 내년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이종욱 연구원은 “가전사업은 제품 판매에서 렌털 서비스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4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서울 송파구 한국소비자원 서울지원에서 김선환 위해정보국 위해관리팀장이 LG전자 의류 건조기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피해 사례의 사실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류 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미흡해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고, 자동세척에 활용된 응축수가 배출되지 않고 내부에 잔류해 곰팡이 및 악취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소비자원의 시정 권고에 따라 2016년 4월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전부에 대해 기존부품을 개선된 부품으로 교체하는 무상수리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서울 송파구 한국소비자원 서울지원에서 김선환 위해정보국 위해관리팀장이 LG전자 의류 건조기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LG전자는 소비자원 시정 권고에 따라 2016년 4월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전부에 대해 기존부품을 개선된 부품으로 교체하는 무상수리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 논란 된 건조기 전량 무상수리 결정, 수리 조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려

최근 LG전자를 둘러싼 또 하나의 이슈가 있다. 바로 ‘건조기 사태’다. 트롬건조기 자동세척시스템 관련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면서 생긴 이슈다.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고 물기가 남아 냄새가 난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LG전자는 8월 29일 한국소비자원 시정 권고를 받아들여 145만대에 대해 전량 무상수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9월 2일부터는 기존 모델을 단종하고 개선된 모델을 생산하기로 했다.

당시 소보원은 현장점검을 통해 LG전자 건조기에 대해 ‘대형건조기에 먼지 쌓이는 정도 심함’, ‘콘덴서 먼지 축적 방지 장치 미흡’, 그리고 ‘잔존수로 인해 청결상태가 불량하고 인접한 금속부품의 부식 용이’ 등의 조사결과를 내놨다.

소보원은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건조과정 중 내부바닥에 1.6~2리터의 응축수가 모여야 하는데 소량의 의류를 건조할 경우 응축수가 적게 발생하고, ‘침구털기’ 등 건조 이외의 기능을 사용할 때에는 응축수가 발생하지 않아 자동세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상수리 결정 과정과 결과를 두고 여러 얘기가 오간다. 적잖은 비용이 투입되는 전량수리 결정을 내린 것은 ‘고객 중심’ 경영의 일환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교환 및 환불을 원하는데 건조기 사태가 불거진 후 두 달이 지난 후에야 수리 결정을 내린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 증권가 "건조기 논란 주가 영향 적다" & 소비자 "여전히 불만 많다"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불만은 세 가지 지점으로 요약된다. ‘자동으로 세척된다’는 광고를 보고 샀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가 생겼고,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에 LG전자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뒤늦게 대책을 마련했으며, 그 대책 역시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자동세척 기능을 보고 구매했는데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제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항변이다.

LG전자 주가 하락이 건조기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보증권 최보영 연구원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주가 흐름을 판단하려면 실적에 구체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가 중요한데, LG전자가 이미 건조기 관련 대책을 마련해 발표한 만큼 향후 실적에 큰 폭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전체 가전 시장 규모에서 건조기가 차지하는 비율을 감안하면, 해당 이슈가 회사의 주가를 크게 좌우할만한 변수인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LG전자는 의류관리기와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가전 제품군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한화투자증권 김준환 연구원도 “LG전자는 해외로 프리미엄 가전 사업 무대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자동차 부품사업의 중장기 성장성 등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는 오히려 저평가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김준환 연구원 역시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건조기와 주가의 연관성이 높지는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연구원은 “해당 제품이 회사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어느 정도나 주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전제하면서 “제품의 안전성에 관한 문제라면 주가에 크게 반영될 소지가 있는데, 건조기는 앞서 언급한 두가지 부분을 감안하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실제로 건조기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백색가전은 LG라고 믿었는데 그 공식이 깨졌다”며 여전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9월 5일에도 건조기 피해자 모임 사이트에는 “속상하네요. 가전은 LG라고 해서 오븐, 냉장고, 세탁기, TV까지 모두 쓰고 있는데” 라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광화문에서 건조기 환불 요구 집회를 준비하는 등 불만 섞인 목소리를 그치지 않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 없이 고민해 보았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습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건조기 사태에 대한 사후대처는 아쉽다는 평가다. ‘가전제품은 LG’라는 자부심을 유지하려면, 소비자 관련 이슈에 대해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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