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또 다시 생사기로에 섰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의 고심이 깊어진 양상이다.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무너질까? 쌍용차의 ‘생사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파완 고엔카 사장 “새로운 투자자 필요”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쌍용차 지배권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마힌드라가 1~3월 실적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의 수출과 딜러망이 멈춘 상황이어서 가뜩이나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쌍용차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진 것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를 필요로 한다.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아니시 샤 마힌드라 부사장은 "코로나19 영향 속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자본지출 효용성을 높이는 등 광범위한 구조조정 차원으로 향후 12개월 동안 모든 손실 유발 사업을 재검토할 것이다. 수익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업은 파트너십을 모색하거나 접을 수 있고, 전략적 중요성이 있는 사업은 투자를 계속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판매망’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올해 초 산업은행을 방문한 고엔카 사장은 대주주가 2300억원, 산업은행 등이 1700억원, 쌍용차가 1000억원을 조성해 향후 3년 동안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힌드라는 쌍용차와 미국의 전기 스쿠터 사업 ‘겐제’에서 영업손실을 거듭하고 있다며 지난 4월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쌍용차는 올해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티볼리 신화’를 기록하며 매출면에서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쌍용차의 영업손실은 2819억원, 2009년 기록한 2950억원 이후 10년만에 최대 규모다. 최근 3년간 영업손실은 4113억원에 달한다.
쌍용차가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것은 ‘수출’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내수 판매는 -1.2%로 비교적 선방했지만 수출이 19.7% 줄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쌍용차의 수출이 지지부진한 것은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판매력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글로벌 회사의 생산공장으로 미국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망이 넓지만 마힌드라의 인도를 통한 차량 판매는 파급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러시아 수출길까지 막히면서 수출물량은 곧두박칠치게 됐고 마힌드라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자리 지키기’ 정부 고민 깊어져
마힌드라의 이번 발표가 ‘쌍용차 철수설의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에 정부와 채권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2000억원 지원을 바라고 있으나 정부는 기금 지원은 힘들다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쌍용차 직원만 5000여명이고 협력업체, 대리점에서 일하는 인력은 수만명이나 된다. 이에 정부가 코로나19 국면에서 ‘일자리 지키기’에 소홀할 수 없기 때문에 쌍용차 지원에 어떤 식으로든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쌍용차는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도 바라고 있다. 이 상황에 쌍용차는 7월 6일(700억원)과 19일(200억원) 산업은행의 대출만기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은은 쌍용차가 만기 연장을 신청하면 내부 의사 결정을 거쳐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쌍용차는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한다. 재무적인 관점에서만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파급효과까지 같이 봐야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 부처가 모여서 고민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