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규제 불구 센터 중심 매출 성장 점 긍정적
다음 분기 가이던스 미국의 수출 규제 영향 반영

한화투자증권이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사진=한화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이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사진=한화투자증권]

[소비자경제=김연주 기자] 한화투자증권이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했지만 주가는 2.46% 하락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한 데이터 센터 매출 훼손을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3일 레포트를 내고 “다음 분기 전망에 중국 및 수출 통제국들의 매출을 아주 보수적으로 적용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데이터센터 매출 확대를 예상했다는 점은 매우 강력한 AI 제품 수요를 의미한다”면서 “국가 및 기업들의 AI 개발 열풍으로 판매량이 늘어나고 고성능 신제품 덕분에 판가가 올라가 이익도 좋아지는 이상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엔비디아 3분기 실적은 매출액 181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205.5%), EBIT 116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652.4%), EPS 4.02 달러(전년 동기 대비 +589.6%)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각가 컨센서스 대비 웃돈 수치다.

또 매출총이익률은 75%로 전년 동기 대비 18.8%p, 전월 대비 3.8%p 높아졌다. CFO는 향상된 이익률에 대해서 데이터센터 매출 증가와 재고 감소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연구개발비는 23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17.9%), 일반 판매 관리비는 7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9.2%)다.

강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GPU뿐만 아니라 CPU 산업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고 네트워킹 및 소프트웨어까지 강화된다면 AI 산업 내 엔비디아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면서 성장하는 초기의 시장을 선점해 나아가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 “국가 및 기업들의 AI 개발 열풍으로 판매량이 늘어나고 고성능 신제품 덕분에 판가(P)가 올라가 이익도 좋아지는 이상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한 다음 분기 가이던스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2.46% 하락했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에 따른 데이터센터 사업부 실적 훼손 우려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중심으로 베트남 및 특정 중동 국가 등에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막고 있는데 엔비디아는 최근 몇 분기 동안 수출 통제국들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25%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기 매출액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36~45억 달러 수준이다.

3분기 사업부별 매출은 데이터센터 145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278.7%), 게이밍 29억 달러 (전년 동기 대비 +81.3%), 전문 시각화 4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108%), 자동차 3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4%)로 데이터센터, 게이밍, 전문 시각화 사업부 매출은 블룸버그 컨센서스를 각각 13.3%, 5.8%, 1.7% 상회했지만 자동차 사업부 매출은 2.2% 하회했다.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은 80.1%로 전년 대비 15.5%p, 전 분기보다 3.7%p 확대됐다. 엔비디아는 국가 및 기업들의 AI 개발 열풍 덕분에 제품 수요가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메타는 딥 러닝 추천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플랫폼에 적용하는 중이고 어도비, 데이터 브릭스, 서비스나우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제품에 AI 시스템을 추가하고 있다. 테슬라 같은 자동차 기업들은 자율주행 등에 적합한 맞춤형 AI를 개발하고 있다.

AI 개발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엔비디아의 GPU만 아니라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매출이 함께 커지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네트워크 매출은 연간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소프트웨어는 연간 1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네트워킹 플랫폼을 확장 중인데 엔비디아의 주력 통신 규격인 인피니밴드뿐만 아니라 델, 레노버 등과 함께 이더넷 시장까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강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번 분기부터 Arm 기반 CPU와 엔비디아의 GPU가 결합된 신제품이 미국의 연구소와 스위스 국립 슈퍼 컴퓨팅 센터에 처음 출하됐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엔비디아의 신제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내년부터 엔비디아의 새로운 AI용 반도체가 탑재된 고성능 컴퓨터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이밍 매출은 9월 신학기가 시작돼 성수기 효과 덕을 봤다. CFO는 PC 시장이 부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게이밍 사업부 매출이 양호한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RTX 생태계 확장을 강조했는데 AI-PC가 늘어나며 RTX GPU의 수요가 강해질 것으로 봤다.

유니티가 새로 출시한 온 디바이스 AI용 플랫폼을 예로 들며 RTX 플랫폼이 개발자들에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인 지포스 나우의 게임 수가 늘고 있으며, 결제 서비스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AI는 전문 시각화 사업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고 있다. 플랫폼 개발 기업들이 전문적인 설계 및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등을 위해 엔비디아의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플랫폼을 활용해 유니티는 3D 가상 세계를 개발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에서 가상 공장 및 자율 주행 차량 시뮬레이션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매출의 증가는 엔비디아의 자율 주행 플랫폼 및 AI 운전 솔루션 공급이 늘어난 덕분이다. 차세대 자동차 시스템 온 칩에 엔비디아의 제품이 탑재되도록 파트너십을 강화했는데 올 해 전기차 사업 본격화를 선언한 폭스콘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가이던스를 반영해 추정한 4분기 실적은 매출액 200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230.5%), 영업이익 129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419.6%), EPS 4.46 달러(전년 동기 대비 +406.8%)로 블룸버그 컨센서스보다 각각 11.8%, 7.8%, 18.3% 높다.

4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이 이번 분기보다 확대되며 전체 매출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게이밍 부문 매출은 계절성 때문에 이번 분기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엔비디아는 4분기에 수출 통제 지역들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다른 지역의 매출이 크게 확대돼 상쇄할 수 있다고 했다. 수출 규제는 중국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장기적으로 수출 통제가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규제에 걸리지 않는 최저 사양의 반도체를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지만 4분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에는 미국의 수출 규제 영향이 반영돼 있다.

엔비디아의 중국향 매출 부진 우려보다 AI 시장의 성장과 데이터센터 매출 확대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최저 사양의 제품 출시를 암시했으나 다음 분기 가이던스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다. 수출 규제 국가들의 매출을 아주 보수적으로 적용했음에도 다음 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이 확대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고사양 반도체 판매 금지 국가들의 매출을 적게 잡더라도 데이터센터 매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은 AI 관련 제품의 수요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AI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단위의 사업이 되면서 판매량이 늘어나고 고성능 신제품 덕분에 판가도 올라가 이익도 좋아지는 이상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 분기에 수출 통제국의 매출은 줄어들 수 있으나 그 다음 분기에는 수출 제한 국가들에서 미국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저사양 제품 판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강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 중 하나는 AI 산업과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의 정점 가능성인데 엔비디아는 2024년을 넘어 2025년에도 다양한 산업에서 수요가 발생해 데이터센터 매출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는 GPU뿐만 아니라 AI용 CPU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네트워킹 및 소프트웨어 등의 판매가 늘어나면 AI 시장 내 엔비디아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초기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해 나아가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강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PER은 30.9배로 2년 평균(41.6배), 5년 평균(35.5배)보다 낮다. EV/EBITDA는 26.2배로 2년 평균(35.5배), 5년 평균(34.2배)보다 낮은 수준이다”면서 “엔비디아에 대해 투자의견을 제시한 증권사는 63곳이다. 매수 비율은 93.7%이고, 평균 목표 주가는 662.71달러다. 현재 주가 대비 36%의 상승 여력이 있다. 제시된 최고 목표 주가는 HSBC에서 제시한 800달러(상승 여력 +64.2%)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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