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 1년 이내인 차량 중 주행거리가 2만㎞ 이내인 경우만 교환 가능
상용차는 생계용으로 주행 거리 길어 해당 안되는 경우 많아

소비자주권이 레몬법을 지키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 중국업체 중 하나인 동풍소콘의 마사다 1톤 트럭. [사진=동풍소콘]
소비자주권이 레몬법을 지키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 중국업체 중 하나인 동풍소콘의 마사다 1톤 트럭. [사진=동풍소콘]

[소비자경제신문=권찬욱 기자]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이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제도(이하 레몬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상용차에 대한 제도 개선을 시급히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은 16일 “레몬법의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상용차(화물차)는 정작 레몬법 수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상용차는 일반 차량보다 주행 시간과 주행거리가 훨씬 길다. 이로 인해 레몬법 적용요건인 ‘구입 1년 이내, 2만㎞ 초과까지만 유효’ 기준을 금방 충족해 결함이 발생해도 제대로 교환·환불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소비자주권은 “상용차는 업무 특성에 따라 ‘윙바디’ 등 특수한 장비를 설치하는 경우도 많은데, 결함 원인을 차량하자가 아닌 장비 설치 문제로 떠넘기는 경우도 다반사다”면서 “상용차 업체 중 권고사항에 불과한 ‘레몬법’을 적용하지 않는 곳도 많아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자동차관리법’ 제47조의 2에 따르면 신차에 중대결함이 두 번, 일반 하자가 세 번 이상 발생할 때 차량 구매자가 제조사에 교환·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구입 1년 이내인 차량 중 주행거리가 2만㎞ 이내인 경우만 가능하다.

‘자동차관리법’ 제47조의 2 조항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관리법’ 제47조의 2 조항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이 때문에 상용차는 연평균 주행거리도 일반 승용차에 비해 상당히 길어 이런 조건은 차량 구입 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다.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KOTI)이 발행한 ‘물류브리프 Vol14. No3’ 자료에 따르면, 운행기록장치(Digital TachoGraph)를 장착한 5만 9296대의 상용차 중 3분의 2(64%)에 해당하는 3만 7892대는 한 달에 평균 16일 정도 일하고, 1대당 한달 평균 6179km를 주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에 약 206km를 운행하는 것으로, 이를 연간 주행거리로 환산하면 약 7만 4112km에 육박한다. 특히 운전시간이 가장 긴 상위 5% 상용차 운전자의 경우는 월 1만 2927km, 하루 431km로 연간 15만 5124km를 운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주권은 해당 자료를 토대로 “대형 트럭, 트랙터, 버스와 같은 상용차는 일반 승용차 대비 차량 가격이 높아 중대결함 발생 시 수리비가 만만치 않다”면서 “운송업에 종사하는 소비자들은 수리기간 동안 차량을 사용하지 못해 생계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이 것이 상용차 소유자도 레몬법을 쉽게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한 이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소비자주권은 상용차 브랜드 중 판매계약서에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규정을 명시하지 않은 브랜드가 많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이 지목한 국내에서 레몬법을 도입하지 않은 완성차 브랜드는 타타대우·만트럭·다임러트럭코리아 등으로, 최근에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인 동풍소콘이나 BYD·하이거·스카이웰 등 중국산 버스 브랜드도 대부분 한국형 레몬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은 “이들 업체는 계약서에도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제도’ 등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 시장에서 영업하고 있음에도, 한국 소비자의 권리는 외면한 채 수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고 비판했다. 

소비자주권은 이같은 문제들의 원인으로 한국형 레몬법이 미국과 달리 권고사항인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반복적인 결함이 발생해도 전문성이 부족한 소비자가 이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보상받을 확률은 높지 않다.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한편 국토부는 지난 1월 레몬법에 대해 △‘조정’ 제도 도입, △‘중재규정’ 수락시기 일원화, △교환·환불 요건 ‘자가진단시스템’ 구축, △중재절차 대리인 제도 도입, △‘지역 순회 중재부’ 설치·운영, △중재 판정사례 공개 등을 포함한 개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소비자주권은 “조정신청은 중재신청 요건과 구분해 신청 요건을 완화해야 하고, 출고 6개월 이후 발생한 결함에 대해 소비자가 입증하는 불합리한 제도도 개선해야 하지만 이런 핵심 내용들은 여전히 빠져 있다”면서 “교환·환불 여부를 결정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 심의위원회’도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하지 않아 법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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