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30년, 에너지 기업으로 성공적 대전환
오는 7월 1일 삼성SDI는 52번째 창립기념일을 맞이한다. ‘혁신’을 요구하는 시대, 반세기에 걸쳐 도전과 변신을 거듭해온 삼성SDI는 ‘혁신의 역사’ 그 자체다. 1970년 설립 이래 삼성SDI가 선보인 컬러브라운관을 비롯해 모바일용 LCD·PDP·소형 배터리·OLED 소재·ESS 배터리 등 수많은 1등 제품들은 혁신의 결과로 점철된다.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
현재 삼성SDI는 배터리와 전자재료 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소재 솔루션 기업’이지만 1970년 창립 시 ‘삼성-NEC 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출범해 진공관과 브라운관 등의 제품들을 생산했다.
1974년 사명을 ‘삼성전관공업주식회사’로 변경한 이후 국내 전자부품산업의 대표기업으로의 성장을 천명했다. 1984년에는 ‘삼성전관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 후 컬러브라운관 및 모니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0년대 삼성SDI는 글로벌 기업의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다. 말레이시아·중국·브라질 등 해외로 생산법인을 확대한 이후 PDP·LCD·AMOLED에 이르기까지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바탕된 제품들을 기반으로 시장을 선도하며 디스플레이 업계의 절대강자로 우뚝 서게 된다.
이후 1999년 11월 현재의 이름인 삼성SDI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브라운관 중심의 사업 구조를 미래 지향적인 첨단 산업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에 주력하고자 2009년 새로 출범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현재의 삼성디스플레이)에 AMOLED 관련 사업과 인력을 넘겨주고, 2014년 PDP 사업을 정리한다. 이를 통해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했고, 2014년 7월 (구)제일모직 소재 부문과 통합하며, 글로벌 배터리 및 소재 회사로 새롭게 나섰다.
대전환의 시대, 양산 배터리의 결실 맺다
①소형 배터리, 혁신 DNA가 맺은 결실
삼성SDI의 주력인 배터리 사업은 1994년부터 본격화 추진을 거쳐 1999년 천안에 2차 전지 공장 기공식을 가진 후 2000년 양산 배터리의 결실을 선보이게 된다.
배터리 사업의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삼성SDI는 고용량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빠르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1600mAh가 주류였던 동종업계 제품에 비해 25%나 강화된 2000mAh의 원형 배터리를 삼성SDI의 첫 제품으로 출시했고. 이후 용량을 200mAh씩 늘린 배터리를 최초로 개발하는 등 기술 리더십을 발휘한다.
2005년은 사업 다각화의 계기라 할 수 있다. 당시 삼성SDI는 국내 최초로 전동공구용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며 전동공구 시장에 진입한다. 이후 삼성SDI는 TTi·Stanley Black & Decker· Bosch·Makita 등 전동공구 글로벌 메이저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며 2011년부터 전동공구용 배터리 시장 10년 이상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2013년부터는 50% 이상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SDI는 고용량과 고출력의 제품 개발과 함께 배터리 사업 진출 이후 지속적으로 표준체계를 정비하고, 개발·설계·제조·검사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안전성 및 품질 확보에 만전을 기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인 2010년 말 소형 2차 전지 사업 부분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게 된다. 디스플레이에서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SDI가 가진 혁신 DNA와 임직원들의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②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다
2005년 삼성SDI는 소형 배터리의 사업 흑자 달성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에도 진출했다. 2008년 독일의 보쉬와 함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및 팩 시스템 개발과 생산·판매를 위한 SB리모티브를 출범시켰다.
SB리모티브는 출범 9개월 만에 BMW의 프로젝트를 수주라는 쾌거를 이뤄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력이 인정받았음을 알렸다. 이후 전기자동차 배터리 독자경영을 하면서 BMW·폭스바겐 등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공급 협약을 맺는다.
삼성SDI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배터리 생산을 담당할 거점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에 삼성SDI는 울산사업장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ESS용 배터리 생산까지 담당할 중대형 배터리의 메카로 성장시켜 나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투자를 진행했으며 2011년 상반기부터 생산에 돌입했다.
