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와 관련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유성구 한 가게 앞에 비난을 담은 시민들의 쪽지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와 관련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유성구 한 가게 앞에 비난을 담은 시민들의 쪽지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여러 지역에서 학부모의 괴롭힘으로 인한 교사 사망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아이가 잘못한 것이나  피해를 입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교사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으로, ‘내 아이’가 관련됐다는 생각이 뒤틀린 집념 갑질을 해도 된다는 심적인 면죄부로 이어져 이같은 비극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더더욱 중요한 점은 사건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사적제재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신상공개가 당연하다는 듯이 이루어지고 있고, 당연하다는 듯이 신상이 특정된 가해자들에게 분노가득한 화살이 꽃히고 있다. 이는 해당 학부모의 직장을 넘어 주변 가족들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린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보다는 기꺼이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적제재가 도덕적 정의로는 올바를 수 있다고 해도, 법치주의 국가에서 엄연한 범죄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한 사람의 악함을 판단하는 주체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괴롭힘’과 ‘갑질’은 오래 전부터 국민적인 공분을 사왔던 사건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회 곳곳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그 소식을 알려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점점 강해지고 있는 사적제재는 국민들이 법과 사법기관에 대해 갖는 불만과 불신을 상징한다. 우리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사적제재가 남발되면 법의 권위가 무너진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적제재를 하는 것은 이러한 유형의 문제들을 법에만 맡겼을 때 국민적 납득이 가능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들로 보아왔고, 응당 벌을 받아야하는 가해자가 떵떵거리고 피해자가 수십년간 고통 속에서 살아오는 것을 보면서 ‘이 부분에 대한 법은 나를 전혀 지켜주질 못하는 구나’라고 학습된 것이다. 

이러한 사적제재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교사 사망 사건만 보더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사건이 재발굴·발생하고 있고, 지목된 일부 학부모가 마음이 담긴 사과가 아닌 적반하장적 태도로 임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 ‘편하게 살도록 놔둬서는 안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가해자들의 생활에 얽혀있던 각 업체들이나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대전 초등교사 사망 사건의 가해자 중 하나인 김밥집은 프랜차이드였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에심대한 타격을 입혔고, 임대한 건물이었기 때문에 건물주에게도 타격을 입혔다. 여기에 의정부 초등교사 사망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무려 한 은행의 부지점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뢰로 먹고사는 은행의 이미지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이는 ‘괴롭힘’의 가해자로 지목되면 단순히 가해자 선에서만 끝나지 않고, 관련된 모든 것으로 응징이 확대됨을 의미한다. 즉 사건의 제 3자였던 이들에게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법부가 해야할 일은 2가지다. 먼저 사적제재가 당위성을 잃고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이러한 ‘괴롭힘’에 대한 문제를 논의해 법적인 근거과 실제 형법에 적용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물론 악용될 소지를 고려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 역시 필요하다. 

또 가해자 주변 제 3자에게까지 피해가 확대되는 양상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예방적인 법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각 업체에는 개인적인 일로 조직에 피해를 입힐 경우에 중징계 방침이 존재하며, 기업 이미지 손실과 관련된 손해 배상 판례도 다수 존재한다. 개인간의 손해배상 소송도 이러한 사례로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조직규범과 법안은 ‘이미지에 한 번 타격을 입으면 복구가 힘드니 손실을 입히는 피해를 주지 말라’는 예방적인 성격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이미지의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에 대한 손해가 조직 구성원 전체에게 미칠 정도로 막심하다는 점에서 가해자에 대한 민사소송이 발생할 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까지 검토해야한다고 본다.  

결국 이러한 사건들은 우리 사회가 이러한 끊임없이 발생하는 괴롭힘 사건들을 방치함으로서, 이제는 법치주의에 의문을 야기하고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는 수준으로까지 만들어버린 탓이 크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사회 전체의 숙제가 되었다. 해결을 원한다면, 사회가 정의로운 곳으로 남아있길 원한다면 관련 있는 자들은 당장 움직여야 할 것이다. 

소비자경제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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