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엔씨소프트는 여러모로 악재가 겹쳤다. 연초부터 리니지M의 문장 시스템 롤백 사건, 트릭스터M의 흥행 부진 등으로 이용자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매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리니지M의 운영 미숙으로 발생한 문장 시스템 롤백 사건은 소위 ‘린저씨’로 불리는 충성 고객층이 엔씨소프트를 등지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엔씨소프트는 캐릭터 강화 기능의 일종인 문장 시스템 롤백으로 수 천만원을 손해 입은 이용자들에게 환불이 아닌 게임 내 재화로 보상한다는 악수를 두었고, 이후 대응도 매끄럽지 못하면서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 덕분에 뺏기지 않을 것 같던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게 내준 상황이다.
2분기 신작이었던 트릭스터M의 부진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트릭스터M은 과거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던 트릭스터 온라인을 잘 살린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기대를 이용자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정작 출시 이후 사실상 리니지M 시리즈와 매우 유사한 시스템과 고액 과금을 요구하는 BM(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속도로 이용자 수가 줄어들었다.
문제는 리니지와 전혀 관계가 없고 고유의 시스템이 많이 있던 트릭스터M까지 리니지M 시리즈의 시스템과 BM을 집어넣으면서 이용자에게 “엔씨 게임은 리니지류 아니면 새로운게 없다”는 인식이 박혀버렸다는 것이다. 그 반증으로 오는 26일 출시 예정인 블레이드 앤 소울 2도 각종 정보가 공개되면서 무협풍 리니지 아니냐는 의심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식 시스템을 자사의 모바일 게임에 고집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기업이 수익을 쫒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엔씨소프트가 추구하는 게임 플레이는 이용자간 경쟁을 극한까지 유도해 그 속에서 나오는 재미를 찾는 것이다. 리니지M 시리즈의 BM도 그러한 경쟁 심리를 찌르기 위해 탄생했다.
이를 반증하듯 엔씨소프트가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출시한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출시 당시 연 1조원이 넘는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뽑을 수 있는 BM이니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다.
리니지 IP가 엔씨소프트라는 회사와 국내 게임업계에 미친 영향력은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의 시스템과 BM을 우리 입장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니 그대로 계속 쓰겠다고 말한다면 ‘글쎄’라고 말해줄 수 밖에 없다. 게임 이용자들은 새로운 경험과 선택지를 바라는 것이지 그래픽만 달라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를 사랑했던 팬으로서 이제는 천편일률적인 게임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부디 엔씨소프트가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이라는 대형 게임사 간판에만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업계의 개척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