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김민진 기자] 국내 게임업계의 큰 형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다양한 신작을 선보이며 게임업계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배틀크러쉬’부터 ‘호연’, ‘쓰론 앤 리버티’까지. 연이은 신작 출시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를 지원하는 게임 플랫폼 ‘퍼플(PURPLE)’까지 런칭했다. 최근 엔씨소프트의 행보와 함께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떠오른 퍼플의 특이점을 살펴본다.
변화를 꾀하는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인 ‘리니지’는 당시 기준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 핵앤슬래쉬를 기반으로 하는 호쾌한 게임 플레이, 높은 자유도와 경쟁, 전쟁을 소재로 한 독특한 시스템으로 큰 사랑을 받은 게임이다. 한국 MMORPG 시대의 시작의 알린 게임이자 199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에 빛나는 ‘리니지’는 단순히 흥행에 성공해 엔씨소프트의 부흥을 알린 게임이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게임계의 판도를 뒤흔든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리니지’의 흥행에 성공한 엔씨소프트는 이후, ‘리니지’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파생작과 ‘블레이드앤소울’이라는 걸출한 무협 RPG를 출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엔씨소프트는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리니지’ 형태의 게임만을 출시할 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지 않았다.
‘리니지2’, ‘리니지M’, ‘리니지W’ 등 엔씨소프트를 대표하는 게임은 대부분 전쟁과 경쟁을 소재로 하는 게임이었고 과금을 유도하는 특유의 BM은 언제나 변하지 않았다. 엔씨소프트가 출시하는 거의 모든 게임들은 경쟁을 유도하는 시스템이었고, 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금을 해야만 하도록 BM이 설정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가챠를 기반으로 하는 이러한 독한 BM이 엔씨소프트만의 특징이었지만, 추후 중소 게임사들이 ‘리니지’의 BM과 그래픽, 시스템을 모방한 소위 ‘리니지라이크’ 형태의 게임을 우후죽순 출시해 ‘리니지’는 새로운 장르가 되고 말았다. 독한 BM과 지나친 과금 유도, 방만한 경영과 끊임없는 자기복제 등으로 인해 엔씨소프트는 게이머들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
엔씨소프트는 추락한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2020년대부터 꾸준히 새로운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2023년에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부터 2024년 6월 출시한 ‘배틀크러시’, 8월에 출시한 ‘호연’에 이르기까지. 엔씨소프트는 기존의 ‘리니지라이크’의 특징이었던 독한 BM을 대폭 줄이거나 변형한 새로운 형태의 게임들을 연달아 내놓으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 이어진 온라인 게임 플랫폼 퍼플의 서비스 확장 역시 이런 변화의 일환이었다.
한국형 스팀으로 거듭…엔씨소프트의 도전, 퍼플
다수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대형 게임사는 자사의 게임을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 자체 게임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퍼플 역시 본래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다양한 게임을 PC, 모바일 환경에서 크로스플레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임 플랫폼이다. 그런데 엔씨소프트가 지금까지 자사의 게임만을 서비스했던 퍼플에서 글로벌 파트너사의 게임을 PC로 즐길 수 있도록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퍼플의 첫 PC 게임 배급 파트너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다. 퍼플 런칭 이후, 소니의 독점 게임이었던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마블스 스파이더맨 리마스터’, ‘마블스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 등 4종의 게임이 퍼플 스토어에 매주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런칭 기념 할인행사도 진행된다.
퍼플은 PC에서 상기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며, 채팅 연동과 보이스챗, 푸쉬 알림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여러 대의 PC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도 있고, 게임 플레이를 친구나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게임 플랫폼이 단순히 다양한 게임을 출시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는 것과 달리, 게임 플레이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인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설명이다. 출시를 맞아 신규 타이틀 4종의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리뷰 이벤트와 SNS 공유 이벤트도 진행한다.
유명 게임사가 자신들의 자본과 인력을 기반으로 게임 플랫폼을 운영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는 안정적으로 게임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글로벌 게임 서비스 플랫폼인 스팀이나 에픽 게임즈를 통해 트리플 A급 게임을 구매하고 있는 형국이다.
퍼플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요소는 안정성과 추가되는 게임의 리스트다. 다양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 플랫폼의 특성상, 최적화가 중요하며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AAA급 게임의 가짓수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엔씨소프트의 퍼플이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한국형 스팀의 명성을 거머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