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운행 속도의 20% ↓”…호우로 인한 차량 파손 증가
고안수 본부장 “바퀴의 중심선에서 50% 이상 물에 잠기면 녹 발생 ↑”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는 태풍 카논으로 인해 시간당 6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차량들이 물에 잠겼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는 태풍 카논으로 인해 시간당 6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차량들이 물에 잠겼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권찬욱 기자] 태풍 ‘카눈’이 11일 오전 휴전선을 빠져나가면서 한시름을 놓게된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10일 카눈은 한반도를 천천히 관통하며 많은 양의 비를 뿌려댔고, 강원도 양양군과 속초시, 세종시, 경북 포항시 등 다수의 지역에서 하천 등이 범람하고 하수가 역류하면서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 중 자동차 침수는 호우로 인한 대표적인 차량 파손으로, 최근 기상변화로 더욱 많은 양의 비가 더욱 자주 내리게 되면서 차주들의 여름철 차량관리에 있어서도 온갖 근심을 주고 있다. 특히 매년 늘어나던 여름철 강우량은 이제는 폭우를 넘어 극한 호우로 가고 있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침수된 차량을 과연 고칠 수 있을지, 침수차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차량이 침수가 안되게 운행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본다.

침수된 차량, 과연 고칠수 있을까?

여름철 호우나 태풍으로 인한 차량 손상으로는 침수가 대표적이다. 자동차란 수만개의 정밀 부품으로 이루어져있고, 전기차가 대세된 현재에는 더욱 복잡해지고 세심한 장치들의 집합이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침수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침수차의 대표적인 문제는 엔진에 물이 유입되어 공기주입구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들어온 물을 빼고 잘 말리면 어느정도 해결은 된다지만, 이미 수분이 들어간 이상 변속기에는 언젠가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주행 중 전기 부품에 영향을 주어 시동꺼짐과 화재를 유발한다. 

여기에 더해 기껏 수리를 한다고 해도 비용적 측면에서 수리비가 교체비보다 비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하고, 어디가 문제가 또 생겨있을지 모르니 신뢰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호우로 인해 침수되었을 경우 급격하게 녹이 쓸기 때문에 각 부품에 빠르게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침수 정도가 덜해 안쪽 부품에 닿지 않고 바퀴만 물에 잠겼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 정답은 NO다.

고안수 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연합회 본부장은 “바퀴의 중심선에서 50% 이상 잠기면 바퀴 안쪽에 있는 브레이크와 현가장치 부품들이 물에 잠긴 것을 의미한다”며, “이후 녹 발생에 취약해질 확률이 높아진다. 당장이야 문제는 없겠지만 놔두다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중고차매매단지에 주차된 침수차들. 침수차의 경우 일반적으로 하자 있는 차량과는 달리 겉으로는 멀쩡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중고차 구매시 정확하게 살펴볼 전문가가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
한 중고차매매단지에 주차된 침수차들. 침수차의 경우 일반적으로 하자 있는 차량과는 달리 겉으로는 멀쩡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중고차 구매시 정확하게 살펴볼 전문가가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침수차가 의심된다면 정비소에서 알아봐야

결국 침수차는 폐차가 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침수차는 겉으로는 멀쩡하기 때문에 중고차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있고, 보험처리가 되어있지 않은 차량의 경우에는 확인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침수차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구매한 차주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중고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차주는 구매 직후나 정비소로 해당 차량을 가져가 침수차인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안수 본부장은 “침수차를 구분하는 방법은 기존에 많이 알려져 있어 요즘은 왠만한건 다 교체해서 파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트림은 잘 청소하지 않는다. 요즘은 대체로 그 곳까지 확인하는 편이며, 일반적인 먼지가 쌓인 부품과 흙탕물에 침수되어 퇴적된 부품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비소 확인 방법 이외에는 자동차 전문가와 함께 구매전 침수차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딜러 혹은 업체를 거치지 않고 개인간 거래로서 중고차를 구매하는 것이라면 녹취 등을 이용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지난 10일 오전 태풍 카눈으로 부산 강서구 한 도로가 침수된 가운데 승용차 1대가 고립돼 20대 운전자가 구조됐다. 사진은 침수된 차량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오전 태풍 카눈으로 부산 강서구 한 도로가 침수된 가운데 승용차 1대가 고립돼 20대 운전자가 구조됐다. 사진은 침수된 차량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태풍이 또 올텐데…” 미리 숙지하는 호우·태풍시 운전 방법

