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게임물 등급분류 사후관리 시스템’ 비위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 결과를 49페이지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권찬욱 기자] 지난해 하반기 국내 주요 모바일 게임의 재심의로 촉발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관련 논란 중 국민 감사가 청구되어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게임물 등급분류 사후관리 시스템(이하 GMS)’의 비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밝힌 의혹의 진실

감사원은 지난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게임위 비위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 결과를 49페이지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위가 GMS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사업 검수 및 감리를 허위로 처리했고, 이를 통해 최소 6억원의 예산이 손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게임위 전 팀장급 인사인 A(현재 한국조폐공사 재직중)씨가 GMS 구축 사업 당시 검증용역을 실시하기 위한 과정에서 특정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혜를 주었고, 구입계획의 최종 결재가 완료되기 전인데도 미리 대금을 지급하거나 유효시간의 경과로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등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확인했다.

여기에 더해 A씨는 계약조건 및 내용이 모두 이행되지 않았는데도 ‘모두 이행했다’는 의견을 달아 검수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다. 작성된 검수 보고서는 현 게임위 사무국장 B씨에게 제출되었으며, B씨는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하고 보고서를 통과시키고 대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후에도 A씨와 B씨는 사업기간을 연장하거나 허위 정산 보고서를 결재해 차년도 보조금을 지급받는 등의 행위를 저질렀으며, 이후 2020년 언론 보도를 통해 GMS와 관련된 의혹이 붉어지자 해명자료를 만드는데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게임위에 B씨를 정직 조치할 것을 요구하고, 조폐공사에 재직 중인 A씨의 비위사실을 통보하라고 주문했다. 또 감사원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 통제를 철저히 할 것을 게임위에 주문했다. 

[사진=권찬욱 기자]
게이머들은 지난해 10월 29일 국회 앞에 모여 게임위의 비위를 조사해달라는 국민감사 청원에 서명했다. [사진=권찬욱 기자]

게이머들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시작일뿐”

이러한 감사원의 결과는 공개되자마자 주요 게임 커뮤니티와 누리꾼 사이로 퍼져나갔으며, 여러 게임 인플루언서 등이 해당 문건을 두고 분석에 나섰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그 규모에 놀라면서도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상상이상의 조사 결과 내용에 경악하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나머지 비위 의혹들도 철저하게 조사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는 한편, 일각에서는 사건의 원인이었던 게임물의 등급 분류가 정상화되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우리가 서명하러 서울로 간 그 시간이 정말 아깝지 않은 결과였다”면서 “다만 사건의 시작이 게임위의 등급분류였던 만큼, 이제는 게임을 즐기는 국민들에게 그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게이머들의 국민감사청구는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게임위가 블루아카이브 등 주요 모바일게임의 재심의를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이머들이 적극적으로 게임위에 대한 항의와 함께 게임위와 관련된 기록을 살펴보던 도중 GMS 관련 비위 의혹 언론보도가 다시금 주목을 받았고, 이에 누리꾼들이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여러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후 이상헌 더물어민주당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주도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감사 청원을 위한 서명을 받았다. 이에 게이머들은 전국에서 몰려들었으며 불과 1시간도 되지 않아 청원 인원 요구치인 300명을 채우고, 이날 하루에만 5489명이라는 서명인원이 채워졌다. 이외에도 국회의사당 주변으로 서명을 하기 위한 인파가 몰리면서 해당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기를 바란다는 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상헌 국회의원은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개인 블로그를 통해 서명에 참가해준 게이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상헌 의원은 “보수적인 게임 검열과 규제로 일관하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정작 기관 내부는 곪아 썩어가고 있었다.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게임 이용자가 감당해야만 했다”면서 “이번 감사는 비리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전면적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상헌 의원실은 총 5489명이 국민 감사 청원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사진=이상헌 의원실]
지난해 10월 이상헌 의원실은 총 5489명이 국민 감사 청원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사진=이상헌 의원실]

게임위 “감사원 처분요구에 대한 철저한 이행 추진”

게임위는 다음날인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보고서에서 요구한 A·B씨의 처분 요구에 대해 철저한 이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위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감사원 처분요구에 따른 후속 조치를 신속하고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면서 “아울러 감사원 감사결과와 별개로 현재 본부장 전원 본부장보직 사퇴, 재무계약팀 신설 등 재발방지에 대한 자체적인 혁신방안 역시 추진한다”고 말했다. 

게임위는 감사원 처분요구 이외에 자체적인 조직혁신 방안으로 인적 쇄신 및 책임경영 실현을 위해 위원회 본부장 전원(3명)이 현재 맡고 있는 본부장보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퇴하는 본부장급 인사는 ▲김진석 경영기획본부장 ▲이상현 게임물관리본부장 ▲김범수 자율지원본부장이다.

또 유사한 비위행위가 재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재무계약팀을 신설해 사업계획·계약체결·사업검수·결과보고 및 자금집행 등 위원회 사업 전 단계에 대한 관리와 검증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은 “감사원 처분 요구사항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면서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위원회 내부의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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