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전세’ 우려로 전세 기피 현상 가속화
서울 아파트 전셋값 3년 3개월 만에 하락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업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업 [사진=연합뉴스]

월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반면, 전세는 쌓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26일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전에는 목돈이 있으면 전세, 없으면 월세로 선택지가 단순했다. 그러나 지금은 셈법이 복잡해졌다”면서 “대출 없이 전세를 들어갈 만큼의 보증금이 없다면 경우에 따라 월세를 선택하고 가진 목돈으로 예금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3년 3개월 만에 하락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 물건이 늘어나는 가운데 수요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월세 선호 현상이 늘며 이달 전·월세 전환율은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6억7788만원으로 지난달(6억 7792만원)보다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의 월평균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 2019년 4월(4억 6210만원) 이후 3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는 최근 전세 물건이 증가하는 가운데 기준 금리 인상,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등의 영향으로 재계약이 늘어 신규로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물건은 전날 기준 총 4만 9819건으로 한 달 전(4만 4625건) 대비 11.6% 늘었다.

최근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며 월세 이자율보다 금리가 더 높은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도 전셋값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역전현상에 의해 전세 대신 월세를 낀 반전세 수요도 늘어나는 추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이달 들어 보합 전환한 뒤 지난주까지 2주 연속 하락했다. 강북 14개 구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5억 6066만원에서 이달 5억 6059만원으로 하락했고 강남 11개 구는 7억 8820만원에서 7억 8809만원으로 떨어졌다.

경기도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3억 9206만원에서 이달 3억 9161만원으로, 인천의 아파트는 2억 1570만원에서 2억 1481만원으로 각각 하락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전셋값도 이달 평균 4억 6846만원으로 2019년 6월(3억1408만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다.

반면 금리 인상 여파로 월세 수요가 늘어나며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3.20%로 지난달(3.19%)보다 소폭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6월(3.22%)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했을 때 적용하는 연 환산이율을 말한다.

경기도의 전·월세 전환율도 지난달 3.97%에서 이달 4.00%로 오르며 4%대에 진입했고, 인천은 4.53%에서 4.56%로 올랐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도 6월 3.80%에서 3.82%로 전환율이 상승했다.

최근 주택시장은 월세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의 전월세 거래 40만 4036건 가운데 월세가 24만 321건(59.5%)에 달해 전세보다 많았다. 

전 달인 4월에 50.4%였던 월세 비중이 한 달 만에 9.1%포인트 더 커졌다. 월세가 전세를 추월한 것은 해당 통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이번 두 달뿐이다.

거래량과 함께 시세도 요동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수도권 아파트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역대 최고치인 104를 기록했다. 이번 지수에선 104.9를 기록한 경기 지역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인천(104.7), 서울(102.1) 순이다. 

비싸도 월세로 몰리는 건 대체재 격인 전세의 대출비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전세대출금리는 연 4.01~6.21%대에 달한다. 반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임대료 책정 기준인 ‘전월세 전환율’은 5월 전국 아파트 기준 4.7% 수준이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업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업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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