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진행 방식 아쉬워… “실시간 방송 통해 공개적으로 했어야”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지난 17일, 서울역 인근의 KDB생명 건물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주도로 이용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약 20~30여 명의 이용자와 다수의 기자들이 참석했고, 게임위의 실무자들도 참여해 참석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간담회는 개최전 곳곳에서 나오던 우려와 달리 일부를 제외하면 이용자로서 느끼는 게임 심의에 대한 의문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들이 이루어졌다.

특히 지난해 밀실 심의, GMS(게임물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 예산 비리 의혹 등 게임위와 관련된 논란들에 대해 게임위 측의 사과가 이루어졌고,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오랜시간을 들여 설명이 이루어졌다.

이번 간담회는 첫번째이니 만큼, 참가자들의 면면이 다양했다는 점이 특기할만 하다. 일반적인 온라인·모바일 게임업계 종사자는 물론이고 해당 문제를 자신의 트위치 채널에서 다루어 오던 크리에이터, 아케이드 업계 종사자, 일반 게이머까지 말이다. 특히 초반부터 현 심의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찌르던 크리에이터와 아케이드 업계의 고충을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 직접나와 도움을 호소하던 아케이드 업계 종사자, 자사의 게임 캐릭터가 도용되는데도 제대로 심의하지 않았다면서 비판을 가하던 게임사 관계자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동안 이런 이야기할 자리가 정말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심의가 게임 출시를 위한 최중요 과정인 것을 생각해볼 때 각 플랫폼별 게임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불만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용자 간담회에 직접나와야 말할수 있을 정도였다면 지난 10년이상 게임위가 얼마나 업계와 이용자 양쪽에 소홀했나 생각된다.

게다가 이번 간담회의 제일 중요한 문제는 기자들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모든 사항이 비공개로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용자 간담회 장소. 사진은 간담회 시작 전 촬영된 것이다. [사진=권찬욱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용자 간담회 장소. 사진은 간담회 시작 전 촬영된 것이다. [사진=권찬욱 기자]

간담회의 비공개가 일부 참가자의 요청이었다지만 정말 소수였던 것으로 보이고, 그마저도 해당 참가자들이 물음표를 머릿속에 띄울수 밖에 없는 발언들을 일삼았던 것으로 볼때 비공개를 요구한 이들은 아무래도 공개적으로 진행했을 때 쏟아질수 있는 비판과 신상털이를 피하기 위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 사항에 대한 게임위의 사과가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간담회가 끝난 이후에도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우리는 사과 못 받았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 기사들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참석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실속이 없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실속에 대한 논란은 둘째치고, 아무리 소수의 반대 의견이 있었더라도 간담회인 이상 게임위가 실시간 방송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진행했어야 한다고 본다. 간담회는 애초에 공개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자리이며, 누적되어온 게임위에 대한 불만과 의심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가감없이 보여줄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이용자를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니, 게이머들은 간담회에 대한 진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참가자들의 면면이 공개되지 않았을 때 비공개 소식이 알려지면서 게임위의 입맛대로 참가자를 선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팽배했을 정도로 떨어져있었던 신뢰가 그대로 반영이 됐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간담회 이후 참가자들에 대한 의심은 어느정도 걷히면서, 표면적으로는 다음 간담회를 개최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는 있었다고 보인다. 

이외에도 이번 간담회는 수많은 문제들이 지적되면서 다시 한번 논란을 낳았다. 게임위는 이르면 4월부터 분기별로 이용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록을 공개할 예정이다.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이용자 신뢰회복과 소통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뢰회복의 과정을 아주 길고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 간담회를 개최할 때마다 계속 이용자들의 의심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 그만큼 쌓여온 것과 현재 형성되어 있는 게임위의 이미지가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이기 때문에, 사실상 억겁 같은 고행길은 예정되어 있다. 또한 이용자만 챙기는 것이 아닌 업계인들과의 소통도 병행 되어야하니 어려운 길일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임위가 정말로 결심이 흔들리지 않겠다고 한다면, 절대로 멈춰서는 안된다. 그리고 게임학회 측의 토론 등 각종 제의나 쏟아지는 이용자들의 민원도 두려움 없이 진지하고 성실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주춤하거나 멈추면 그동안의 노력은 ‘그럼 그렇지’라는 의심아래 흩어질 것이며, 신뢰회복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향방은 결국 게임위 자신의 손에 달렸다. 그리고 생각보다 결론은 빠르게 지어질 것이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