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일상 언택트(Untact)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는 5월에 열린 개발자 회의에서 “2년 걸릴 디지털 변혁이 최근 2개월 만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이란 사람끼리 접촉(contact)하는 방식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접촉이 없는(uncontact) 생활이 몇달째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 변혁은 비대면(untact) 소비와 업무를 가능케 했다. 온라인 쇼핑은 방에서 콕 틀어박혀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화상회의와 재택근무는 출근하지 않아도 회사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가수와 청중이 만나지 않아도 공연이 가능하고 학생과 교사가 만나지 않아도 수업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로봇과 키오스크, 식권로봇 등은 언택트 생활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양면성을 갖는다. 코로나19를 피하면서 편리한 소비를 가능케 하는 긍정적 측면과 인건비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일자리를 뺏는 부정적 측면을 보여준다. 본지는 소비자 생활패턴을 바꾼 언택트 시대를 맞아서 시장구조의 변화를 조명하고 비대면 소비가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언택트(Un-tact)시대 ①방콕생활의 진화
언택트(Un-tact)시대 ②슬기로운 직장생활
언택트(Un-tact)시대 ③디지털혁신 골든타임
언택트(Un-tact)시대 ④
코로나가 다시 깨운 로봇
언택트(Un-tact)시대 ⑤콘서트 없이 즐기는 공연

 

KT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 4월부터 집밥을 찾는 가정 간편식 혜택을 강화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했다
KT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 4월부터 집밥을 찾는 가정 간편식 혜택을 강화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 지방에서 올라와 오피스텔에서 사는 직장인이다. 그러나 혼자 자취생활을 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웬만한 것은 모두 온라인 주문으로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온라인 주문으로 생필품을 주문했는데 코로나 확산 이후 외출이 줄어들면서 ‘비대면 서비스’ 이용이 더 많아졌다. 우선 간단한 식사는 간편식을 이용한다. 온라인으로 대량주문해서 간단히 요리하거나 전자렌지에 데워먹는다. 주말엔 근처 맛집을 검색해 요기요에 주문한다. 직접 재료를 사서 해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혼자 생활해도 필요한 생필품은 많다. 라면, 휴지, 샴푸, 치약, 칫솔 등 필요한 것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다음날이면 문앞에 와있다. 세탁소를 가는 것도 여의치 않아 몇 달전부터 세탁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양복과 와이셔츠를 세탁·드라이클리닝까지 완료해 집앞까지 배달해준다. 요즘 고민하는 것은 ‘자동차 구독 서비스’다. 첫차 구입 후 타고 있는 아반떼 말고 다른 차도 한 번 타보고 싶기 때문이다. 사는 것은 부담되고 가끔 고급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집앞까지 배달해준다니 큰 맘 먹고 질러볼까 고민중이다.

코로나확산 온라인쇼핑 활황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온라인쇼핑 동향’을 살펴보면, 4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 2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5% 증가했다. 온라인쇼핑의 상승세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팔라졌다.

특히 배달음식, 신선식품, 간편 조리식품 등의 온라인 구매가 대폭 늘어났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음식 서비스 이용률이 전년동기대비 83.7% 증가했다. 20~30대가 가장 많이 이용했으나 40~50대도 15%, 고령층인 60~70대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기요 최현진 과장은 “배달음식 이용률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20% 이상 증가했다”면서 “특히 예전에는 모바일주문에 익숙하지 않는 고령층의 경우 이용률이 저조했지만 코로나 이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주문’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동안 온라인쇼핑보다는 오프라인쇼핑에 익숙했던 40~50대의 유입이 가시화됐고 60~70대인 고령층도 식품과 건강식품, 의약품에 대한 온라인 주문이 증가했다.

특히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의 새벽배송, 당일배송 서비스 이용도 전년대비 1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한 바로 다음날, 문앞까지 배달해주는 유통업체의 배달서비스는 코로나 이후 가장 인기가 높은 ‘상품’이었다.

