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했다. 사진은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 도착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했다. 사진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 도착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권찬욱 기자] 전세계 스카우트들의 축제이자 합동 야영대회인 ‘제 25회 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잼버리)’가 국내에서 치뤄진 역대 최악의 국제 행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는 첫날부터 수백 명의 온열질환자가 속출했으며 열악한 시설로 두고두고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결국 못버티고 조기 퇴영하는 국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카우트의 발상지였던 영국과 대규모 인원이 참가했던 미국이 퇴영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이번 대회가 견디기 어려웠음을 반증한다.

주관 정부부처중 하나였던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잼버리 준비 상황을 묻는 질문에 “모든 대책을 다 세워놨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잼버리 대회를 보조할 인력은 부족했고, 폭우로 인해 야영장이 습지가 되면서 모기와 화상벌레가 창궐했으며, 물과 음식마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거기에 직사광선으로 그대로 내리쬐는 나무 하나없는 평지라는 특성상 사람들이 쓰러지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무려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인 결과라는 것이다. 폭염·폭우시 대비용으로 지어질 예정이었던 건물은 무려 내년에 준공하며, 화장실은 푸세식이었다. 심지어 긴급상황 발생시 이동하기 위한 교통편마저도 제대로 갖추어 있지 않았다. 이럼에도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펜션을 구해 그곳에서 숙식했고, 고생하고 있는 참가자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추가 예산을 요청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래도 잼버리 주관한 부처들은 지난 1991년 개최됐던 고성 잼버리의 성공적인 개최에서 아무것도 참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니, 정확히는 그간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국제 행사들의 롤모델과 기본을 전혀 배우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해당 행사들은 개최 전 수차례 점검에 나섰고, 1~2년 전에는 해당 장소에서 비슷한 종류의 행사를 개최해 성공적인 대회를 치르기 위한 예행연습을 진행하고 문제점을 점검한 뒤 보완에 나섰다.

그런데 이번 잼버리에서는 그것이 없었고, 별도의 문제점을 찾고 보완해보려는 노력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부터 잼버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나타낸 것을 생각해볼 때, 무려 1년 이상의 시간을 허송세월로 날려보낸 셈이며, 개최지로 확정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무려 5년 이상을 날려보낸 것이다.

현재는 다행스럽게도 수많은 기업들과 시민들, 단체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며, 정부도 급하게 예산을 투입하면서 뒤늦게나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가자들 중  일부에서도 SNS를 통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이미 수많은 참가자들이 안좋은 기억만을 남긴채 현장을 이탈했고, 이미 벌어진 그 악몽같은 시간은 무슨 짓을 해도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이 추후 잼버리에서의 시간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다면 우리는 대체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선진국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추태’와도 같은 행사 운영때문에 세계가 과연 한국이 제대로 국제 행사를 운영할 능력이 되는지 의심의 씨앗을 심었고, 덕분에 많은 기업들과 부산광역시가 사활을 걸고 진행하던 부산 엑스포도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됐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신뢰와 이미지도 손상됐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자본과 노력이 들어가야 될 것인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상황을 만든 이들만이 아닌 국민들이 함께 떠안아야한다는 사실이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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