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보도 통해 오토파일럿 개발 과정·발언 등 폭로
기술자들 “머스크가 카메라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
국내외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인한 사고 여럿 발생

테슬라 모델3. 오토파일럿이 장착된 차량 중 하나다.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3. 오토파일럿이 장착된 차량 중 하나다. [사진=테슬라]

최근 몇년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오토파일럿’의 안전성 문제로 지적을 받아왔던 테슬라가 내부 폭로 속 새로운 자율주행 관련 논란을 맞이하게 됐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7일(현지시간) 테슬라 자율주행시스템을 종합 점검하는 기사에서 테슬라 전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 CEO가 제시한 자율주행 비전에 맞추기 위해 운전보조시스템 설계에서 안전을 무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카데 메츠 기자와 니어 E. 부데트 기자는 오토파일럿 개발과정을 연도별로 소개하는 한편, 테슬라에서 일했었던 기술자들의 인터뷰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기술자들은 “머스크 CEO가 완전자율주행은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인식 하는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면서 “운전자들에게 자율주행시스템에 대해 과도한 약속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자들은 “오토파일럿은 개발 초기 카메라, 레이더 및 음파 센서를 모두 사용했다”면서 “레이더 센서의 수를 확장하고 레이저 펄스를 이용한 광 감지 및 거리 측정 장치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갈 계획이었으나 머스크 CEO가 굳이 레이더 기술을 구입하고 오토파일럿 시스템에 통합시키는데 시간과 비용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덧붙혔다.

특히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중 할 오커스씨는 2015년 테슬라 재직 당시 머스크 CEO에게 오토파일럿의 시스템의 일부가 갑자기 작동을 멈춘 경우 백업을 제공할 수 있는 컴퓨터 칩과 기타 하드웨어를 포함하고 싶다고 건의했으나 머스크 CEO가 의견을 일축했다고 주장했다. 또 오커스씨는 머스크 CEO가 해당 의견이 나온 날 직접 시승한 차량에서 오토파일럿 오작동이 발생했는데도 기술진에게 화를 냈고, 자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해야 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즈는 추가로 최근 미국에서 진행 중인 오토파일럿 사고관련 소송을 인용해 머스크 CEO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성능을 과장하고 오도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오토파일럿으로 인해 벌어진 교통사고는 총 12건으로, 18명(사망자 1명, 부상자 17명)의 피해자가 발생해 미국 국립고속도로안전위원회(NHTSA)가 조사에 나서고 피해자 가족들과 테슬라 차주들이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오토파일럿을 비롯한 테슬라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주차장에서 급발진으로 일어난 충돌로 인한 화재로 소프트웨어 동작이 중단되어 차주가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으며, 시민단체들은 안정성과 과대 광고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오토파일럿이 허위·과장 광고를 일삼고 있다면서 테슬라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소비자감시팀장은 이번 폭로에 대해 “이전에도 테슬라 기술진의 발언이 묵살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도는 소문처럼 알려졌다”면서 “이제라도 사실 관계가 알려져서 소비자들이 오토파일럿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 책임소지를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도 해당 폭로가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적외선 카메라도 아니고 일반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을 하는 것은 힘들다”면서 “기상 상황이나 밤일 경우 충분히 소프트웨어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시스템 오작동 해결이나 백업 장치 추가 의견이 일축됐다는 주장에 대해 “보조 시스템의 추가는 완성차 회사가 자사의 자율주행 시스템 성능에 자신이 있을 경우 추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하지만 머스크 CEO 자신이 직접 오작동을 경험하고도 해당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이후 발생한 오토파일럿으로 인한 충돌 사고 등에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테슬라는 올해 7월 출시한 새로운 완전 자율 주행 시스템인 오토파일럿 FSD(Full Self Driving Capability)가 비상 제동 시스템이 예기치 않게 활성화시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지난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한 후 약 1만 2000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테슬라 오토파일럿 자율주행시스템 [사진=테슬라]
테슬라 오토파일럿 자율주행시스템 [사진=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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