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서울 명동 지점.
KEB하나은행 서울 명동 지점.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3연임 반대 의사를 전달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8일 일부 정치권과 단체들이 금감원을 관치금융이라고 몰아세우는 것과 관련, “이번 사안의 본질은 채용비리 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함영주 행장의 3연임이 올바른지를 가리는 것 단 한 가지”라며 “지금이라도 함영주 행장 스스로 행장직을 내려놓고 임추위 또한 그를 행장 후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노조가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3연임의 문제를 지적한 금감원에 비난을 쏟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노조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그러했듯이 음지에서 음험하게 정권의 심복을 낙하산으로 내리꽂거나 정부 정책을 강요하려 한 것이 아니라"면서 "이는 금융산업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는 금융감독 당국 본연의 업무라는 점에서 금융감독원이 수행해야 할 지극히 정상적인 내용과 방식의 감독행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간 관치금융의 가장 강력한 통로였던 구두 지시 같은 비공식적인 방식이 아니라 공식적인 경고를 통해 시장에 위험 신호를 알렸다는 점에서도 금융감독원이 수행해야 할 지극히 정상적인 내용과 방식의 감독행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과의 면담에서 함영주 행장 연임의 법률 리스크에 관한 우려를 전달했다. 

금감원이 이처럼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이유는 함영주 행장이 현재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여서 공공성을 우선하는 은행의 수장을 맡기에는 은행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함 행장은 2015년부터 2016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인사 청탁을 받아 9명을 부당 채용한 혐의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 남녀 비율을 4대 1에 맞춰 차별 채용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앞서 하나은행 노조 역시 함 행장의 연임에 반기를 들었다. 업계 전반에서 함 행장의 경영 능력을 근거로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상황에서도 노조의 반발은 거셌다. 지난해 모든 시중은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하나은행의 호실적은 함 행장의 능력 덕분이 아니라 시장의 좋은 조건 때문이라는 것. 

또 함 행장은 2017년 4월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며 2017년 이내 제도통합을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사측이 구 외환은행 직원의 근로자의 날과 가정의 달 보로금을 지급하지 않아 노사갈등을 키웠다는 원성도 사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최순실 씨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특혜대출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은 이상화 전 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은 2016년 2월 신설된 글로벌영업 2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태 회장은 최순실 씨의 부탁을 받은 청와대 측으로부터 이 씨의 승진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국감 현장에서 함 행장은 “이상화 씨를 승진시키기 위해 김 회장으로부터 조직개편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행장으로서 스스로 모든 일을 지시했다”고 시인했다. 김정태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함영주 행장의 임기는 3월 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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