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목소리 떨리고 경운기 소리까지…소비자 ‘분통’
사업소는 “주행 문제없으니 타고 다녀” 미흡 조치 ‘눈살’
옵션 200여만 원 들였는데 ‘독립공조는 사기’ 국민 청원까지
사 측 “현재 원인 파악 완료…유효성 테스트 검증 중”
누적 계약 3만건을 웃돌았던 현대자동차차 제네시스 GV80이 품질 이슈에 휩싸이면서 흥행에 제동이 걸렸다. 주행 중 심하게 떨리는 증세에 소비자들의 잇따른 클레임이 이어지자 차량은 결국 출고가 일시 지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2열 독립공조 사기’라는 제목으로 일부 소비자가 문제를 지적하면서 국민 청원까지 올랐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결함 원인 파악을 마치고 추후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8일 <소비자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논란이 되는 제네시스 GV80 디젤 모델에 대해 “출고 중단이 아니라 지연이다”면서 “원인 파악은 해결이 됐고 현재 유효성 테스트를 검증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GV80 차량 동호회와 보배드림 등에선 GV80 디젤 모델 엔진 진동 현상에 대해 차주들이 불만을 다수 제기해왔다. 이들 커뮤니티에 따르면 차량 떨림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모두 시속 50∼80km 등 특정 속도 이상으로 주행하면 차체가 강하게 흔들리는 증상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특히 핸들을 잡은 운전자의 목소리가 떨리고 가벼운 물건들이 진동 때문에 떨어질 정도였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는 차량에서 ‘경운기 소리가 난다’고까지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저 rpm으로 계속 운행을 했을 때 연료가 연소가 되어야 하는데 불균형하게 연소가 돼서 간헐적으로 진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현재 파악이 됐다”면서 “로직을 업데이트하면 (진동 현상) 그 부분이 해결된다는 건 확인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차량 문제 발견 당시 이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대응이 부실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는 차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었다.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진동 결함으로 수리를 맡겼다는 일부 소비자는 2주가 넘도록 회사로부터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후 사업소에 항의했으나 “주행에 문제없으니 타고 다녀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 측은 문제없다는 내용을 문서화 해달라는 요구까지 거절했다는 게 이 소비자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선 현대차 관계자는 통화를 통해 “우리 입장에서는 파악하는 기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공식 입장은 (이달) 5일 나왔고 그전까지는 어떤 방식으로 조처해야 문제가 해결되는지 파악하는 단계였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5일 현대차는 제네시스 차주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해당 차량의 간헐적 진동 현상에 대한 사실을 설명하면서 출고 지연 내용을 알렸었다.
이외에도 GV80은 2열 공조와 관련해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 논란이 됐다.
청원자는 지난달 ‘2열 독립공조 사기’라는 제목으로 “처음 디젤 차량 홍보 및 게시물에 2열 독립공조, 즉 2열에서 독립적으로 풍량 및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해서 230만 원짜리 옵션을 선택했는데 실제로 독립 제어가 되지 않고 2열에서 공조기를 틀면 1열에서도 바람이 나와, 이에 대해 회사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하지만 현대차는 이후 “카탈로그에 ‘2열에서는 모드와 풍량 조절이 가능하여 1열과 연동됩니다’고 추가하며 말 바꾸기를 했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나 사 측은 전달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안내문에 차량 취급 설명서에 (공조기 1·2열 연동에 대해) 일정 부분 설명이 돼 있다”며 “(청원자의 경우는) 고객 안내 하는 과정에서 미스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카탈로그 문구 추가에 대해선 “기존 차량 취급 설명서에는 설명했지만 고객들이 보는 일반 카탈로그에는 (공조기 1·2열 연동에 관한 내용이 없어) 혼동을 줄 수 있을지 몰라 수정 한 거다”고 해명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출고된 디젤 차량에 대해서 엔진 점검으로 품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렸지만 리콜 또는 무상수리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한편 GV80은 제네시스의 첫 SUV로 기존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개발돼 출시 전부터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았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차량이 공식 출시된 첫날 1만5000대의 계약이 달성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나타냈다. 현재 문제가 되는 디젤 모델은 약 8000여 대가 출고가 됐으며 가솔린 모델까지 포함한 판매 계약 수는 지난 3월 기준 3만대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격은 6437만 원에서 시작하고 옵션을 모두 더하면 약 8900만 원까지 올라간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