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발생 매년 ‘2배’ 증가, 충전소 2차 화재 위험성 무시 못해
영업배상책임보험 가입된 경우만…의무 규제·제도 없어 보상 어려워

지난 4월 강원 춘천시 서면 한 전기차충전소에 주차된 소울 승용차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강원 춘천시 서면 한 전기차충전소에 주차된 소울 승용차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양하임 기자]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 국내 전기차 충전소가 안전보장대책을 뒤로한채 꾸준히 증가해 우려를 사고있다.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방침은 전기차 시장의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2022년 국내 친환경차 누적등록 대수가 150만 대를 돌파했다. 이 중 전기차는 39만 대로, 재작년 대비 70%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인다. 전기차 충전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집계된 전기차 충전시설의 수는 19만 1514대이며, 2021년의 약 2배다. 

연도별 전기차 및 전기차 충전시설 등록 추이를 나타낸다. [자료=국토교통 통계누리, 무공해차통합누리집 시스템]
연도별 전기차 및 전기차 충전시설 등록 추이를 나타낸다. [자료=국토교통 통계누리, 무공해차통합누리집 시스템]

의무적 책임보험 규제, 제도 부재…피해자 과실이면 구제 대책 無

그러나 현재 전기차 충전소는 소위 ‘소비자 안전 보장 사각지대’다. 보험가입 의무가 없어 사고 발생 시 피해자와 사업자의 과실 여부에 따라 처우가 다르다. 

먼저, 피해자의 억울한 무과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된 충전소인 경우’에만 피해규제를 받을 수 있다.

‘영업배상책임보험’이란 사업 공간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피해 대상에게 지급해야 하는 손해배상금 등을 말한다. 이는 영업배상책임보험을 의무 가입 대상인 주유소, LPG 충전소, 수소충전소 등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가장 문제는 피해자 과실 사고인 경우 아무런 구제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의무적 책임보험 규제가 없거니와, 사업자의 배상액 부담능력을 사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제도도 없다.

재난위험을 가진시설물에 대한 재난취약시설 의무보험 현황이다.  [자료=보험연구원, 전기차 충전소 사고의 피해자 구제 방안 리포트]

반면, 주유소의 재난안전의무보험은 대인 1억 5000만 원, 대물 10억 원이 보장된다. LPG 충전소와 수소충전소의 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은 대인 8000만 원, 대물 3억 원이 사고가 발생하면 지급된다.

심지어 주유소 재난배상책임보험은 사업자의 책임이 불명확한 사고까지 보상하는 무과실 책임주의를 적용해 사고 발생 시 신속한 피해자 구제가 가능하다.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 매년 2배씩 증가정작 재난취약시설 대상은 不

전기차 화재는 매년 두 배 가량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의 ‘최근 3년간 연도별 전기차 화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화재는 총 44건 발생했다.

앞서 2020년은 11건, 2021년은 24건이 발생해 매해 두 배가량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장소별 화재 건수 중에서는 ‘충전 등을 위해 주차 중에 발생한 화재‘가 29건(36.7%)에 달한다. 

전기차 화재의 주된 원인은 배터리 온도의 비정상적인 상승이다. 특히, 지하주차장과 같은 폐쇄적 장소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에 장시간 주차를 할 경우 2차 화재 피해의 위험성을 높인다.

또한, 소방차 진입의 어려움 등 지상보다 어려운 화재 대처로 상대적으로 큰 인명·재산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기차로 인한 많은 피해사례와 위험요인에도 전기차 충전소는 재난취약시설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무과실 책임보험 의무화, 가입 대상 재난 취약 시설 추가 등 이루어져야...안전 대책 마련 先

보험연구원은 “전기차 충전소 사고는 책임소재 규명이 어려운 반면, 피해자와 피해 내용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피해자에 대한 무과실책임보험 의무화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충전소를 주유소와 마찬가지로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의무보험 가입 대상 재난취약 시설에 추가하거나 ‘전기안전 관리법’에 사업자의 보험가입을 명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외형적인 성과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안전 대책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소 무과실책임배상보험 의무가입을 조속히 추진하고, ‘전기안전 관리법’ 내 사업자 보험가입을 명시하는 등 피해자 보상체계 확립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입을 모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인 잘못이 아닌 사고가 발생함에도 ‘운’이 좋아야 보장을 받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미 많은 피해사례들이 전기차 충전소의 위험성을 증명하듯 정부정책적 측면에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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