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열 상무로 승진…3세 경영 준비 중?
LG생건·신한은행 등 외부이사 대거 영입
송용덕 부회장, 일선에서 물러나 ‘용퇴’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새로운 롯데’를 향한 변화와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 진행된 인사배치에서도 외부인사 발탁을 이어가는 한편, 전략적인 인재 재배치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창출하는데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15일 그룹차원에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상무의 승진이다. 신 상무는 일본 게이오(慶應)대 졸업, 미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쳤으며, 이후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지점 등에서 근무했다.
신 상무가 롯데그룹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20년이다. 신 상무는 일본 롯데에 입사했으며, 올해 5월에는 상무보의 자리까지 올랐다.
일각에서는 신 상무가 아버지인 신 회장과 같은 루트를 밟고 있다면서 3세 경영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신 회장 역시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대을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 MBA 과정을 이수했고, 이후 노무라증권 런던지점과 일본 롯데상사를 거쳐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하며 한국 롯데 경영에 나섰다.
여기에 신 상무는 올해 8월 신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했으며, 9월에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노무라 교류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신 상무가 현재 지주사나 계열사에 지분이 없는 상태기는 하지만 이번 승진 인사로 3세 경영을 위한 보폭을 좀 더 확대해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롯데그룹이 영입한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 겸 롯데호텔 대표이사는 그룹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이동했다. 영입 1년만에 자리 이동이다.
안 대표는 영입 당시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와 함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호텔 부문을 되살리기 위한 카드로 영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기업공개라는 숙제도 안고 있는 계열사인만큼 안 대표의 역할에 많은 관심이 쏠렸었다.
안 대표가 자리를 옮기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유통과 식음료 등 그룹의 주력사업에 대한 전략 개발과 국내외 경영환경 분석을 맡은 그룹의 싱크탱크로, 안 대표는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을 맡게 될 예정이다.
추가 외부인사 영입도 이번 인사에서 이루어졌다.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이 롯데제과 대표에, 김혜주 신한은행 상무가 롯데멤버스 대표에 각각 내정됐으며, 롯데렌탈도 외부 인사가 대표에 선임될 예정이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는 회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구원투수’로서 중책을 맡은 점을 감안해 사장(대표)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공석이 된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자리에는 고수찬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이 내정됐다. 또 이훈기 ESG경영혁신실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공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오랜 시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송용덕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송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젊고 새로운 리더를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용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롯데가 지난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외부 영입으로 파격을 택한 올해도 글로벌 복합위기와 롯데건설 유동성 논란으로 증폭된 안팎의 위기감을 잠재우기 위해 혁신 카드를 꺼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