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발상, 글로벌경쟁력, 혁신경영’ 화두제시
-기업들, ‘경제 활력 되찾는데 앞장서야’ 강조
-은행계, 증권업계 ‘자통법’ 앞두고 민감한 대립


2007년 희망찬 정해년(丁亥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 재계는 창조적 혁신과 글로벌 경영으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다짐하고 나섰다. 주요 그룹들이 신년사에서 밝힌 올해 경영 키워드는 ‘창조’, ‘글로벌’, ‘혁신’ 으로 요약 된다.
주요 그룹들의 신년사를 통해 기업들이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재계의 각오와 생존전략을 엿볼 수 있다.
삼성, 현대, LG, SK, 금호 등 주요 그룹들은 지난 2일 오전 일제히 시무식 및 신년하례식을 갖고 이 같은 새해 경영목표와 사업계획을 밝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삼성그룹 이다. 삼성은 지난 5년간 경영 키워드로 내세운 ‘글로벌 경영’ 대신 ‘창조적 혁신과 도전’을 올해 경영 방침으로 삼았다.

삼성, ‘창조적 혁신과 도전’


삼성 이건희 회장은 지난 2일 신라호텔에서 서울지역 임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하례식을 갖고 “안팎에서 밀려오는 도전과 변화의 파고 속에 영원한 1등은 존재하지 않으며, 삼성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미래에 대한 신념과 열정, 창조적 혁신과 도전이 계속되는 한 앞날은 더욱 힘차고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조경영’을 새로운 경영방침으로 제시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아울러 “반도체, 무선통신의 뒤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창조적 발상과 혁신으로 미래에 도전하자”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디지털 시대 1년의 변화는 아날로그 시대 100년의 변화와 맞먹는다”며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신수종 사업을 찾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건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 회장은 “지난 해 에는 전쟁과 테러가 그치지 않는 와중에도 일본과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반면 우리는 제자리걸음을 계속하며 산업 경쟁력마저 약화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매년 신년사에서 한국경제와 삼성의 위기를 경고해 왔으나 이날처럼 한국 경제의 총체적 위기를 지적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대자동차 ‘글로벌 리더 도약의 원년’

