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코에이테크모의 간판 지적재산권(IP) 중 하나로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전세계를 누비며 전투와 모험, 무역을 하면서 성장하는 캐릭터들을 그린 게임이다. 시리즈는 1990년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오랜 역사가 있으며, 그만큼 올드 팬들도 많다.
그러한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신작인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출시가 하반기로 다가왔다. 라인게임즈와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번 작품은 과연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전작들을 간단하게 되돌아보면서 흥행 가능성을 점쳐보기로했다.
그 시절의 향수, 대항해시대 클래식 시리즈
대항해시대가 1990년 1편으로 시작되긴 했지만, 본격적인 인기를 끈 시리즈는 대항해시대2부터 대항해시대4, 그리고 외전에 해당하는, 소위 클래식 시리즈다. 여기서는 외전을 제외하고 설명해보고자 한다.
대항해시대2는 시리즈의 인기를 본격적으로 끌게된 작품으로서, 사실상 근간이 되는 개념은 여기서 정립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편의 시스템이 강화되고 각 캐릭터마다 개성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자유로운 뱃사람에 걸맞는 탐험과 무역, 전투 등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또 게임에서는 여러나라의 세계지리와 특산물들이 기재되어, 해당 지역에 대한 간접적인 체험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젊은 층에게는 인기 게임이었으며, 지금도 시리즈 최고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대항해시대2의 인기는 다양한 기기에 이식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항해시대2는 PC MS-DOS 게임이었지만 이후 메가드라이브와 패미컴, 플레이스테이션 등 다양한 콘솔기기로 이식되었으며, 현재는 스팀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시리즈 최초의 한글화’를 달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추억하는 사람이 많다.
이후 대항해시대2의 인기는 대항해시대3로 이어진다. 대항해시대3의 경우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고 고증은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철저했다. 여기에 무제한에 가까운 자유도가 주어지는 대신 난이도도 ‘모르면 어려워진다’식으로 올라간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시간에 따른 물가 상승도 반영 등의 요소도 있어, 무역에 있어 더욱 신경써야 하는 요소들이 속속들이 추가됐다. 다만 탐험이든 무역이든 제대로 파고들기에는 좋아서, 사실상 고전풍의 샌드박스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항해시대4는 대항해시대2의 시스템으로 다시 회귀했다. 대항해시대3도 충분히 명작이었지만 대항해시대2의 시스템에서 너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4는 16세기에서 17세기라는 시대배경에 따라 탐험보다는 무역과 전투에 콘텐츠가 집중되었으며, 각 캐릭터의 스토리텔링에 더 집중했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스토리는 ‘대항해시대4가 최고다’고 말하기도 한다.
온갖 요소를 잘 버무렸었던 대항해시대 온라인이지만…
이러한 클래식 시리즈의 시스템과 노하우들은 대항해시대 시리즈 최초의 온라인 게임인 ‘대항해시대 온라인’에 모조리 적용됐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2005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까지 서비스를 이어나가고 있는 장수 게임으로, 발매 초기에는 소위 ‘갓겜’ 소리를 듣는 상황이었다.
우선 대항해시대 1과 2의 기본적인 시스템에 더해 대항해시대3의 물가 반영률과 무제한 자유도, 파고들기 좋은 탐험 퀘스트들을 가져왔고 대항해시대4로부터는 스토리텔링을 가져왔다.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부관이나 아팔타멘토, 대해전, 논전 등 온라인게임에 걸맞는 새로운 요소도 등장했다. 현재도 신규 콘텐츠는 버전 업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기상과 해류다. 배의 조종을 유저가 스스로 하게 되면서 기상 상황에 대한 고려 사항들이 다채롭게 추가됐고, 항해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태이상 또한 추가되어 이를 대비할 필요성도 생겨났다. 이밖에도 주요 무역 루트에 대기해 지나가는 유저들을 공격하는 유저 해적으로서의 플레이 역시 가능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게임의 특성상 선박과 경제가 중요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효율성 좋은 무역 루트가 고정되면서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진행된 것이다. 덕분에 유럽 지역의 관문역할을 했던 리스본은 소위 육메무역(육두구와 메이스)의 끝없는 판매로 교역소 NPC가 “지금 향신료는 남아돌고 있어”를 끊임없이 외쳐댔다. 이후 남만무역과 남만도래로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현재에도 다양한 무역루트는 결국 실종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게 선박 구입 문제로까지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분명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자유도가 높지만 유저마다 선호하는 주력 플레이가 있는데, 상인계열 직업이 무역으로 버는 돈이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선박의 가격도 덩달아 인플레이션을 먹고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탐험가가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구하고 군인이 전리품을 얻어 이를 판매한다고 한들 무역으로 돈을 벌지 않으면 선박 구매 조차 노려볼 수가 없게 됐다.
