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기 거머쥐던 진공관 소자, 반도체 소자 등장 후 쇠락

금성사의 1959년 진공관 라디오 [사진=연합뉴스]
금성사의 1959년 진공관 라디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량 중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반도체 ‘소자(device)’란 어떤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제작된 부품을 말한다. 반도체 물질 이용은 여러 가지 전자 소자를 만들기 위해 현대에 와서 채택된 하나의 방편이다. 전자 제품들이 처음 나오기 시작한 1900년대 초에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 단순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현대식 반도체 트랜지스터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 지를 되짚어보았다. 

전자 산업 초창기에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레지스터와 같은 회로의 구성 요소들을 일컫는 ‘단위 소자’를 만들어 필요한 기능들을 구현한 기술은 반도체 물질을 이용한 소자가 아니고 ‘진공관’을 이용한 전자 소자였다.

1904년 처음 소개된 이래 진공관 소자를 이용해서 다양한 전자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화, 라디오, TV 등 많은 전자 제품 초기 모델들이 진공관 소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반도체 소자 도래 이전에는 진공관 소자가 50여년 간 사용됐다.

19세기 말은 많은 과학 발전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이 시기에 전구를 상용화한 토머스 에디슨,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활약했다. 벨은 1876년 2월 전화기 특허를 냈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소재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된다.

벨은 특허를 바탕으로 벨 전화회사(Bell Telephone Company)를 만들어 전화기 사업에 뛰어들었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다만 그 외에도 경쟁자들이 계속 사업에 진입하는 형국이었기에 그는 1880년 미국 동서부를 미국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T&T Long Lines’라는 자회사를 설립했으며 1892년 뉴욕과 시카고를 잇는 장거리 전화망이 개통됐다.

유선 전화는 음성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 전선을 통해 상대방에 전달된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호의 세기가 줄어들어 발-수신자 모두 상대방이 무슨 얘기하는 지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당시 작은 전기 신호를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진공관 소자’가 맡았다.

미 대륙을 횡단하는 전화 서비스를 등에 업고 벨 전화회사의 후신인 AT&T(American Telephone & Telegraph)는 전화사업 독점으로 돈을 쓸어 담았다. 막강한 수입원을 바탕으로 1925년 인수한 웨스턴 일렉트릭이 보유한 연구 부서를 개편해 벨 연구소(Bell Laboratory)를 만들었다.

벨 연구소 설립 목적이자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전화 사업에 필요한 개발이었다. 이를테면 진공관 증폭기의 여러 단점을 없앤 소자를 만드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 당시 진공관 증폭기 필라멘트가 종종 끊어져서 망가졌고 진공관을 둘러싼 외관을 유리로만 만들 수밖에 없었던 당시 유리가 깨져서 진공관을 못 쓰는 경우가 많아 유통과 보관도 골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한 건 노벨물리학상 2회 수상한 존 바딘, 월터 브랫튼이 1947년 12월 23일 (Germanium)에 금을 붙여서 전기신호를 증폭시키는 소자를 생성하는 데 성공, 최초의 트랜지스터(Transistor)를 만들면서부터다. 트랜지스터는 ‘저항을 변화(trans-resistance)시키는 소자’라는 뜻을 담은 단어였다.

고체 기반 전자 소자인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며 전자 산업을 성장시켰다.

1952년 트랜지스터라는 이름을 대중이 알게 된 제품은 라디오였다. 반도체 트랜지스터 성능이 점차 대중에게 알려지게 됨에 따라 많은 기업이 벨 연구소 특허를 임대해 트랜지스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가장 많이 판 곳은 일본 전자회사 소니였다. 라디오에서 트랜지스터의 성공처럼 1950년대 말까지 여러 전자 제품에서 진공관 소자를 트랜지스터로 바꾸는 현상은 계속됐다.

소비자경제신문 문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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