정몽구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예년과 달리 비장한 각오와 전략을 제시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새로운 출발과 각오’를 엿볼 수 있다. 정 회장이 새로 선택한 승부수는 ‘시스템 경영’, ‘올바른 노사문화 정착’, ‘양적 팽창에서 질적 도약으로 전환’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정 회장은 “철강에서 완성차에 이르는 각 계열사별로 시스템 경영을 정착시켜야 한다”며 “이를 통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최대한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춰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천명했다.
정몽구 회장은 “시스템 경영을 통해 그룹 전체의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시스템 경영을 단순히 계열사별 특화 전략이 아닌 그룹의 장기 발전전략으로 자리매김 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 회장은 또 신년사에서 직접 노사화합을 언급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노사화합을 최대 승부처로 삼고 있음을 밝혔다. 정 회장은 “노사간 화합을 통해 국민들에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건전하고 합리적인 노사간 대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올바른 노사문화가 정착된 기업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그룹 ‘1등 경영으로 미래 주도’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지난 2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새해 인사모임에서 “올해는 지난 60년의 성과를 기반으로 100년을 넘어서는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고객 가치를 선도하는 ‘1등 경영’을 통해 미래 변화를 주도해 나가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구 회장은 ‘1등 경영’을 위해 ‘한 발 앞서 고객이 인정하는 가치 창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철저한 준비’,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조직문화 구축’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LG브랜드를 새로운 가치창출의 상징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려는 열정과 노력이 그 출발점이며, 고객이 LG의 제품과 서비스를 다시 이용함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작년 그룹 계열사의 실적 부진을 의식한 듯 구 회장은 “5년 전, 10년 전 관행을 고집하며 실수만 하지 않으려는 타성에 젖은 습관이 있다면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한다”고 말하고 “적극적인 도전과 혁신을 권장하고 그 과정에서 학습하고 성장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문화를 하루 속히 정착시켜야 한다”고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SK그룹 ‘도전과 성장의 해’ 강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7년을 ‘자율과 진화를 통해 도전하고 성장해 나가는 해’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SK는 2년 연속, 전 관계사 흑자달성과 최대 매출 실현, 인천정유 본격 가동, 중국사업 기반 확보 등의 성과를 거둔 한해였다”고 평가하고 “2007년은 더 높은 도전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도전과 성장의 한 해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우선 글로벌 경영의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 줄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이어 시스템 경영과 관련해 “자발적, 의욕적 두뇌활용을 통해 우리 행복을 스스로 만들고 키우는 시스템 완성도를 높여가는 노력을 계속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행복경영에 대한 강조도 빼놓지 않았다.
최 회장은 “행복추구는 이제 SK의 경영철학이자 기업문화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며 “협력업체와 상생경영을 비롯해 행복나누기 확산을 더 강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아름다운 비상’ 제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새해 화두로 ‘아름다운 비상’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지난 2일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지난 60년 동안의 저력을 바탕으로 안정 기조를 다지고, 도약 발판을 마련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대우건설 인수에 관해서는 향후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금호그룹이 새로운 60년을 향해 비상하는 데 있어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금호건설과 금호타이어가 베트남 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금호석유화학이 중국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등 해외 진출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다만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서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 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우선 내년도 경영목표인 매출액 21조원, 영업이익 1조8000억 달성을 주문하면서 “이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윤을 극대화하여 법인세도 많이 내고, 주주들에게 배당도 많이 하여, 국가와 주주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재계 총수들 ‘도전과 창의성’ 강조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오늘날 경영 환경의 특징은 빠른 변화이므로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시장을 앞서서 이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발상을 전환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이는 시대를 앞서가려는 열정으로 가득 찬 조직문화 속에서 얻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훗날 수십, 수백 배의 풍요를 기약하며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새해를 맞자”고 독려했다. 또 김 회장은 순혈주의 타파와 창조적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의미하는 ‘하이브리드 경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당부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식품, 홈쇼핑, 영화배급 등 국내 시장에서 확고부동한 1위를 지키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자”고 임직원들을 독려 하면서 “아직 1위에 도달하지 못한 부분은 곧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더욱 분발 할 것을 당부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적극 개척해 국내외 난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천명하면서 “새해의 경제, 경영 환경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 된다”며 “시련이 닥칠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래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 하겠다”고 밝혔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올 해 경영환경도 지난해처럼 어려울 것이라면서 “위기의식을 갖고 경영능력을 높여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경영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권위의식을 버리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에 필요한 실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계 ‘금융안정·수익강화 급선무’

지난 2년 동안 호황을 누린 은행계의 새해 경영 화두는 ‘내실경영’ 이다.
은행장들 신년사의 공통점은 경제를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점이다. 환율 급등과 부동산 거품 등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금융기관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과 수익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나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취약해진 만큼 이에 대한 점검 체제를 구축하고 불안징후가 감지되면 신속하게 대처 하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장들도 신년사를 통해 자산 효율성 관리와 새로운 수익원 발굴, 해외부문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다변화하는 데 비중을 두겠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자산 확대 경쟁 못지않게 올해는 은행 간 수익성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지난해에는 새로운 고객을 모셔와 영토를 넓혔다면 올해는 고객과 더 가까워짐으로써 거래가 늘어나고 수익이 상승하는 내실의 탑을 쌓아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특히 올해는 투자은행(IB) 시장과 트레이딩 부분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당당하게 경쟁해 수익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자본시장통합법’ 지각변동 예고

황건호 증권업협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원안대로 법제화될 수 있도록 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지급결제업무 허용 등을 둘러싼 은행권과의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와 은행업계는 자본시장통합법의 입법을 앞두고 첨예한 대립을 보여왔다.
황 회장은 “지난해가 자본시장통합법 추진의 원년이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법률 제정 이후 대형화·전문화를 통한 생존전략 모색에 직면해 있는 증권 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선진국 사례분석과 벤치마킹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역시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며 “이에 따라 경영환경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돼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의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사장은 특히 “이와 같은 새로운 차원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 상품개발 및 리스크관리 능력 제고, 관련 시스템 구축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자본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7년 새해를 맞아 재계 총수들이 일제히 ‘도전과 창의성’을 역설한 데 대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한 걸음 다가가면서 기업 내부에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직원들의 도전의식을 고취할만한 지원체계와 시스템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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