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제 인상 하니 소비자에 부담 전가
OTT는 가격 인상·…웹툰·웹소설 눈치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강행하면서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잇단 요금 인상에 나섰다. 이에 따라 수수료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게 과도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구글플레이는 지난 1일부터 인앱결제 및 제3자 결제 외 다른 결제 수단을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구글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으면 결제 금액의 최대 30%가 구글에 수수료로 부과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마련했지만 구글은 변경된 결제정책을 강행했다.
이 때문에 가격 변동에 민감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PC나 모바일 웹사이트, 원스토어 등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경우 종전 가격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 단, 이전부터 인앱결제를 적용하고 있던 왓챠와 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신규 가입을 받는 넷플릭스는 요금에 변동이 없다. 기존에 이용권을 정기결제하던 회원들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OTT 업계는 5일 “구글이 1일부터 새로운 결제정책을 시행하면서 구글에 지급하는 결제 수수료가 늘어났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이 요구하는 수수료 만큼 인앱 결제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국내 OTT 업체들의 입장이다.
다른 관계자도 “기업의 서비스 제공자가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를 구글이 정책을 바꿨다고 해서 바로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건 좋지 않은 모양새다. 결론적으로 이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경험을 저해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웨이브·티빙 15% 인상
최근 국내 OTT 서비스인 웨이브와 티빙은 구글플레이 내 결제 요금을 약 15%가량 인상한다고 공지했으며 시즌도 연내 인상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웨이브는 요금제별로 월 1400원~2600원 인상을 지난달 29일부터 적용했고 티빙도 지난달 31일부터 요금제에 따라 월 1100원~2100원 인상을 단행했다. 쿠팡플레이는 OTT 서비스가 포함된 유료 회원제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로켓와우)’ 요금제를 오는 6월 10일 이후 결제분부터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한다. 그러나 쿠팡은 해당 인상은 물류배송과 연관된 것으로 구글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국내 OTT 서비스 이용자들은 상반기 내 인상된 요금 청구서를 받게 됐다. 이 같은 요금 인상의 핵심에는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이 자리한다. 구글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들에게 인앱결제 또는 인앱결제 내 제3자 결제 방식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콘텐츠 업계에서 요구해온 ‘아웃링크’ 방식을 거부한 것이다.
구글 앱마켓입점 업체는 오는 6월까지 이 정책을 준수하지 않으면 업데이트를 할 수 없다. 구글은 업체들이 아웃링크 방식을 홍보하는 문구나 독려하는 행위도 할 수 없다는 자체 규정도 만들었다. 구글은 수수료를 4% 낮춰 26%로 책정한 인앱결제 내 제3자 결제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법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음원 플랫폼도 마찬가지
음원 플랫폼인 플로(FLO) 역시 구글플레이에서 이용권을 구매할 경우 평균 14% 인상된 가격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플로는 플레이스토어 결제이용권에 한해 이용권별로 1000원~1800원을 인상했다. 모바일 무제한 듣기를 6900원에서 7900원으로 올랐고, 무제한 듣기를 7900원에서 9000원으로, 무제한듣기+오프라인 재생을 1만 900원에서 1만 2500원으로, 웨이브&플로 무제한 이용권을 1만 2500원에서 1만 4300원으로 인상했다.
더불어 지니뮤직도 구글플레이 결제 이용권에 대한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멜론·NHN·벅스 등은 아직 방침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멜론, 지니, 벅스 등은 “구글 결제 정책 발표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플로가 가격 인상을 시작한 만큼 다른 플랫폼 역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웹툰 및 웹소설 등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용권 가격 인상은 이용자 관리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않으나, 콘텐츠 플랫폼 업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격 인상으로 흘러간다면 불가피하게 조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구글은 대한민국 법령 준수하라
이와 관련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한다”며 “모바일 생태계를 자신들이 만든 울타리 안으로 가두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조승래 의원은 “인앱결제 방지법의 다른 이름은 ‘구글갑질방지법’”이라면서 “구글은 대한민국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앱과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서로 즐기고, 그에 따른 대가와 보상이 이뤄지던 공정하고 자유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현상 그대로 유지하자는 법 개정 취지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승래 의원은 “방통위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시행령과 고시 발표만으로 할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법령을 공공연하게 무시하고 있는 현상을 눈앞에 두고도 손 놓고 있으면 직무 유기나 마찬가지다. 서둘러 조사하고 유권해석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래 의원은 윤석열 당선자가 구글의 인앱결제 방지법 무력화 시도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 의원은 “수많은 국내 앱 개발사와 그 종사자, 그리고 콘텐츠 제작자들이 그저 공정한 생태계를 보장해달라며 절규하고 있다”며 “공정과 상식을 지켜달라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도 “구글은 대한민국 법과 제도를 우롱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입앱결제 갑질을 측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다양한 결제방식을 허용함으로써 콘텐츠사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고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시켜 건강한 앱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의 입법취즈를 무참히 짓밟았다”면서 “방통위가 업계 의견을 수용해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고 피력했다.
덧붙여 “구글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사의 정책을 따르지 않은 앱은 6월 1일부터 모두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퇴출시키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소비자주권은 “국내 콘텐츠업계는 구글 정책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정작 구글보다 저렴한 인앱결제 수수료와 외부결제를 허용하는 국내 앱마켓 입점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요금 인상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에 소비자주권은 콘텐츠사들이 요금 인상에 대한 근거를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국내 앱 마켓 입점 등을 통해 소비자가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