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프랑스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1]
[사진= 프랑스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1]

[소비자경제=김민진 기자] 올해는 미국의 제47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선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결 구도를 보이던 대선 정국이 바이든의 사퇴, 트럼프 총격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트럼프와 해리스 부통령의 대결로 분위기가 잡혀가는 가운데, 에너지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6년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당시 에너지 업계의 주류와 정반대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치성향을 가진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모르지만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바이든이 설정한 에너지계의 기준과 관계법령, 규제 정책이 모두 바뀌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트럼프는 왜, 글로벌 대세가 된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부정적인 것일까?

[사진=언스플래쉬]
[사진=언스플래쉬]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부정적인 트럼프

2019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유엔에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리고 1년 후 통보한 지 1년 만에 미국은 실제로 파리기후협약을 공식 탈퇴했다. 파리기후협약은 2016년 11월부터 발효된 글로벌 협약으로 교토의정서가 만료된 후 이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협정이었다.

종료 시점이 없는 글로벌 협약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0을 목표로 해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자는 약속을 담은 협약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후변화 협약인 파리기후협약에는 전 세계 195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협약에 비준하는 것은 곧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에 대다수의 국가가 협약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글로벌 기준처럼 통용되고 있는 파리기후협약이지만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기후변화는 날조된 것”,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는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정치적인 메시지로만 이해했지, 이를 실현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고 몇 년 동안은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퇴임을 1년 앞둔 시점에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규제가 미국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고, 다른 온실가스와 관련한 규제도 시종일관 완화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기후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는 기후 정책의 대부분이 기업의 규제로 이어지고, 이것이 미국 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가 몸담고 있는 공화당의 주요 기부 단체가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기업이라는 특이점도 존재한다.

트럼프의 기후 정책 관련 규제 완화는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부임하면서 대부분 무효화되었다.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했고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라는 평이 자자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을 시행하면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기후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수많은 에너지 정책들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트럼프와 친환경 에너지 정책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TV 토론에서 “파리 협정이 미국의 돈을 뜯어가는 바가지이자 재앙”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파리 협정을 재차 탈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지금의 IRA에 있는 청정차량 보조금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죽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대통령이 되면 첫날, IRA에 규정된 세액공제 혜택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그가 할 수 있는 기후 정책 규제 완화 조치는 무엇일까? 아무리 트럼프라고 해도 이미 시행되고 있는 IRA를 전면 폐기할 수는 없다. 여기에 그가 공언한대로 IRA를 크게 수정하고 싶다면 상원과 하원 의회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이 과반의석을 여유있게 확보해야만 한다.

가정에 가정을 더한 미래지만,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한국의 에너지 업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일단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트럼프의 공약대로 청정차량 보조금에 대한 혜택이 폐기된다면 미국 내에서 전기차 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미국 전기차 회사에 배터리와 반도체를 납품하는 한국의 배터리 제조업체의 매출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초선일 때 시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석탄, 석유 기반 산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자동차 연비 기준을 낮추는 등의 정책은 친환경을 추구하는 국내 에너지 기업에게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바이든 행정부에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트럼프가 당선되어도 그대로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이다. 10년간 1.2조 달러 예산을 투자하는 이 법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사업이지만, 양원 의회를 통과하면서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냈다.

이 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미국에서 가동된 지 40년 이상 지난 노후한 도로, 교량, 항만, 상수도, 전력망 등 물리적 인프라에 대한 개보수다. 보수와 함께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전력망 현대화 작업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 지점에서 한국의 전력 인프라 구축 전문 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국내 일부 전력 인프라 구축 전문 기업은 북미 지역에서 수주 금액이 늘어나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높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대선 후보로 등장한 해리스와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온도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향후 에너지 산업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기에 대선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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