여기에 한국 서버는 한술 더 떠서 선박강화와 선박스킬 부여 문제가 선박 가격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주범이 되기도 했다. 한국서버는 지난 2005년부터 넷마블이 서비스해오고 있는데, 선박 강화 및 선박스킬 업데이트 당시 타 서버에서는 선박 강화증을 인게임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반면, 한국서버는 확률형 아이템인 트레져 박스를 열면 확률적으로 나오는 아이템으로 변화했다. 이 때문에 선박강화증은 간혹 재화 대용으로도 사용되었으며, 게임 내 인플레이션을 한층 더 가속화 시키는 주범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이후 초과강화라는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선박 강화증이 대량으로 필요하게 되자 선박 가격은 천정부지를 자랑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윗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본격적인 과금 요소와 확률형 아이템이 투입된 시기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월정액으로 진행됐었으나, 이후 부분 유료화로 전환되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팔게된 것이다. 주요 판매 아이템으로는 인벤토리 확장 아이템과 경험치, 숙련도, 선박 속도를 높여주는 아이템, 부관에게 스킬을 추가로 부여할 수 있는 선장의 비전서, 이외에도 각종 소모성·치장성 아이템이 판매됐다.
이 중 트레져박스는 대항해시대가 본격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게 된 시발점이다. 트레져박스에는 다양한 소모품외에도 선박 교환권, 장비, 선박강화용 부품 등이 포함되었으며 이미 인플레이션화되고 있는 게임을 더욱 가속시킴과 동시에 유저들이 게임 시스템의 상당부분을 캐시템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코에이는 재미를 보았는지, 이후의 대항해시대 시리즈에서 적극적으로 과금요소를 도입하게 된다.
완전한 암흑기, 대항해시대5와 6
그러나 이후 코에이테크모는 새로운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발표했으나, 출시하는 족족 혹평을 들으면서 흥행에는 실패했다.
대항해시대5(한국 PC판 기준 2014월 11월 26일~ 2018년 5월 서비스)는 유니티 엔진을 이용한 웹게임으로 출시됐고, 이후 모바일로도 출시됐다. 이번 작품에서는 청금석을 이용해 지도의 지형을 바꾸는 등 약간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갔으며, 일신된 연출과 함께 쉬워진 난이도로 꽤 괜찮은 수작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리고 하루 기본 플레이 시간 1시간 정도라는, 서브게임에 걸맞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또 대항해시대 5에서는 시리즈 최초로 항해사 스카우트라는 이름으로 유료 재화를 이용한 캐릭터 뽑기 요소가 들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유료 재화 소모 요소가 가챠만이 아니었다는 점과 이전까지 대항해시대는 서브 게임이 아닌 각 잡고 파고드는 게임이었다는 점이다.
기존 시리즈를 하던 유저들에게는 게임 특성상 인게임 골드와 행동력이 만성적으로 모자랐는데 문제는 행동력 회복과 선박의 손상을 수리할 때 조차도 계속해서 유료 재화가 투입하지 않으면 게임이 안될 정도였고, 결국 이것이 원인이 되어 한국 서버에서는 초창기부터 유저 이탈이 진행됐다. 물론 친구의 좋은 선박을 빌려서 플레이 한다면 무과금으로도 플레이 할 수는 있겠으나, 기존 팬층 출신의 유저들은 당연히 여기에 만족을 못했다. 자유로운 난이도와 행동이 대항해시대의 모토였는데, 대항해시대5의 시스템은 여기에 제약을 걸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항해시대6(2019년 9월 출시)은 더욱 혹평을 들으면서 서비스도 길게 가지 못했다. 대항해시대6은 일본 내에서만 서비스가 됐는데, 전작과 달리 스마트폰 환경에 맞게 제작되어 출시했다고 하여 많은 팬들이 플레이를 시도했으나 곧 다들 등을 돌렸다. 국내 유저들도 일부 참여해 플레이 소감을 남겼는데,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결국 대항해시대6은 당시까지 유지되고 있었던 대항해시대5 일본서버와 함께 2021년 3월 완전히 사라지게된다.
시리즈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
전작들의 흥행 이유를 둘러보면, 대항해시대에 있어 중요한 것은 드넓은 바다에 어울리는 자유도와 뱃사람의 감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게이머들에게 모험의 즐거움, 그리고 큰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시대가 지나고 여러 콘텐츠들이 추가되면서 복잡해졌다지만, 대항해시대의 이러한 본질은 사라져서는 안될 것이다.
기자는 대항해시대 온라인과 대항해시대5를 플레이했었고,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지금도 플레이하고 있다. 이번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흥행은 단순히 게임 하나의 명암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닌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실패가 그만큼 시리즈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번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실패할 경우, 시리즈 전체가 과거 영광으로만 인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역왕: 바다의 지배자’와 ‘대항해의 길’ 등 대항해시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이 계속해서 출시되는 것을 보면, 코에이테크모와 라인게임즈가 제대로 개발과 운영만 해준다면 기존 팬들은 충분히 돌아올 수 있다. 실제로 게이머들도 CBT때부터 해보고 싶다면서 오매불망 사전예약을 기다린 사람이 많고, 2차 CBT에 참여한 사람들도 호평하고 있다. 또 ‘대항해시대2를 기반으로 했다’라거나 ‘가챠식 BM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발언도 알려지면서 유저들이 대항해시대 오리진에 더욱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사람의 대항해시대 유저로서, 부디 이번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흥행을 바란다. 그리고 오랬동안 서비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