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뿌리 사태 맞물린 ‘푸리나’ 캐릭터의 원화가 의혹
2번의 트럭시위 이후 업데이트 방송 채팅창 페쇄 논란 떠올라

원신 유저들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곳곳에 비행선을 띄워 시위에 나섰다. [사진=김연주 기자]
원신 유저들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곳곳에 비행선을 띄워 시위에 나섰다. [사진=김연주 기자]

[소비자경제=권찬욱 기자] 서울 마포구 티바트타워 상공과 사당역 인근 등에서는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원신 유저들의 비행선이 띄워졌다. 비행선에는 ‘혐오 표현 방치 말고 개선 의지 내비쳐라’·‘뉘우쳐라 고객과의 소통 없는 기업’ 문구가 작성되어 있었으며, 해당 비행선 주변으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비행선을 통한 시위는 최근 국내 게임업계를 뒤집어 놓은 스튜디오 뿌리 사태와 관계가 깊다. 당시 여러 게임에서 남성혐오 표현이 발견되는 가운데 원신에서도 문제가 될만한 안건이 발견이 됐고, 이후 사건이 점점 커져가면서 나름 유저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일만한 사실들이 알려졌음에도 호요버스 측에서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왜 원신 유저들이 시위에 나서게 되었는지, 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알아본다. 

사건의 발단이 됐던 원신의 PV장면. [사진=원신 공식 유튜브 채널 캡쳐]

인기 캐릭터 ‘푸리나’의 원화가는 그 인물? 의혹으로 시작된 논란

사건의 시작은 스튜디오 뿌리로 인한 국내 게임 업계의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달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호요버스는 원신의 신규 PV의 제작비화를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으며, 해당 영상에는 원신의 인기 캐릭터이자 스토리상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푸리나’의 컨셉아트 작업 모습이 담겼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푸리나의 원화가가 과거 국내에서 남성혐오로 논란을 일으켜왔던 일러스트레이터 A씨가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다른 유저들을 비롯한 원신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의견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이후 지난 6월 내부 유출 사건으로 공개됐던 푸리나의 컨셉 원화와 여러 정황들, 그리고 각종 요소들이 재발견되면서 A씨가 맞다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신의 개발사인 호요버스가 자사의 게임을 서비스 중인 각국에서 많은 논란들이 있어왔음에도 대부분 무대응으로 반응해왔던 것도 있고, 애초에 남성혐오를 동반한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논란이 국내에서만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해당 논란은 “이야기 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 속에 사그라드는 추세였다. 

유저들은 발견한 트윗을 토대로 중국 공안에 이를 신고하기도 했다. [사진=원신 아카라이브 채널]

중국 유저들의 분노로 이어지다

그러나 해당 사건이 중국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고, A씨의 계정에서 발견된 또다른 트윗(트위터 글)들이 중국 내에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된 트윗들은 반중 및 양안관계와 공산당에 관련된 트윗들이었으며, 중국 내에서 절대로 하면 안되는 발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트윗을 접한 중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해당 트윗이 정말 사실이냐고 되묻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또 해당 트윗을 직접 확인했던 중국인은 “발언 수위가 너무 높아 가져올 수가 없을 정도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기에 반중 발언 외에도 인종차별적인 발언 등 수많은 트윗들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겪게된다. 한중 양국의 원신 유저들은 관련 내용을 서로 공유했으며, 중국 커뮤니티에서는 A씨의 웨이보 계정을 찾아 공격하거나 비판적인 댓글이 달리는 등 날선 반응이 이어졌다. 여기에 중국 공안에 해당 발언들을 신고했다는 글도 다수 게재됐다.

그러던 와중 중국 유저들의 입을 통해 중국 내 원신과 관련해 일어난 각종 사건 사고들과 여러 쟁점에 대한 이야기가 한국 쪽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렇게 전달된 쟁점 중에서는 수년 전부터 중국 내에서 논란이 되어 온 것도 있었고, 진위 여부가 의심스러운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전달한 중국 유저들은 호요버스 측에서 각종 사건사고에도 유저들과의 소통에 나서는 모습이 없었다면서, 한국 유저들에게 호요버스가 유저들과의 소통에 나서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원신 유저들은 12월 초 2번의 트럭 시위에 나섰다. 사진은 2차 트럭 시위 당시 신촌 하나로 마트앞 트럭의 모습이다. [사진=원신 아카라이브 채널]

비행선 이전에 트럭이 있었다

중국 유저들의 도움 요청이 이어지면서 국내 원신 커뮤니티에서는 국내 게임 유저들이 자주해왔던 시위 방식 중 하나인 트럭 시위에 나섰다. 

처음 시위는 12월 3일에 각각 ‘Anime X Game Festival 2023(AGF 2023)’ 진행되고 있던 킨텍스 제1전시장과 원신 카페가 있던 티바트타워(서울 마포구 소재)에서 진행됐다. 해당 시위는 원신 유저 2명이 각각 사비로 트럭을 구매해 진행되었으며, 킨텍스 쪽 트럭은 문제가 있어 계획된 동선을 운행하지 못하고 행사장 앞 주차장에서 진행했다. 

이후 12월 5일에는 총대진(유저 대표단)이 구성되어 2차 트럭 시위에 들어갔다. 시위를 위한 모금은 시작 약 20분 만에 600만 원이 모금되었으며, 다음날인 6일 오전 11시부터 신촌과 홍대 등을 돌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기도 했다. 

