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22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나 ‘전기차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정 부회장과 구 회장의 단독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는 ‘한국판 뉴딜’에 대해 국내 재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정 부회장은 조만간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만날 것으로 알려져 ‘미래 먹거리 창출’을 향한 대기업의 ‘협력구도’가 어떤 청사진을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22일 오전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 전기차 배터리 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미래 배터리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LG화학이 개발 중인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듣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명 배터리는 현재 배터리보다 5배 이상 오래 사용해도 성능이 유지된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재로 황탄소 복합체, 음극재로 리튬 메탈 등 경량 재료를 사용해서 무게 당 에너지 밀도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2배 이상 높다. 또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 이 배터리가 전기차에 적용되면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 생산을 위해서는 원활한 고성능 배터리의 수급이 필요한 만큼, 국내 배터리 제작업체 3사인 삼성·LG·SK와의 협력체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3사와 ‘배터리 동맹’을 결성할 것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은 전기차 전용 모델에 탑재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배터리 개발 방향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다”고 말했다.

이미 현대차와 현대차와 LG화학은 전기차 사업에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LG화학은 현대차 코나와 아이오닉 전기차, 현대ㆍ기아차 하이브리드카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LG화학은 또 내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도 선정됐다. LG화학은 성능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LG화학은 장수명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분야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양사간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 포함 세계 3위권 업체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아차는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2025년 6.6%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