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 8곳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 촉구 성명 발표
대한의사협회 법안 총력 저지 선언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 소비자 실손보험 청구 ‘권익 제고’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금융소비자연맹, 경실련 등 7개 시민단체 대표들이 지난 4월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즉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금융소비자연맹, 경실련 등 7개 시민단체 대표들이 지난 4월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즉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국회에 계류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등의 내용을 담은 '보험법법 일부개법률안'을 두고 시민단체와 대한의사협회가 팽팽한 의견 대립을 펼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에 대한 적극 저지 성명서에 내자, 소비자단체 8곳에서 의견을 모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7일 소비자단체 8곳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소비자와함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이다.

이들 단체는 소비자의 편익 증진과 자원 낭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며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보험업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실손보험의 증빙서류 구비와 청구 절차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청구를 하지 않는 소비자가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 소비자 단체 "국회 통과" VS 의협 "개정안 반대 총력"

소비자단체는 "왜곡된 반대 주장 때문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가 더 이상 미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이번 국회에서 이 안건이 처리 되지 못 한다면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그 불편함을 지속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처지"라며 "이는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3400만 이상의 실손보험 가입 소비자들이 이해당사자의 일방적 싸움에 소비자의 주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선언했다. 지난 2일 대한의사협회는 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해 청구 간소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 저지에 총력을 집중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협회는 간소화 절차가 보험 소비자가  아닌 보험사가 가입자의 질병 관련 정보를 쉽게 획득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개인정보 누출과 악용 소지도 지적했다.

이에 8개 곳의 소비자단체는 이러한 의사협회의 주장을 강력 반박하는 한편 이해당사자로 인해 법 통과가 무산돼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또 ‘종이’ 문서로 의료정보를 전달해야만 보험사의 꼼수를 막을 수 있다는 의사협회의 논리에 대해선 '이해불가'라고 비판했다. 

소비자단체는 "보험사의 배를 불리기 위한 꼼수라는 주장에 대해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의 본질은 환자에게 종이 문서로 제공하던 증빙자료를 환자의 요청에 따라 전자문서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보험사가 질병정보를 새롭게 축적하려고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의료소비자의 정보는 종이문서로 모두 제공되고 있다며 소비자 편익을 위해 전자문서화 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 지난해 법안 발의로 첫 걸음 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은 금융 분야 중 가장 민원이 많은 분야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금융민원 발생 및 처리 동향에 따르면 전체 금융민원은 3만9924건으로 이중 보험 민원은 61.9%인 2만4760건이다.

이중 보험금 산정 및 지급에 대한 민원 비중은 손보사의 경우 41.9%, 생보사의 경우 19.9%나 차지한다. 이렇듯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문제는 하루이틀이 아니라 업계에 지속된 고질적인 문제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 기다려온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문제는 국회 관련 법안이 발의되며 드디어 첫 걸음을 뗐다"며 "제 법은 소비자를 위해 변화하려 하는데 이를 반대하는 일부 이해당사자로 인해 무산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전재수 의원은 '보험법법 일부개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고 의원의  '보험법법 일부개법률안'을 살펴보면 보험소비자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보험계약자가 이용 요양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서류의 전송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실손보험'이 2017년 말 기준 전 국민의 약 66%가 가입할 만큼 보편적인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번거로운 보험금 청구 절차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며 보험소비자들의 편의를 제고해야 한다며 해당 법률안을 제안했다.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목소리 왜 커지나?

'실손보험'은 일상적인 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그 만큼 보험금 청구가 빈번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여전히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직접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발급받고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번거로운 절차로 인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소비자가 발생한다. (사)소비자와함께가 지난 2018년 4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통원치료의 경우 32.1%만이 청구를 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약 70% 정도의 실손보험 가입자는 보험료를 내고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보험소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중의 의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코난테크놀로지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펄스K의 지난 1년 간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실손보험'이라는 단어에 대해 '신생' 국면에 '간소화'가 랭크되었다.  '간소화'가 성장가능성이 있는, 미래 트렌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청구 간소화'를 통해 자신의 질병 관련 정보를 전자문서로 받고 싶어하는 트렌드는 발표 자료에서도 나타났다. (사)소비자와함께가 진행한 관련 조사 결과 응답자 중 97%가 자신의 질병관련 정보를 전자문서로 받아 이를 자산의 건강관리에 사용하기 원한다고 답한 것이다.

삼성화재는 '실손의료보험 다이렉트 청구사업'을 통해 병원 연동 실손보험 즉시청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화재 본점이다.(사진=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는 '실손의료보험 다이렉트 청구사업'을 통해 병원 연동 실손보험 즉시청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화재 본점이다.(사진=삼성화재 제공)

◇ 보험업계, 보험소비자의 실손보험 청구 도와

이미 소비자들은 보험업계에서 내놓는 선제적 서비스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편리성을 알고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3차 진료기관인 대형병원은 이미 시범 시행 중이며, 전자문서 정보 수령으로 다수의 의료소비자가 편리함을 경험을 하고 있다"며 "이미 연말 정산 시 의료비 사용 정보도 전자문서를 통해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사장단회의를 개최하며 소비자 신뢰회복과 가치경영을 위한 자율 결의에 나선 '손해보험업계' 역시 실손의료보험 청구전산화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번거로운 보험금 청구절차로 인해 청구 포기 등 국민 불편 지속되는 만큼  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개별사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보험소비자의 권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KT와 손잡고 ‘실손의료보험 다이렉트 청구사업’을 통해 병원 연동 실손보험 즉시 청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ABL생명은 ‘사고보험금 실시간 지급 서비스’를 통해 설계사 영업지원 태블릿 PC에서 사고보험금 청구와 동시에 보험금을 바로 지급한다.

또, 한국보장보험연구소의 '실비야'는 실손보장 기준이 정리되어 있어, 보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미리 확인해 볼 수 있어 청구가 적절히 이뤄졌는지 자가진단을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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