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인맥관리 서비스에서 시작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랫폼이 새로운 쇼핑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구글(유튜브)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외 SNS 사업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용경험을 제공하며 소비자를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하기 위해 경쟁한다. 이들은 막대한 이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거래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수익증대를 위해 광고 링크와 검색기능을 강화하고, 결제기능을 추가하면서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소비자는 더욱 늘고 있다. 

 이러한 SNS 플랫폼 기반 소비자거래의 증가 이면에는 판매자의 법 위반과 소비자피해의 확산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SNS 플랫폼 거래 관련 소비자상담은 3,960건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상담내용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인 59.9%가 ‘배송지연·미배송’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피해로 나타났다. 이어 ‘계약해제·청약철회 거부’가 19.5%, ‘품질 불량·미흡’이 7.0%, ‘폐업·연락두절’도 5.8%를 차지했다.

 SNS 플랫폼 거래는 검색을 통한 판매자 노출, 광고 링크, 게시글, 쪽지, 이메일, 앱 등으로 경로가 다양했다. 계약체결 및 주문방법 역시 메시지, 댓글, 채팅, 쇼핑몰 주문서 양식 등 여러 가지 방식이 활용되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거래 경로를 여러 단계 거치면서 구입처나 사업자 정보, 연락처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피해발생 시 대처하기 어려웠다.

 SNS 플랫폼 내 일부 판매자들은 같은 제품을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판매하기도 했다. 판매 정보를 이용 가능한 모든 플랫폼에 올리고 개인 블로그나 쇼핑몰로 링크를 연결해 소비자를 유인했다. 판매자 중 일부는 최소 2개에서 최대 6개까지 다수의 상호를 사용하며 여러 SNS 플랫폼에서 거래하며 피해를 유발했다. 이들과 관련된 소비자피해의 37.8%가 광고 유인을 통한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의 모든 온라인 소비자거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의 규율을 받는다. SNS 플랫폼 내의 판매자는 통신판매사업자로서 법을 준수하고 소비자 보호 규정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원이 2019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SNS 플랫폼 내 판매자의 대부분이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방해하거나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SNS 플랫폼 운영사업자 역시 전자게시판 서비스 제공자로서 입점 판매자의 신원정보 제공, 피해구제 신청 대행 등의 책임이 있으나 형식적이어서 실질적인 소비자피해의 예방과 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2002년 처음 제정되어 그동안 여러 차례 부분 개정을 통해 보완돼 왔다. 하지만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일상이 된 최근의 소비자거래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유형의 불합리와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기에는 충분치 않다. 달라진 거래 및 소비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룰의 변화가 요구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은 허구를 창조하고 낯선 사람과 협력할 수 있게 된 인지혁명 덕분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고 타인과 협력함으로써 무역이 발달하고 오늘날 다양한 상거래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모르는 사람과의 거래는 상호 신뢰가 기반이 될 때라야 가능하다. 더욱이 서로 얼굴을 볼 수 없는 비대면의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나를 속이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신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공정한 시스템과 질서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다.

 SNS 플랫폼 사업자는 소비자가 플랫폼 내 판매자를 신뢰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판매자 간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고 소비자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SNS 플랫폼의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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