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공식 철회한 넥슨, 인적 쇄신 등 조직 체질개선 움직임 강화
테헤란 벤처 1세대 김정주 신화 이어가기 위한 터닝 포인트
모바일 경쟁력 강화가 숙제, ‘팬슈머’ 흐름에서 새 방향성 찾는다

김정주 NXC 대표이사는 넥슨 체질개선과 모바일 강화라는 숙제를 진두지휘중이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이른바 '진경준 게이트' 당시 증인신문을 위해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으로 들어서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정주 NXC 대표이사는 넥슨 체질개선과 모바일 강화라는 숙제를 진두지휘중이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이른바 '진경준 게이트' 당시 증인신문을 위해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으로 들어서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김정주 NXC 대표이사는 1세대 테헤란 CEO로 국내 게임 산업계의 거물이다. 넥슨은 올 한해 매각 관련 행보로 이슈였으나 최근 공식 철회하고 대신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들은 PC에서의 강세를 모바일에서도 이어가야 한다는 숙제와 마주했다.

2019년 게임 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넥슨 매각 관련 행보였다. 지난 1월,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이사가 지분 98.64%를 매물로 내놓고 글로벌 기업들과 다각도로 협상에 나섰다. 국내 주요 IT 기업들도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초대형 빅딜이 예상되었으나 결국 불발로 끝났다.

하지만 잠잠해질 것 같던 넥슨발 바람은 이후에도 여전했다. 넥슨이 내부적으로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서다. 매각 철회 이후에도 김정주 대표가 꾸준히 쇄신을 주도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n넥슨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와 손을 잡았다. 허 대표는 네오플 창업자로 인기 게임 ‘던전앤파이터(던파)’를 만든 장본인이다. 넥슨은 던파를 3800억원에 매입하며 국내 대표 게임사로 본격 자리매김했고, 허 대표는 그 자본금을 바탕으로 위메프를 설립해 현재 원더홀딩스 대표를 맡고 있다. 원더홀딩스는 위메프 최대주주다.

◇ 게임 개발 프로젝트 5개 중단, 체질 개선 및 쇄신 강화 중

넥슨은 허민 대표를 외부 고문으로 영입한 후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일괄적으로 점검하고 정돈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개발 과정에 놓여있던 신규프로젝트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총 5개의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게임사가 프로젝트를 중단할 때는 대개 두 가지 형식이 있다. 해당 게임 개발은 중단하되 팀은 남아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그리고 개발을 중단하고 개발 인력들도 모두 흩어지는 경우다. 넥슨의 경우는 후자로, 해당 프로젝트 개발자들을 사내 전환배치 할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은 최근 PC온라인사업본부와 모바일사업본부를 통합 후 단일화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넥슨M사무실을 없애고 넥슨 아메리카와 합치는 등 조직 쇄신에 나서고 있다.

반면 스웨덴 게임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지분율을 확대하고 향후 잔여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넥슨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라고 본다. 호사가들은 향후 매각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넥슨의 터닝포인트라는 의견도 제기한다.

지난 가을 넥슨은 최근 14년 연속 꾸준히 개근했던 게임 축제 ‘지스타’에 처음으로 불참했는데, 이 결정이 조직의 내부 변화 등과 관련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게임전문매체 ‘게임톡’의 보도에 의하면, 넥슨은 불참이 아니라 참가 취소를 결정했다. 당시 부스 위치까지 배정 받은 상태에서 위약금을 감수해 가며 참가를 취소했다고 한다.

넥슨 판교 사옥 (출처=넥슨)
넥슨 판교 사옥 모습. 넥슨은 PC게임의 연이은 성공과 적극적인 인수합병 등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사진=넥슨 제공)

◇ 테헤란 벤처 1세대 김정주의 성공스토리

넥슨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김정주 대표의 의중이다. 김정주는 테헤란 벤처신화 1세대로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CEO로 꼽힌다. 그는 카이스트 대학원 시절 26살 나이로 넥슨을 창업했다. 대학시절 만난 1세대 게임개발자 송재경과 함께였다.

넥슨은 인터넷 솔루션 개발 업체로 출발했으나 PC통신에서 인기를 끌던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가지면서 초기 방향성을 잡아갔다, 창업 1년 후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해 이듬해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대표 게임사로 성장했다.

김정주는 2000년대 초반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메이플스토리 등으로 흥행면에서 연타석 홈런을 쳤다. 이후 사세를 본격적으로 키우며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4년에는 메이플스토리 개발사 '위젯스튜디오'를 인수합병했고 2005년에는 엔텔리전트, 이듬해 두빅엔터테인먼트, 그리고 2008년에는 네오플을 인수했다. 이후에도 인수 행보를 꾸준히 이어갔다. 이런 기세로 지난 2015년에는 게임사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같은 기간 2~3위 게임사의 매출 합계와 비슷한 규모의 성과를 거두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넥슨의 성장세를 주요 인기 게임의 히트와 인수합병 성공사례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가까운 사이인 김정주와 넥슨에 대해 “넥슨은 꿈 많은 청년들끼리 즐겁게 뭉쳐 만든 회사”이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기업이 된 지금도 벤처 DNA를 갖고 ‘재미있게 일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건 그 때문일 것”이라 평가한 바 있다.

