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과금 등에 따라 비용 부담 우려
배민 “추가 매출 기대하는 업주가 자유롭게 이용하는 상품”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오는 28일 출시 예정이라고 밝힌 광고 상품 ‘우리가게클릭’이 도마에 올랐다. 우리가게클릭은 이용자가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소정의 금액이 과금되는 CPC(Cost Per Click) 방식이다.
배민 측은 “본인의 가게를 고객들에게 더 많이 노출해 추가 매출을 기대하는 업주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부가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이에 대해 불만을 성토하고 있다.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다.
CPC는 90년대 초반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온라인 광고가 생겨나면서 도입됐다. 기존 오프라인 광고(TV, 신문, 옥외 간판 등)는 대부분 CPT(Cost Per Time) 방식이었다.
비용만 내면 정해진 기간 동안 계속 노출되기에 간편했다. 그러나 단가가 비쌌기에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 개인사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CPC는 초창기 클릭당 몇원에서 몇십원 정도의 저렴한 단가로 소상공인의 광고 니즈를 충족시켰다. 현재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고 네이버, 카카오, 쿠팡, 11번가 등 대부분의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CPC 방식의 광고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게클릭은 업주가 월 예산 300만원 내에서 클릭당 희망 광고 금액을 200원~600원으로 설정할 수 있다.
경쟁업체인 네이버는 입찰가 70원~10만원, 카카오는 10원~100만원, G마켓은 90원~1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100원~10만원이며, 최대 광고비를 10억원까지 설정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소비자가 CPC 광고를 보더라도 곧바로 해당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수의 광고를 보며 본인에게 필요한 게 뭔지를 알아채기도 하고, 같은 카테고리의 상품이더라도 가격과 디자인 등 본인에게 가장 최적화된 제품이 무엇인지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 배달 플랫폼은 ‘끼니를 제때 해결한다’는 소비자의 확실한 목적이 있기에 클릭의 주문전환율이 높은 편이다. 가게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배민 앱에 접속해 주문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이커머스에 비해 수십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0년 광고산업조사’를 보면, 인터넷매체 광고비는 약 4조7500억 원으로 방송매체 광고비(4조100억 원)를 처음으로 추월하며 매체광고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광고 중에서도 모바일 광고에는 2조9300억원이 쓰여, PC 광고비(1조8200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데다, 실제 클릭한 만큼만 비용 지출이 된다는 점에서 CPC에 대한 수강생들의 관심이 높다”며 “갈수록 온라인 광고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잠재 고객의 관심을 끌고 구매까지 유도하려는 목적이라면 여전히 CPC가 가장 유효하다”고 귀띔했다.
광고업계 등에 따르면, 광고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CPC 의존도는 평균 60~70% 수준이다. 기업들도 실제로 CPC에 힘을 주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쿠팡미디어그룹(CMG) 마케팅 리더로 글로벌어카운트 디렉터인 케일럽 힐 부사장을 영입했다. 힐 부사장은 7년간 아마존에서 근무한 광고 마케팅 전문가로,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광고 부문 비즈니스를 총괄하기도 했다.
오픈마켓의 핵심 수익 모델은 CPC 상품과 키워드 광고인데, 쿠팡은 아마존이 내부 조직인 아마존미디어그룹(AMG)으로 광고 사업을 활성화한 것처럼 CMG 조직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우리가게클릭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존재하던 CPC 방식이고, 현재도 국내외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이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과금 수준도 타 업체들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며, 저비용으로 잠재 고객을 유인하는 전형적인 CPC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배민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은 볼멘소리를 낸다. 장사를 접을까 싶을 정도로 무섭게 오른 식자재값은 물론, 임대료와 인건비, 프랜차이즈 가맹비에 인테리어 비용까지, 숨이 턱 끝까지 차는데 새로운 광고상품까지 해야 하나 싶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게클릭은 의무 가입 상품이 아닌, 배민의 설명대로 “추가 매출을 기대하는” 업주만 선택적으로 가입하면 되는 부가 상품이다. 하지만 인근 업주들이 이 상품을 써서 노출이 더 많이 되는 걸 본 이상,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치열한 한국 자영업 시장에서, 경쟁이 더 격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CPC는 기본적으로 ‘광고’다. 액정 광고판이 달린 자판기를 떠올려보자. 콜라, 사이다, 이온음료, 식혜 등 다양한 제품이 들어 있다.
각 제조사들은 광고판에 광고를 넣는 것이 안 넣는 것보다 아무래도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유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사정과 판단에 따라 광고를 넣는 회사도,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다.
그런데 광고를 안 하는 회사들이 "괜한 광고비 쓰지 말고 우리 다 같이 광고하지 말자”거나 광고를 공짜로 하게 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 시장에 맡기면 된다. 광고판 인기가 좋아서 순번대로 광고를 해야 할 수도 있고, 아무도 하지 않아서 광고판이 자판기에서 떼어내질 수도 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CPC를 통해 주문받은 건에 대해서도 정률제 상품인 오픈리스트와 마찬가지로 6.8% 수수료를 뗀다”는 항변의 글도 보인다. 그러나 광고비와 수수료는 원래 별개다.
다시 자판기 비유로 돌아가보자. 자판기에 있는 음료들은 시중 마트의 그것보다 적게는 20%, 많게는 50% 이상 비싸다. 그 차액만큼이 바로 자판기라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대가(수수료)다. 그런데 액정 광고판의 광고를 보고 소비자가 콜라를 뽑아 마셨다고, 그 건에 대해서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일은, 적어도 시장 경제 체제에서는 없다.
광고학계 한 전문가는 “광고의 효용성을 이야기할 때 ‘내가 얼마를 썼는데 매출이 별로 안 늘었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런 경우 해당 광고는 더 이상 집행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광고는 원래 불필요한 것’이라고 존재 자체를 폄훼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내 브랜드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 잠재 고객을 단골 고객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 연 매출 5000만원을 1억원으로 늘리고 싶은 욕구가 헛된 것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