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회장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하게 경영하고 있다"지적
조원태 회장 "경영은 가족간 협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구조"
그룹 측 "그룹경영에 적극적 목소리 낼 것"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조현아 대한항공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에 제동을 걸었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에 대한 따른 경계로 동생을 견제 하는거 아니냐는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조 전부사장이 2020년을 앞두고 경영 복귀에 따른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위의 건만 봐도 그렇다. 남매간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특히 조원태 회장이 가족과의 합의 없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 조 전부사장이 전한 입장자료의 핵심이어서 한진 그룹의 경영권 분쟁까지 확산될 것 이라는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법무법인 원의 입장자료에 따르면 고(故) 조양호 회장이 생전에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는 유지를 남겼지만 동생인 조원태 회장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미루고 있다"며 "이를 불만에 품고 입장을 전달한거 아니냐"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올 초 조 전 부사장은 일명 '땅콩회황' 사건으로 인해 일선에서 물러나고 5년여 만에 복귀 시점을 놓고 조 회장이 처음 단행하는 정기임원 인사가 될 거싱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위의 내용을 살펴 봤을 때 앞선 예상과는 빗나 갈 수 있다는게 업계의견이다.

조 전 부사장은 땅콩회황 사건 이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 등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이후 작년 3월 한진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한 지 보름여만인 작년 4월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으로 또 다시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재계는 동생 조 전무의 사건이 1여년 남짓 지났지만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한 점을 감안해 조 전 부사장의 복귀도 사실상 임박한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명품 밀수 혐의(관세법 위반 등)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진행된 재판에서 각각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도 경영 복귀를 가속화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도 6월 그룹 부동산을 관리하는 비상장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고문으로 앉아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조 전 부사장의 복귀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인사 명단에 조 전 부사장의 이름은 오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조 전부사장 측은 조 전무, 이명희 이사장의 복귀에 힘입어 경영 복귀에 대해 꾸준히 긍정적인 사인을 내비췬 것으로 전해졌다"며 "하지만 조원태 회장이 이에 반대 하면서 갈등은 고조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이 결정되고 발표됐다"며 동생의 경영 방식에 제동을 걸고 나선 만큼 조 전 부사장이 향후 적극적으로 그룹 경영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한진그룹 삼 남매간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최근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이명희 고문 5.27%로 각각 바뀌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이 거의 균등하게 상속되면서 유족 네 사람의 지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돼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실제로 위와 같은 경영분쟁 갈등설이 생기는거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5월 한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과 관련한 서류 제출을 늦추다가 공정위 직권으로 지정한 날 이틀 전에야 공정위에 스캔본으로 제출한 것을 두고 남매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면서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선친이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앞으로 나한테 결재 올리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하되 누나·동생·어머니와 협조해서 대화해서 결정해 나가라'고 했다"며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세 명(세 자녀)이 함께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동생의 경영 방식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사실상 경영분쟁이 시작 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위의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조 회장은 가족 간 협력을 통해 경영 분쟁의 소지는 충분히 불식시켰다고 전했지만 앞선 내용을 보면 그것도 아닌것같다"며 "업계는ㅠ 한진 일가의 경영 문제에 촉각을 곤두 세울 수 밖에 없다. 업계의 생태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단 조 전 부사장은 경영 복귀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잰걸음을 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원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 전 부사장이 (주주 등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는 취지"라며 "이후 일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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