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거래 끊기고 겨울철 비수기까지 겹쳐 시세 하락
일각 재고 과잉도 우려…“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수도”
전문가, “정상화 될때까지 진입 보류해주는 게 맞지 않나”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중고차업계가 시세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차 공급난으로 덩달아 올라가던 상황과는 완전히 반대인 상황이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14일 소비자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금리가 오르면서 할부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졌고, 겨울철에는 기존에도 판매량이 적은 시기다보니 어렵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여기에 중고차업체 자체의 수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 중고차 매매업체는 지난해와 비교해 0.4% 감소한 6275곳(3월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5년 이후 17년만의 일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2023년 중반기까지 상황이 지속될 시 문 닫는 곳이 확연히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관계자는 최대 3년간 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큰 변화는 없지만 중고차 매매사업을 그만두고 있는 사람이 조금씩 생겨나는 추세다”면서 “원래 중고차 시장은 포화상태였는데 고금리가 계속되고, 거래마저 막히다 보니 간신히 유지했던 업체들이 문을 닫게 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중고차 할부 금리는 현재 법정 최고 수준(연 20%)까지 인상된 상황으로, 여기에 캐피탈 업체들까지 여신 한도를 낮추면서 기존 중고차를 구매하려던 고객들까지 포기하는 사례가 보고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고차의 가격 또한 낮아지고 있다. 최근 직영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는 지난 5일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출시 12년 이내 740여개 모델의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12월 전기 중고차 시세가 최대 8%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케이카는 현대 아이오닉6는 전월 대비 8.4%, 기아 EV6는 7.6%,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은 5.6% 각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지난 8월 강남역 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침수로 매물 수만대가 한꺼번에 시장으로 쏟아졌고, 기존처럼 연말에 맞춰 중고차 재고가 또 추가되면서 재고 과잉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는 현대 글로비스의 낙찰률은 지난달 동안 44%에 불과했다. 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채권문제까지 같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중고차는 캐피탈 돈을 활용해서 사게 되는데, 경기가 어려워지고 채권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캐피탈 업체에서 재고금융 해주는 비율을 50%를 삭감한 상태다. 즉, 50%밖에 담보제공을 안해주니 판매추이가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이러한 상황이 최소 2023년 상반기까지 갈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러한 재고 과잉이 오히려 중고차업계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전통적으로 11월 말부터 12월까지 대기업 임원 등이 연임과 신규 발령 등을 통해 새로운 차량을 배정받으면서 중고차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해당 기간은 가격 하락이 늘 있어왔는데, 이번에는 고금리까지 플러스됐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 상황에 대기업이 진입할 경우 중고차 업계가 압사당할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의 중고차매매업 참여는 오는 1월 1일부터 가능하며, 현재 현대차와 기아가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정부가 고려해준다고 한다면 대기업의 중고차진출이 인프라구축외에는 크게 비용이 들어간게 없다는 전제하에 금리가 안정화되어 중고차시장이 정상화 될때까지 진입을 조금 보류해주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생각보다 대기업의 진입이 늦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월 1일부터 영업 행위를 하려면 최소한 매장이 있거나 관할 구청에 등록을 해야 되는데 아직 그런 사례가 없다”면서 “대기업이 5년 이내 10만 km의 무사고 차만 중고차로 판다고 했는데, 최근 금리 인상으로 신차마저 취소하고 있는 고객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분들은 자본 여력이 많다고는 볼 수 없어, 기존 차를 대기업에 판매하는 것 보다는 헤이딜러같은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 더 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