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 원전 사업에 투자 확대
尹정부 원전 드라이브에 업계 총력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하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원전 사업에 발빠르게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진 기술을 보유한 외국 기업과 손잡고 원전사업의 경쟁력과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가 원전 사업에 사활을 건 배경에는 향후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원자력 공장을 찾아 오는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원전 일감을 신규 발주하고 원전수출 컨트롤타워를 발족해 정부가 ‘원전 세일즈’에 직접 나서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렇다보니 탈원전에 원자력 수주 관련 기업이 들썩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은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연 2009년 정부의 그린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혔으며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2009년 자체 기술력으로 제작한 국산 원자로를 처음 해외에 수출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해 한국형 대형원전인 APR 1400의 주기기 등을 국내외에 공급했다. 지난 40년 동안 국내외 원자력 발전소에 원자로 34기, 증기발생기 124기를 공급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주기기 등 원전 핵심 기기의 제조역량을 갖춘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7일 유럽 국제표준 시험인증기관인 TUV SUD로부터 ‘ISO 19443’ 인증서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ISO 19443은 원자력 사업 전반에 걸쳐 안전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안된 원자력 품질 관리 표준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최초로 인증서를 취득했으며, 이는 유럽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이뤄졌다.
현대건설은 최다 원전 건설과 해외 첫 수출을 통해 경쟁력을 입증한 한국형 대형원전 사업을 기반으로 소형모듈원전(SMR), 원전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원자력 전분야에 걸쳐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톱티어 원전기업으로서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세계적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및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외 한국형 대형원전 34기 중 22기를 시공하며, 에너지산업의 핵심인 대형원전 부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현대건설은 1978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총 18기의 국내 원전사업을 수행함으로써 국내 건설사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0년 UAE 바라카 원전(1~4호기)을 수주하며 한국형 원전의 해외 첫 수출을 일궈낸 바 있다.
원전 해외수출을 위한 팀코리아의 일원인 한전KPS는 유럽 현지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유지보수 관련 업체와 연이어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체코 및 폴란드 원전 건설사업 수주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원자력발전소의 설계와 시공, 해체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건설사로 우리 기술로 만들어지는 차세대 원전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SMR은 출력규모 300MWe(메가와트e) 이하인 원자로로, 모듈화 공법으로 설계·제작해 표준화가 쉽다는 강점이 있다.
대우건설은 스마트 표준설계인가 획득사업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주관사인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SMR 분야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으며, 포스코그룹 등과 함께 수출사업 전담 법인 ‘스마트파워사’ 설립을 주도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향후 국내외 SMR 원전 시공에서 해당 모델을 통한 사업 진출 시 우선공급권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5월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포괄적인 협력을 맺으며 글로벌 SMR 사업을 본격화했다. 삼성물산과 뉴스케일파워는 2029년 상업운전 목표인 미국 아이다호주 SMR 프로젝트에 관해 논의하고 사전 시공계획 수립 단계부터 기술 인력 파견 등 상호간 기술과 역량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루마니아 정부와 뉴스케일파워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비롯해 동유럽 SMR 프로젝트에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3일 미국 USNC와 ‘캐나다 초크리버 초소형모듈원전(MMR) 실증사업’ 상세설계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2029년까지 캐나다와 미국, 폴란드 등지에서 MMR EPC(설계·조달·시공)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미국 USNC, 캐나다 PCL, 캐나다 HATCH와 함께 캐나다 온타리오 초크리버 원자력연구소 부지에 고온가스로 기반의 5MWe급 MMR을 건설한다.
이 사업은 상세설계 단계를 거쳐 인허가 및 건설이 완료되는 2026년에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4세대 원자로 가운데 상용화가 앞서 있고 높은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