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부담상한제 환급액만큼 보험금 축소 지급 사례 속출
세금으로 마련한 서민대상 복지급여, 보험사가 사실상 횡령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금감원, 실손보험 표준약관 개정 시급”

본인부담상한제 환급액만큼 보험금 축소 지급 사례 속출하고 있어 정부당국이 대책마련이 시급해보인다. [사진=freepik] 
본인부담상한제 환급액만큼 보험금 축소 지급 사례 속출하고 있어 정부당국이 대책마련이 시급해보인다. [사진=freepik] 

[소비자경제=최주연 기자] 실손 보험사가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성 급여를 착복해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고 조세 정의를 어지럽힌다는 지적이 나왔다. 2009년 실손 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된 이래 보험사만 살찌우는 상식 밖의 관행이 지속되고 있어 지금이라도 정부가 바로잡아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소비자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보험사들에 의해 서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해도 보험사가 실손 보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이 가능한 금액만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비자들은 실손보험을 들어 두고도 보험금이 제때 나오지 않을까 해서 몸이 아픈데도 병원 가기를 미루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급여대상 의료비 중 연간 본인부담금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해당 초과분을 환급해 주는 제도다.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상한선이 낮아, 서민들의 의료지출 부담을 경감해 주도록 설계됐다. 2021년도 기준 소득 하위 50% 대상자가 전체 수혜대상자의 83.9%였다.

2023년 소득구간별 본인부담금 상한액 (단위 : 만 원) [사진=소비자주권시민회의] 
2023년 소득구간별 본인부담금 상한액 (단위 : 만 원) [사진=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보험사에게 본인부담상한제는 마땅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깎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서 “어차피 건강보험에서 돌려줄 텐데 그만큼 보험금 덜 줘도 된다는 식으로,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성 급여가 보험사를 살찌우는 데 쓰이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보험사의 이러한 보험금 깎기는 서민들이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느껴도 병원에 가기를 주저하게 하며, 결국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면서 “나아가 국민 복지에 쓰여야 할 사회보험재정을 착복하는 횡령이나 다름없다.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하면 혈세를 투입해서 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이는 조세 정의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험사의 이러한 악행을 사실상 묵인하다시피 한 금융감독원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제정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내 기본형 실손 의료보험 표준약관에는 “회사가 보상하지 않는 사항”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 환급이 가능한 금액”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본형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일부 [사진=소비자주권시민회의] 
기본형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일부 [사진=소비자주권시민회의] 

본인부담상한제가 처음 시행된 2004년 당시에는 표준약관에 이러한 사항이 담겨있지 않았다. 해당 문구는 2009년 표준약관이 개정되며 삽입됐다.

보험사들은 자사 실손 보험 약관에 표준약관을 가져다 쓰다 보니, 대부분의 실손 보험 약관에는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환급액만큼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되어있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담긴 실손 보험 표준약관 개정 이후로 벌써 15년이 되어간다”면서 “당시 이러한 조항이 들어가는 데 보험사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 결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조세 정의를 어지럽히며, 보험사만 살찌우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보험사는 건강보험 재정을 사실상 횡령하면서도 ‘금감원이 괜찮다고 했다’고 뻔뻔하게 변명하고 있다”면서 “더 늦기 전에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잘못된 약관을 바로 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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