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8일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발표
주거환경 비중 높이고 조건부재건축 범위 대폭 축소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약 5년 만에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등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웠던 대단지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의 후속조치로 지난 8일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재건축의 첫 관문에 해당하는 절차로서, 국민의 주거환경에 관한 눈높이에 맞춰서 재건축이 진행될 수 있도록 이미 지난 2015년 5월 ‘주거환경 중심 평가 안전진단’을 도입하면서 주거환경에 대한 평가를 강화한 바 있다.

하지만 개편된 제도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후 2018년 3월 안전진단 평가 시 구조 안전성 비중을 크게 상향(20→50%)해 여전히 구조안전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안전진단 결과에 대해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진단 기준을 ‘재건축 규제수단’으로 운영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선 공약 ‘8.16 주거안정 실현방안’ 등에 안전진단 기준 개선 방향이 제시된 바 있으며 이후 지자체, 전문가, 관련 단체로부터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해 국토부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평가항목 배점 비중 완화

주거환경 중심 평가 안전진단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구조 안전성 점수를 전체의 50%의 비중으로 반영하다 보니, 재건축 판정 여부가 구조 안전성 점수에 크게 좌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동시에 주거환경 점수 비중은 15%, 설비노후도 점수 비중은 25%로 낮다 보니, 소득수준 향상, 주택기술 변화 등으로 높아진 국민의 주거환경에 대한 기대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재건축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역주민은 배관 등의 누수·고장으로 인한 주거수준 저하, 주차장 부족 등에 따른 주민불편·갈등, 배수·전기·소방시설 취약으로 인한 안전사고 문제 등 아파트 노후화로 인한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을 30%로 낮추고,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점수 비중을 각각 30%로 높일 계획이다. 

◆ 재건축 추진 유연하게

현재 4개 평가항목별로 점수 비중을 적용해 합산한 총 점수에 따라 ‘재건축(30점 이하)’, ‘조건부재건축(30점~55점이하)’, ‘유지보수(55점초과)’로 구분해 판정을 하고 있다. 

이 중 ‘재건축’은 바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며, ‘조건부재건축’은 재건축 시기 조정이 가능한 구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조건부재건축’ 점수 범위인 30~55점은 지난 2003년 제도 도입 이후 동일하게 유지되어 오고 있고 구간 범위도 넓다 보니 사실상 '재건축' 판정을 받기가 어려워 재건축 진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조건부재건축’의 점수 범위를 45~55점으로 조정해 45점 이하의 경우에는 ‘재건축’ 판정을 받아 바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도록 판정 기준을 유연하게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 적정성 검토 시행 개선

현재 민간 안전진단기관이 안전진단을 수행(1차 안전진단)한 점수가 조건부재건축에 해당하면, 의무적으로 1차 안전진단 내용 전부에 대해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민간진단기관이 수행한 진단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적정성 검토를 거치는 것은 절차적으로 과도하게 중복되고, 많은 기간과 추가 비용이소요되어 안전진단 판정이 장기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앞으로는 조건부재건축이라도 원칙적으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지자체가 요청 시에만 예외적으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가 시행되도록 개선된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현행 및 개선안 비교( 인포그래픽) [자료=국토교통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현행 및 개선안 비교( 인포그래픽) [자료=국토교통부]

◆ 안전진단 내실화 병행 

안전진단이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없이 기본적으로 민간진단기관의 책임 하에 시행되도록 필요한 교육과 컨설팅을 강화하고 실태점검도 병행해 안전진단을 내실화할 계획이다.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이 전체 민간진단기관을 대상으로 분기별정기교육을 실시해 평가방법·오류사례 등을 전파한다. 

만약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 안전진단 실시 전에 공공기관이 지자체, 선정된 민간진단기관(참여기술자)을 대상으로 안전진단수행계획서 등에 대한 컨설팅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민간진단기관에 대한 국토부, 지자체, 공공기관의 합동 실태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부실 안전진단 적발 시 엄중 처벌(2년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하고, 제재도 강화(영업정지 신설)할 예정이다. 

◆ 재건축 시기 조정제도 보완 

안전진단은 재건축 판정여부를 위주로 보는 제도인 만큼, 안전진단 이후 시장상황 등을 고려한 재건축 시기조정 방안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시기조정 대상인 조건부재건축 판정 단지에 대해 시·군·구청장이 지역 내 주택수급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정비구역 지정 시기(정비계획 수립)를 조정할 수 있도록 시기조정 방법을 구체화하고, 시장 불안, 전·월세난 등이 우려되는 경우 정비구역 지정을 1년 단위로 조정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절차도 규정할 계획이다.

이번 방안 중 개정된 평가항목 배점 비중(구조 안전성 30%, 주거환경 30%, 설비노후도 30%, 비용편익 10%)과 조건부 재건축 범위(45~55점)를 적용하게 되면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지난 2018년 3월 이후 현행 기준에 따라 안전진단이 완료된 단지(46개) 중 54.3%(25개)는 ‘유지보수’ 판정으로 재건축이 어렵고, 45.7%(21개)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 재건축이 가능했다. 

그러나 같은 단지에 조정된 2개 기준을 모두 적용하면, ‘유지보수’ 판정이 23.9%(11개)로 크게 줄고, 26.1%(12개)가 ‘재건축’ 판정, 50%(23개)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개선방안의 대부분의 내용은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고시)’ 개정사항으로, 12월 중 행정예고를 거쳐 오는 2023년 1월 중 조속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예정이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개선 된 제도가 시행되면 도심 주택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국민의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데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경제신문 유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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