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 고물가 속 용량 줄이는 마케팅 펼쳐
소비자 우롱하는 슈링크플레이션 즉각 중단돼야
​​​​​​​소비자주권 “정부, 방관하지 말고 대안 마련해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A양은 요즘 고물가로 안오른 것이 없다보니 과자나 빵 사먹기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대형마트 PB제품이나 가격이 좀 저렴한 과자와 빵들이다. 초코파이, 초코칩쿠키, 에이스과자 등 아는 맛인 과자와 빵들이 저렴한 가격에 포장도 이쁘고 먹을만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음, 크기도 줄어든 것 같고 이 맛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래 제품보다 크기도 작고 맛도 좀 다른 것 같아 생각했던 맛이 아니어서 실망할 때가 있다.

코로나 이후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식품업체가 소비자들을 현혺시키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전략을 펼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식품의 중량을 줄이거나 저렴한 대체 원재료를 쓰는 대신 가격을 올리지 않는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 

17일 소비자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부 기업들의 ‘슈링크플레이션’이 본격화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초콜릿 바 ‘핫브레이크’의 중량을 기존 50g에서 45g으로 5g 줄였다. 그 대신 가격은 1000원으로 유지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해 9월 토핑 요구르트 ‘비요뜨’ 용량을 기존 143g에서 138g으로 5g 줄였다. 농심 ‘양파링’도 84g에서 80g으로 4g 줄였으나,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농심은 ‘오징어집’ 용량도 83g에서 78g으로 줄였다.

아이스크림 제품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 제품의 크기가 줄었다는 소비자 불만 글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 뒤에 숨겨진 인플레이션’으로 불린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식품의 내용량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변화를 인지하기 어렵다. 식품업체는 식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감을 줄이기 위해, 식품의 용량은 조절하되 가격은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주권은 슈링크플레이션의 문제는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용량과 맛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지 않는데 있다고 꼬집었다. 소비자주권은 “문제는 식품업체들이 슈링크플레이션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데다가, 소비자들도 구매하는 물품마다 자세하게 확인하지 않는 이상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이라면서 “특히 이를 제재할 마땅한 법적인 방안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비난했다.

고물가 상황이 내년까지 지속된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의 슈링크플에이션 전략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소비자주권의 주장이다.

소비자주권은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기업은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면서 “기업은 중량 감소에 대해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 공지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심사와 시정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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