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영 기자

[소비자경제=유주영 기자] 지인이 암에 걸렸다. 위암 말기란다. 생떼 같은 자식과 마누라를 두고 암이란다. 

지인은 술도 담배도 않는 건실한 가장이었다. 이유도 모르고 바짝바짝 말라가던 어느 날, 암 선고를 받고 아내와 얼싸안고 한참을 울었단다. 그래, 이제 울었으니 됐다. 

어쨌든 살 길을 도모해 봐야지 않겠나. 그는 그 흔한 사보험 하나 들어 놓지 않았다. 병이 깊어 미국서 항암제를 공수해 와야 한다는 그 병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터. 

아, 그러나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얼마 전 대통령께서 한 대학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새로운 의료정책을 발표하시지 않았는가. 

당장 옆 건물 건강보험공단으로 달려가 본다. “친구가 암입니다. 대통령께서 문재인 케어를 발표하셨는데 도움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상담하는 분은 생뚱맞아하는 표정이다. “문재인케어요?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위에서 내놓은 정책이지요. 친구가 암이라면 위에 가셔서 재난적 의료비 상담을 받아보세요.” 

실손보험 가입까지도 깨야하나 말아야하나 온 국민을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던 ‘문재인 케어’가 실행 기관에서는 요원한 일이라니. 답답한 일이었다. 언론과 인터넷만 들떠있었던가. 그래도 그것마저도 발표되지 않았다면 건강보험공단 문을 두드리지 못했을 터이다. 

친구가 암이라는 말에 ‘재난적 의료비’에 대해 상담해주는 담당 차장은 친절하게 응대한다. 재난적 의료비는 저소득층에 한해 입원부터 퇴원까지 60일이 이내일 때 200만원이 넘게 환자가 부담하는 경우 공단에서 부담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항암치료를 받으면 입원을 하지 않아도 보장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것도 보험료 납부 정도를 보아 저소득층인 경우에 한해서다. 이 모든 보장은 문재인 케어 등 새 정책 이전부터 마련돼 있었다. 이 외에도 거주지 구청에서도 소득수준을 보고 지원금이 나온다고 했다. 어느 정도 궁금증은 풀렸다. 

그렇다면 문재인 케어는요? 김 모 차장은 허허 웃는다. “여기는 정부의 가장 하급 기관입니다. 보건복지부의 가장 마지막 정책을 실현하는 곳이지요. 복지부에서 아직 실행도 안한 것을 여기서 알 수는 없습니다. 내년이 될지, 후년이 될지요.”

복지부에 전화를 걸어본다. 한참 만에 담당 사무관과 연결된다. 문재인 케어 때문에 암 환자 보장이 늘어나는 것은 없냐는 질문에 조 모 사무관은 “기본적으로 질환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질환을 다 해소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은 없다) 굳이 찾자면 약제 선별이 보험 적용되어 들어가는 것이 해당될 수 있다. 암은 이미 4대 중증질환으로 들어와 있고 산정특례에 해당되고, 새 정책에서 모든 질환 안에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병이 깊어 미국에서 수입한 항암제를 써야만 한다는 지인. 다른 사무관은 해외에서 수입한 약제가 식약처에 허가를 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될 것이라는 답을 했다. 
‘문재인 케어’를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짧은 모험은 여기까지다. 

지인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을 것이다. 웬만한 직장에 다녀 저소득층에 해당되지도 않을테고, 보험이 되지도 않는 수입 약제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에 희망을 걸었던 짧은 며칠. 기분이 좋았다. 다시 지인은 길고 긴 병마와의 싸움으로 돌아가야 하고, 경제적, 육체적 고통에 직면하겠지만 새 정부가 마련한 모든 국민이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롭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는 암은 물론 다른 병에도 재난적 의료비의 범위가 확대된다고 하니, 우리 모두에게도 의료비 고민은 닥칠 일인지도 모른다. 부디 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이 5년 단발로 끝나지 않고 100세를 살아갈 전국민에게 끝까지 혜택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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