이러한 시위 영상은 삭제되기는 했으나 중국 커뮤니티에도 게재되었으며, 시위 소식이 여러 게임 커뮤니티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효과를 낳았다. 

호요버스는 8일 원신  4.3 버전 ‘장미와 화승총’의 특별 방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해당 방송에서 채팅창을 막는 행위로 인해 논란을 더욱 크게 키우게 된다. [사진=원신 한국서버 공식 유튜브 캡쳐]

불에 기름을 부은 호요버스의 업데이트 방송

이런 상황에서 호요버스는 8일 원신  4.3 버전 ‘장미와 화승총’의 특별 방송을 진행하게 된다. 당시 해당 방송에서는 신규 캐릭터 ‘나비아’가 소개됐으며, 이와 관련된 콘텐츠들과 업데이트 기념 리딤코드(쿠폰), 이벤트 등이 소개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에 대한 언급은 아쉽게도 없었지만, 어차피 녹화방송이었기 때문에 질문을 하더라도 답해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해당 방송 중 채팅창이 봉쇄된 것이 문제였다. 유저들은 소통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소통의 자그마한 창구마저 막아버린 것이다. 그런 상황에 방송 중에는 “피드백을 항상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와 유저들의 조롱을 받았다. 

여기에 이벤트 소개 중 언급된 ‘불쌍한 하청직원’이란 말이 논란이 됐는데 한국과 중국 유저 모두 해당 언급이 관련 논란을 의식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새로 공개된 일러스트에서의 일부 캐릭터 손모양마저 남성혐오의 상징인 ‘그 손가락 모양’처럼 보인다는 일부 유저의 의견마저 제시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해당 방송으로 인해 원신의 구글 플레이 스토어 평점은 23일 기준 1.8점대까지 꾸준히 떨어지게 됐으며, 호요버스가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소통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게된 유저들이 비행선 시위에 나서게 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됐다. 

지난 21일 서울 티바트타워 인근에 띄워진 원신 유저들의 비행선의 모습. [사진=김연주 기자]
지난 21일 서울 티바트타워 인근에 띄워진 원신 유저들의 비행선의 모습. [사진=김연주 기자]

그리고 진행된 비행선 시위

비행선 시위를 위한 모금은 13일 오후 7시 시작되었으며, 모금시작 20분 만에 1600만 원이 모금됐다. 이후 총대진은 14일 비행선의 출항일자와 출항지역을 공개했으며, 이후 21일부터 비행선 시위를 시작하게 됐다. 21일에는 티바트타워 인근, 22일에는 사당역 인근에서 시위가 진행되었으며, 23일과 24일에는 신촌역과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시위가 진행됐다.

총대진은 “호요버스 한국 지사의 지속적인 소통 부재에 대해 규탄한다”면서 “혐오 표현 반대에 대한 호요버스 입장과 뿌리 사태에 관한 한국 지사의 대응책, 유저의 불만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또 호요버스에 어떠한 형태로든 이에 대해 응답하고 현 상황을 개선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호요버스 코리아는 시위가 시작되자 실시간 채팅창을 닫은 사실에 대해 유저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으며, 이후 방송 중 채팅창을 닫게 될 경우 사전 공지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저들은 논점이 채팅창 페쇄뿐만이 아니라면서 시위의 원인이 되었던 논란들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2일 신규 게임 규제를 발표했다. 해당 규제에는 미성년자의 가챠 금지와 각종 과금 유도 시스템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사진=중국 국가신문출판서]
중국 정부는 지난 22일 신규 게임 규제를 발표했다. 해당 규제에는 미성년자의 가챠 금지와 각종 과금 유도 시스템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사진=중국 국가신문출판서]

갑작스런 중국내 게임 규제, 유저들은 호요버스의 타격을 기뻐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정부에서 갑작스럽게 발표된 게임 관련 규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내용은 중국내 게임의 과도한 과금 유도를 제재하기 위한 것으로, 미성년자의 가챠(뽑기)를 금지하고, 시즌 패스 형태의 상품 판매 금지와 초회 결제 보너스·연속 충전 보너스 등 각종 과금 유도 시스템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내 게임사들의 주가는 폭락했으며, 국내 게임사들의 주식 역시 하락을 겪었다. 이는 중국의 법률 특성상 사실상 공표·시행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으로, 해당 법안이 실행되면 게임 업계가 대대적인 BM의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일부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너무 강력한 규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 없어지거나 게임업계가 너무 큰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중 캐릭터·무기의 가챠식 판매 금지 조항은 원신과 붕괴:스타레일 등 호요버스의 게임들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는 최근 몇년간 중국 내에서 자녀의 게임 과금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거나 패가망신한 가정에 대한 뉴스가 종종 보도되었기 때문으로, 해당 사례들에 등장했던 게임 중 하나가 원신이었다. 게다가 호요버스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소통을 진행하지 않아, 중국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신 유저들은 호요버스의 타격을 축하하며 중국 정부의 규제를 옹호하거나, 아예 더 강한 규제를 해달라며 환호하는 분위기를 비치고 있다. 이는 유저들이 호요버스의 소통 부재에 지치기도 했고, 그간의 사건들로 더이상 신뢰를 주기 어렵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호요버스가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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