이 의장이 저런 평가를 내린 것은 김정주와 넥슨의 성공스토리를 다룬 책 ‘플레이’의 추천사를 통해서다. 이 책에서 김정주는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 “늘 새로울 순 없는 것 같다. 새로운 트렌드도 찾아내야 하지만 조직 안에서 누군가는 망할 줄 알면서도 그걸 또 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이 지금의 트렌드를 인식하고 실패를 배우면서 진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진경준 게이트’ 등으로 위기, 떨어진 신뢰 회복이 숙제

위기도 있었다. 매출이나 게임 콘텐츠의 품질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진경준 게이트’다. 김정주 대표가 서울대학교 동기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주식과 차량, 해외여행 경비 등을 건넨 혐의였다.

김정주 대표와 진경준 전 검사장은 오랜 친구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긴 법적 공방 끝에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려 법적으로는 혐의를 벗었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과 신뢰에는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에는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김정주 대표의 조세포탈을 주장하며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 센터는 넥슨코리아가 자회사 네오플을 제주도로 이전해 네오플 핵심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의 이익을 공제받은 것이 고의 조세포탈이라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인수·운영을 문제 삼으며 업무상 배임 의혹도 제기했다.

해당 이슈에 대해서도 법률적인 판단이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게임 소비자와 업계에서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이들에게는 숙제다.

넥슨 매각은 공식 철회됐다. 인수인계 관련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다. 넥슨은 이 신호를 다시 녹색불로 바꿀 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넥슨 매각은 공식 철회됐다. 인수인계 관련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다. 넥슨은 이 신호를 다시 녹색불로 바꿀 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 야심차게 진행한 듀랑고 프로젝트 실패

게임 타이틀 관련해서도 아쉬운 평가를 받을만한 건이 있다. 넥슨은 12월 18일 듀랑고 서비스를 최종 종료했다. 지난해 1월 정식 출시한 이 게임은 비행기 사고로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원시 시대로 떨어진 현대인이 공룡과 매머드가 존재하는 곳에서 살아남는 스토리다. 넥슨은 ‘개척형 오픈월드 게임’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듀랑고는 주제가 신선하고 흥미로워서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기술창작상 기획·시나리오 분야, 그래픽 분야도 수상했다. MBC에서는 해당 콘셉트를 바탕으로 예능프로그램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를 기획해 방영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화제를 모았다.

인기와 관심이 높고 화제성도 괜찮았는데 실사용자가 줄고 매출과는 연계되지 않았다. 넥슨은 서비스 종료 여부를 밝힐 당시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사업적 판단으로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히면서 "듀랑고의 개발·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유저분들을 더욱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듀랑고는 넥슨이 5년간의 개발 기간과 2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한 대형 프로젝트다. 넥슨 정도의 대형 규모 게임사가 아니면 애초에 시도하기 어려운 도전이었다. 말하자면 장르적인 혁신을 시 도했고 창의성과 게임성을 인정 받았지만 결국 상업화에는 실패한 모양새다.

◇ 모바일 경쟁력 강화가 숙제, ‘팬슈머’흐름으로 새 방향성 찾는다

듀랑고는 사실 오랫동안 출시 준비를 이어오면서 논란도 많았다. 출시와 사전예약 일정 등을 여러 차례 미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일정이 자꾸 밀리면서 한 게임 매거진에서는 “실체가 없는 진짜 전설의 게임”이라며 농담 섞인 비판도 제기했다.

이토록 오랜 관심 속에 출시한 게임임에도 상업적인 성공은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소비자의 눈높이와 맞지 않았다는 의미다.

듀랑고를 실제로 플레이해봤다는 한 소비자는 “모바일이 아니라 PC에 적합한 게임”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소비자는 “내용이 방대해서 게임 자체가 무거운데 그걸 무리하게 모바일에 넣어둔 느낌”이라고 했다. 최근 인기 모바일 게임의 방향성과는 다소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정주와 넥슨이 마주한 본질적인 숙제가 모바일 경쟁력을 강화라고 지적한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규모의 게임사로 성장했지만 상대적으로 모바일에서는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PC기반에서 모바일로 게임 주력 플랫폼이 넘어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넥슨이 이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넥슨은 최근 경영진을 대폭 교체하는 등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게임 소비자들과의 오프라인 소통은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유저 5000여명을 초청해 ‘던파’ 관련 오프라인 행사를 여는 등 소위 ‘팬슈머’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게임 소비자들과의 교감을 통해 내실을 다져 PC에서의 강세를 모바일에서도 이어가는 것이 김정주와 넥슨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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