2010년대 중국은 전 세계 승용차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외국계 자동차 기업과의 합작법인이 자국 자동차 시장의 상위 10위권을 대부분 차지할 정도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지 않아 전기자동차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점령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한다. 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 시장에서의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자국산 부품만을 사용하도록 함에 따라 해외 자동차 기업의 진출 조건과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성을 미리 예측한 삼성SDI는 중국 서안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15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을 완공하며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했다.
이후 유럽 고객의 신규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지면서 삼성SDI의 유럽 생산거점 필요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에 삼성SDI는 기존의 헝가리 PDP 생산 공장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 공장으로 재건축을 결정했다. 건축 기간과 비용 등을 절감은 물론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의 생산기지가 헝가리 인근에 몰려있어 고객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삼성SDI는 헝가리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유럽 생산 거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부다페스트에서 북으로 30km 떨어진 괴드시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신규 투자를 진행했다. 2017년 5월 준공한 헝가리 배터리 공장은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했다.
2022년 5월 삼성SDI는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함께 미국 첫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합작법인 부지를 인디애나주 코코모시로 선정하고 25억 달러 이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법인은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1분기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초기 연간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을 시작해 33GWh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투자 역시 31억 달러까지 증가될 전망이다.
이번 미국 합작법인 투자를 통해 삼성SDI는 ‘한국-중국-헝가리-미국’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4각 공급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이를 통해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③ESS 배터리, 차세대 에너지의 신성장 동력
삼성SDI는 2009년부터 ESS(Energy Storage System : 에너지 저장장치)용 배터리 사업에도 뛰어든다. 최초에는 ESS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부터 힘들었지만 삼성SDI는 정부 주도의 시범사업과 국책과제에 레퍼런스를 쌓으며 마케팅을 전개했다.
이후 2011년 동일본 지진 이후 니치콘에 가정용 ESS 납품을 하며 시장에 안착했고, 고품질의 배터리를 기반으로 유럽의 전력용과 가정용, 미국의 전력용과 상업용 등 지역별 고객의 특성을 파악해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시하며 시장을 개척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발표는 ESS 사업의 가파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중국 등 신재생 발전 비중 확대로 정부 정책에 변화가 가해지면서 ESS 사업의 터닝포인트가 만들어진 가운데 2015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리소캐년 가스저장소의 치명적인 가스 누출 사고로 인해 발전소 가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자칫 심각한 전력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됐다.
2016년 5월 캘리포니아 공공설비위원회는 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400MWh 규모의 ESS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연간 ESS 시장 전체와 견줄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로 삼성SDI는 ESS 시스템 회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40MWh급 ESS용 배터리를 공급했다. 이를 통해 삼성SDI는 미국 시장 내 ESS사업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삼성SDI는 2021년 말 기준 전 세계 50여 개 국에 약 23GWh 이상의 ESS를 설치하며 안전성과 품질의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에너지·소재 글로벌 리더를 향한 비상
2014년 삼성SDI는 제일모직 소재부문과의 합병을 통해 ‘초일류 소재·에너지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게 된다.
통합법인의 출범으로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은 제일모직의 다양한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양극 소재 기술과 분리막 기술등을 발전시키며 경쟁력을 끌어 올렸고, 소재 사업역시 새로운 기회 창출로 이어졌다. 또한 기존의 배터리 사업 외에 전자재료라는 날개를 달며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삼성SDI는 기흥 본사를 포함해 수원·천안·청주·구미·울산 등 국내 6개 사업장과 말레이시아·베트남·중국·미국·유럽 곳곳에 생산법인과 판매법인들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삼성SDI는 업계 최초로 배터리 브랜드 ‘PRiMX(프라이맥스)’을 공개하고 초격차 기술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PRiMX는 ‘Prime Battery for Maximum Experience’를 함축시킨 브랜드명으로 ‘최고 품질의 배터리로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최고 안전성을 보유한 품질(Absolute Quality)’·‘초격차 고에너지 기술(Outstanding Performance)’·‘초고속 충전 및 초장수명 기술(Proven Advantage)’의 세 가지 키워드기 담겨 있다.
삼성SDI는 PRiMX 브랜드를 생산 중인 모든 배터리에 적용하고, 핵심 키워드에 걸맞는 품질과 기술을 갖춰 나갈 방침이다.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배터리 사업과 전자재료 사업으로 다양한 혁신을 거듭해온 삼성SDI는 독자적인 혁신DNA를 바탕으로 100년 기업의 대계를 꿈꾸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