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 90%·수산화리튬 84%·코발트 81%…지난해 대비 최대 469% 증가
美 전기차 보조금 못받아 위기…日·獨·美 업체도 보조금 수령 불가한 상태
이호근 교수 “수입처 다변화 쉽지 않아…가격 상승으로 경쟁력 저하될 수도”

리튭 이온 배터리. 배터리 셀이 큰 것은 전기차에 사용된다. [사진=삼성SDI]

전기차 제조에 있어서 중요한 소재들인 흑연과 수산화리튬, 코발트 등의 중국 의존도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의해 중국산 원료나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들어간 차량은 내년부터 보조금 지급 금지가 결정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전문가들은 당장 수입처 바꾸기도 쉽지 않고 바꾸더라도 출고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22일 전기차에 사용되는 각종 소재의 수입액과 그 비율을 발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7월) 수산화리튬(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총 17억 4829만달러로, 이 중 중국 수입액이 14억 7637만달러로 84.4%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칠레와 러시아로, 각각 2억 2657만달러(13.0%)와 3029만달러(1.7%)를 차지했다. 

코발트(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 역시 같은 기간  전체 수입액 1억 5740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이 1억 2744만달러로 81.0%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천연 흑연의 경우 전체 수입액 7195만달러 중국산이 6445만달러로 89.6%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흑연, 수산화리튬, 코발트 3개 품목은 전기차의 핵심소재다. 특히 수산화리튬은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로,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300km이상으로 가능케 하는 데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코발트는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재 제조의 필수 원료이고, 흑연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주 원료이다. 

해당 원료들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가 이미 국내시장에서는 대세가 되어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2018년 64.9%에서 지난해 83.8%로 18.9%p 올랐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수입액이 469.2%나 폭증했다. 또 같은 기간 코발트는 53.1%에서 64.0%로 10.9%p 상승했으며 천연 흑연 역시 83.7%에서 87.5%로 3.8%p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는 90%에 근접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이에 대해  ‘중국 무역 수지 적자 진단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수입선 다변화 및 대체 생산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입처 다변화가 실제로 쉽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22일 소비자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단 자동차 부품 같은 경우는 수입 다변화를 거치기 위해서는 품질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제 제품의 안정성이나 각종 기준을 통과해야 되는데 전기차가 많이 판매는 되고 있지만 물량이 많지 않다”면서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워낙 우수하다 보니까 수입 다변화를 통해 여러 곳에서 수입을 한다고 하면 전체적으로 차량 가격 상승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로 활용되는 코발트. [사진=LG화학] 

그 말과 궤를 같이 하듯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는 비상인 상황이다. 정확히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체가 비상이 걸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IRA에 서명한 이후 현대차·기아·도요타·혼다·BMW·폭스바겐 등의 국내외 완성차 기업들도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 정부가 내건 전기차 보조금 혜택 요건에 ‘북아메리카 대륙서 조립’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수출 전기차는 전량 국내서 조립된다. 양 브랜드는 올해 상반기에 친환경차(전기·수소·플러그인하이브리드) 4만 4652대를 팔았으며, 이 중 전기차는 3만 4828대가 판매되면서 지난해 판매량이었던 2만대를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큰 폭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보조금 요건 제약 때문에 성장세가 이대로 흐름을 탈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됐다.  현대차가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완공후 가동 시점이 2025년이어서 그 전까지 보조금 수령이 어려운 상황이다. 

BMW·폭스바겐 등 독일 전기차를 전량 조립해 미국에 수출하는 만큼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고, 일본은 미국에서 조립하는 닛산 1개 차종만 보조금 지급 대상에 올랐다. 심지어 미국 완성차 업체인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도 판매량 상한인 연 20만대에 걸려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내년부터는 연 판매량 상한이 없어지고 IRA를 통해 예고된 광물·부품 비율 요건이 추가 적용될 예정이다. 광물의 경우 북미 지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해 사용한 비율을 내년에 40% 이상으로 맞춰야 하고, 오는 2027년에는 80%에 도달해야 한다. 부품은 내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50% 이상 사용해야 하고, 오는 2029년에는 100%로 맞춰야 한다. 이 때문에 각 완성차 업체에서는 골치아픈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 광물·부품 비율 요건 추가는 자동차·배터리 공급망에서도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해당 요건이 적용되면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의 CATL(닝더스다이)의 타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배터리 업계에서는 배터리 공급망이 아직 초기 발전 단계로, 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소재 광물 생산 능력이나 배터리 제조 능력 등이 제한적이어서 이들조차 보조금을 받기 어려울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최근까지 미국 배터리 시장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한국은 앞서 언급했듯 배터리 생산시 중국 광물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공급망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새 요건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오는 11월 미국에서 실시되는 중간선거의 결과에 따라  IRA를 통한 보조금 수령 조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향후 미국 재무장관이 제시할 광물·부품 요건 등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주목되고 있다. 

이호근 교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70% 정도가 그 기준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되는 상황이다”면서 “요건을 충족해도 일단 2025년까지 어려움이 예상되며,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될 부분이 있다. 다만 시장 점유율만 유지하고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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