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과 손잡은 ‘포드’ 제동 건 美 공화당…법안 취지 회피 말아야
美 재무부 해석에 자국내 반발 이어져…국내 배터리 기업 유리해도 주시해야

발언하고 있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오른쪽). 그가 최근 발의한  ‘IRA 보조금 차단법’은 기존 IRA법안에 있어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발언하고 있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오른쪽). 그가 최근 발의한 ‘IRA 보조금 차단법’은 기존 IRA법안에 있어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권찬욱 기자] 현 시점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조정과 실리콘 밸리 은행·크레딧 스위스·도이치뱅크 등 은행들의 위기와 붕괴 때문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국내에서의 관심은 살짝 멀어진 상태지만, 글로벌 자동차 산업계에 있어서는 여전한 화두다.

IRA은 ‘전기차 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원재료는 부품은 중국산을 사용할 수 없고, 조립은 미국 등 북미지역에서 해야만 한다’는 조건을 가지고 있어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그동안 거대한 미국 시장에 무리없이 접근해오던 각 완성차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반대로 미국 기업들의 경우 IRA에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였다. 

그러나 최근 미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IRA 보조금 차단법’ 발의하면서 상황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마르코 의원이 겨냥하는 것은 다름아닌 자국의 차량 업체인 포드다. 포드는 최근 중국의 배터리 업체인 CATL과 손을 잡고 미시간주에 합작공장 설립을 선언했는데, IRA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공장 지분을 포드가 100% 소유하고, CATL은 기술만 제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IRA가 소재·원료의 생산지만 고려하고 기술 관련 규제는 담지 않았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이는 자국의 기업이 정부가 만든 법안의 취지를 무시하고 오히려 물먹인 셈이다. 각국의 정부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안을 만들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자국의 기업이 먼저 해당 법안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면, 해당 규제로 부담을 떠안아야하는 해외 기업들에게 정부가 뭐라고 설명을 해야할 것인가. 다른 기업들은 회피 못해서 IRA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해당 법안에 대한 존중도 이유에 포함되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다. 

특히 포드의 이번 행보는 미중 무역분쟁이 몇년째 지속되는 과정에서 양국간 감정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을 텐데, ‘기업은 이윤을 쫒는다’고는 하지만 이해를 해주기는 힘들다. 이미 미국 국민들 역시 중국에 대한 반감과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자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만든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누가 탈 것인가. 

결과론적으로 이번 상황은 국내 배터리 기업에게 나름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마르코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IRA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CATL의 미국 진출 여부에 제동이 확실히 걸리게 되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성능이 뛰어난 국내 기업들의 전기차용 배터리가 치고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국내 배터리기업 3사는 최근 새로운 배터리 제품들을 공개하거나 생산하기 시작했고, 미국 현지 투자도 늘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양극재·음극재를 핵심광물로 친 해석 역시 국내 기업에게 상황이 유리하도록 만들고 있다. 기존 양극재·음극재는 부품 취급이라 북미에서 생산해야했지만 핵심광물로 칠 경우 국내 생산후 선적해 미국으로 보내기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터리셀의 원가 중 두 부품은 최대 8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배터리·완성차 업계는 “IRA의 전체 취지를 뒤바꾸었다”면서 이에 반발하고 있어, 글로벌 업계 전체가 다음주 공개될 IRA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의 세부 지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돌아가는 상황이 살짝 우려스럽기도 하다. 포드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CATL의 손을 잡은 것은 자국에서의 경쟁과 전기차 사업 확장이 절실하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포드의 월드트리트저널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포드의 전기차 분야 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2021년에는 9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 2022년에는 21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0억 달러(한화 약 3조 8500억 원)까지 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포드는 연 200만대의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70%를 자체적으로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조만간 켄터키·테네시주에 3개의 배터리 공장 설립에 착수하는데, 사측은 테슬라의 경우를 들며 새로운 사업 분야에서의 적자는 당연하며, 2026년에는 전기차 분야에 대한 투자가 수익으로 전환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당장 2026년 완성될 CATL과의 합작 배터리 공장부터 태클이 걸린다면 사측으로서는 머리가 복잡해질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포드와 CATL은 해당 법안을 전력으로 저지하려고 들 것이다. 법안 통과를 막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파트너쉽 관계를 맺은 이상 다른 방법으로 우회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할 수도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IRA 관련 세부 내용을 계속 바꾸고 있는 상황이라, 언제라도 국내 기업들에게 불리한 조항이 다시 나올 수도 있으니 지속적으로 주시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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