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달 31일 오전 6시 29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 서울시는 3분 뒤인 6시 32분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재난 문자를 전송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시민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있었다.  이후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31일 오전 6시 29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 서울시는 3분 뒤인 6시 32분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재난 문자를 전송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시민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있었다.  이후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권찬욱 기자] 지난 31일 이른 아침 수도권에 거주하던 주민들에게는 갑작스런 사이렌과 함께 한통의 재난 문자가 사람들의 혼란을 키웠다. 문자 내용은 대체 왜 대피해야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았고, 대피 요령 역시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뭔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고, 일시적인 인터넷 마비를 일부 지역에서 불러왔다. 

이러한 대혼란의 원인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였다. 서울시가 해당 발사체를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자체적으로 발송한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오발령’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사이렌 자체가 울린 것은 경각심 차원에서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지난번 강원도 울릉군 방면으로 발사된 미사일도 있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피 준비를 하라던 첫번째 메세지 이후 22분동안 제대로 된 추가 정보가 하나도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전쟁시의 재난 문자는 1~2분 내로 정확한 정보를 한눈에 제공해야 한다. 북한의 주요 원거리 타격 전력인 장사정포를 생각해봤을 때 이론상 100여 기가 분당 3000발을 수도권으로 쏘아보낼 수 있고, 여기에 미사일도 휴전선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채 발사후 착탄까지 몇 분이 걸리지 않는다. 이마저도 기습적으로 쏜다면 정말 저 1~2분이 정보를 받고 생사를 가를 시간이 된다는 소리다. 

결국 이번 혼란은 실제 전쟁이 났을 때 국가행정력이 얼마나 제대로 된 대응을 초장에 할 수 있는지 드러내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정말로 미사일이나 포격이 서울 도심을 노리고 발사되었는데 이러한 문자만 날아와 사람들을 혼란시켰다면 착탄 시점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며, 그렇게 됐다면 발사된 발사체가 단 1발이라고 해도 국민들의 심각한 비판에 직면했을 것이다. 

현재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모두 재난 문자에 대한 개선에 나서기로 약속했다. 서울시는 사과와 함께 시의회 조례를 개정해 구체적인 내용을 표기하기로 했고, 행안부는 재난 문자 발송시의 텍스트량에 대한 고민도 포함해 회의를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행안부는 오는 하반기 진행되는 민방위훈련을  공공기관과 학교 등 일부에서 하던 것을 확대해 전국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떨떠름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대개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들이 발생하면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말이 늘상 쓰일 정도로 사후에 시스템 개선과 복구가 진행됐었다. 그러나 재해, 그중에서도 전쟁은 외양간이 아닌 마을 전체를 태워버리는 일이니만큼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그러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니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국민들이 국가가 제공하는 안보에 확실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