SSG닷컴 안창현 과장은 “코로나 이후 온라인 주문이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식료품과 건강기능식품의 주문량이 다른 품목에 비해 15%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조성현 실장은 “20~30대 위주의 1인 가구 증가세로 인해 온라인쇼핑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고령층의 유입이 빨라지고 있다”면서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소비가 향후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 온라인유통산업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세탁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세탁특공대’
세탁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세탁특공대’

생활형 맞춤형 구독경제 활성화

마케팅의 하나로 활성화된 ‘구독경제’가 비대면 소비로 인해 생활속으로 안착되고 있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물건을 배송받거나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유통 서비스를 통칭한다. 초기 자동차·옷·화장품 등 ‘취향형’에서 최근 생수·반찬·이유식 등 ‘생활형’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구독형 서비스를 출시했다. 제네시스의 월간 구독 프로그램 ‘제네시스 스펙트럼’(월 149만원)에 이어 현대차를 교체하며 탈 수 있는 ‘현대 셀렉션’(월 72만원)을 선보였다. ‘오픈갤러리’는 매월 최저 3만9000원에 3개월에 한번씩 미술가의 미술 작품을 배송해준다. 일부 취향형 고객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기존의 ‘취향형’ 구독경제보다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났다. 생수, 김치, 반찬, 이유식 등 생필품부터 세탁서비스 등 생활서비스로 다양화되고 있는 것.

동원홈푸드의 ‘더반찬’에서는 매일 각기 다르게 구성된 식단 목록을 보고, 원하는 날짜의 상품을 일괄 선택해 주문하는 정기배송 서비스를 출시했다. 특히 고령층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동원그룹 김일규 팀장은 “더반찬은 신선한 야채와 고기로 요리된 음식을 신속하게 배달해주는 온라인 서비스로 코로나 이후 이용객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면서 “코로나로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고연령층의 주문량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GS샵은 ‘달달마켓X풀무원 샘물’ 판매 방송을 진행한다. 생수 총 100병을 3주마다 한 번씩 3회에 걸쳐 배송한다. 젊은 1인가구에 인기다. 가격은 4만 9900원.

맞춤형 유동식 기업 순수본은 영유아식 ‘베이비본죽’을 판매한다. 맞벌이 주부에 인기다. 배송 요일을 선택해 정기적으로 식단을 받아볼 수 있다.

런드리고와 세탁특공대 등은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탁부터 드라이클리닝까지 완료해 다음날 집 앞까지 배달해준다. 이용료는 빨래 개수와 세탁 방법 등에 따라 한 달 단위로 책정된다. 20~30대 남성 고객이 많다. 세탁특공대 예상욱 대표는 “의류부터 침구류, 신발, 카페트 등 전 부문 생활세탁을 선도하고 있다”면서 “24시간 예약, 가격정찰제, 문앞수거배달은 물론 수선 서비스까지 제공해 누적매출 138억원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확산으로 1인용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1인용 식품들. 연합뉴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확산으로 1인용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1인용 식품들. 연합뉴스

1인가구 600만 시대비대면 소비 증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1인가구는 603만 9000가구다. 2018년 10월 578만 8000가구 대비 25만 1000가구가 늘었다. 늘어난 25만 가구 중 80%가 50대에 해당한다.

1인 가구 600만 시대가 됐다. 노인, 청년 등이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60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0% 이상에 달한다. 10명 중 3명이 홀로 살고 있고, 혼밥(혼자 먹는 밥)을 하고, 혼술(혼자 마시는 술)을 하고 혼행(혼자하는 여행)을 한다.

1인가구와 노인가구가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언택트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하고 비대면 소비문화에 익숙한 20~30대 1인가구가 소비트렌드를 이끌고 있고, 여기에 구매력이 높은 40~50대 참여와 함께, 이동과 외출이 어려운 노인가구가 합세하면서 ‘비대면 소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추세를 반영, 1인가구를 위한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다고 밝혔다. 공동주택 보급을 확대하고 간편식품과 관련한 기본 제도도 정비하기로 했다. 청년·고령층 1인 가구를 위한 스마트홈로봇, 반려로봇, 재활로봇 등 서비스 로봇 공급도 늘어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권세환 연구위원은 “그동안 사람들이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구성원들과 대면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언택트사회에서의 관계로 인한 단절과 외로움,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는 풀어야 할 또하나의 과제다”면서 “언택트는 사람과 사람을 넘어 사물과도 연결되는 ‘초연결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소비트렌드 중 하나이자 우리가 가진 삶의 방식과 관계에 대한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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