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축산물 가격 내리고 가공식품은 가격 상승
“향후 불확실성 높아”…“둔화 흐름 뚜렷해질 것” 전망 상반
[소비자경제신문=권찬욱 기자] 2월 물가 상승률이 석유류와 축산물 가격의 하락으로 약간 둔화됐다. 그러나 최근 직면한 문제 중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한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여전히 최대폭의 상승을 기록해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은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6일 ‘2023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내고,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로 전년 동기 대비 4.8%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보다 상승률이 0.4%p 떨어진 수치로, 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약 10개월만이다.
2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둔화한 것은 석유류와 축산물 가격이 내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석유류는 1.1% 하락했으며, 2021년 2월(-6.3%) 이후 2년 만에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경유(4.8%)와 등유(27.2%)는 올랐지만 휘발유(-7.6%)와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5.6%)가 하락했다.
축산물은 2.0% 하락했으며, 이는 2019년 9월(-0.7%) 이후 3년 5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하락이다. 품목별로는 국산 쇠고기(-6.1%), 수입 쇠고기(-5.2%)가 내렸으나 닭고기는 16.4% 상승했다.
그러나 가공식품은 10.4% 올라 전월(10.3%)보다 상승했으며, 2009년 4월(11.1%)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다. 빵(17.7%), 스낵 과자(14.2%), 커피(15.6%)도 물가가 올랐다.
문제는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가 물가 상승세에 일조하고 있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은 28.4% 올라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기료가 29.5%, 도시가스료가 36.2%, 지역 난방비가 34.0% 각각 올랐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지난 1월에도 28.3%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상수도 요금을 올리면서 2월에는 전월보다 상승률이 0.1%p 더 올랐다.
여기에 서울과 대구의 택시요금 인상이 공공서비스 요금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전월(5.0%)보다 상승 폭이 낮아졌으며,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0%, 생활물가지수는 5.5% 올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같은 소비자 물가 동향에 대해 “이달 외식 등 개인서비스 상승률이 소폭 둔화하는 등 작년 하반기부터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모습이다”면서 “반면 중국 경제활동 재개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움직임도 보이는 등 여러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잠시 주춤하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다”면서 “부문별로 불안 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2월 물가에 대해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3월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 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 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후에도 소비자물가는 연중 목표 수준(2%)을 웃도는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