현재 카눈 이후 새로운 태풍인 7호 태풍 ‘란’이 북상하고 있다. 카눈과 란 모두 발생시기가 얼마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란은 빠르게 동아시아 지역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카눈에 이어 다시 한번 한반도를 때릴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량을 가지고 있는 차주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내차를 어떻게 몰고 다녀야할지 고민인 경우가 많다. 이같은 경우 아예 태풍이 온다면 몰고 나가지 않는 차주도 있는 반면, 부득이하게 몰고 나가야하는 차주들도 있기 때문에 후자의 경우 행여 문제라도 생길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우선 촉박하긴하지만 태풍을 앞두고 차량 점검을 꼭 한 번 더 실시하는 것이 좋다. 철저한 점검을 통해 자신의 차량을 만반의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준비’는 절대로 부족하지 않다.

특히 썬루프가 장착된 차량의 경우 완전히 밀폐가 되지 않아 비가 올때 누수가 되는 경우가 있으며, 오래된 차량의 문틈과 트렁크 역시 제대로 밀폐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제대로 밀폐가 되는지 확인할 때에는 세차를 통해 실제로 누수되는지 확인하고, 실제 누수될 경우 정비를 받는 것을 정비업계에서는 추천하고 있다. 

여기에 강변·하천부근 등 수원지에서의 운행은 되도록 피해야 하며, 지대가 높은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다만 비가 예상보다 너무 많이 오고 있다면 산비탈길도 피해야한다. 산사태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가 올 경우 노면의 마찰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당히 미끄럽다. 이 때문에 차주는 평소 운행 속도의 20% 정도 감속해야 하며, 전방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정도라면 속도를 평소의 50% 아래로 줄여야 한다. 

주행 중 도로에 웅덩이가 존재한다면 속도를 20㎞/h정도 낮춘 뒤 멈추지말고 건너가야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머플러 등 부품에 물이 들어가 차량의 시동이 꺼지거나 고장나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위함으로, 특히 머플러에 물이 들어간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변속기와 함께 온갖 부품들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웅덩이와 같은 물이 차 있는 장소에서 주행 중 시동이 꺼졌다면, 억지로 재시동을 걸지말고 일단 차에서 나와 차량 견인을 부르는 것이 낮다.

이 밖에도 주차시에도 장소를 잘 선정할 필요가 있다. 강변에 위치한 주차장이나 배수가 잘 되지 않는 지역의 주차장은 당연히 엄금이고, 주변에 붕괴할만한 지반이나 건축물이 존재한다면 그 역시 주차할 만한 곳은 아니다.

지하 주차장의 경우에도 최근 몇년간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차량들과 함께 인명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는 나으나 완전히 안심할 수 만은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지하주차장에 차수벽을 설치하기도 하고, 나름의 주차 노하우를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1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임시 보상서비스센터에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임시 보상서비스센터에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해보험업계 “이번 태풍으로 침수된 차량은 약 300여 대”

한편 손해보험협회는 11일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한 10일 이후 이날 오전 9시까지 삼성화재·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에 침수 피해 등으로 접수된 차량은 327대라고 밝혔다. 추정 손해액은 15억 2400만원 정도다.

금융당국과 손해보험업계는 태풍 진행 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종합대응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금융당국과 업계는 침수 예상 지역 현장 순찰 등을 통해 차량 대피 필요성을 안내하고, 침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긴급 견인으로 차량 피해를 최소화한 후 필요시 현장 보상캠프를 설치해 신속한 지원에 나섰다. 

이에 더해 현대캐피탈은 태풍으로 피해를 본 고객이 8월·9월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최대 6개월까지 청구 유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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