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은 17일 국내에서 판매되는 맥주·소주·막걸리 등 20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및 영양성분 자율표시 실태를 발표했다. 전 제품에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대다수 제품에서는 열량 등 영양성분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주류업체에 열량 및 영양성분 자율표시를 권고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주류의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한국소비자원 서울지원에서 관계자가 실태 조사에 사용된 술들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국내에 판매되는 주류 대부분이 열량과 같은 영양성분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이 높은 맥주 10개, 소주 5개, 탁주 5개 등 20개 제품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양성분을 자율적으로 표시한 제품은 수입 맥주인 하이네켄 1개뿐이었다고 17일 밝혔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17년 주류의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국내에는 이와 관련한 별도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원이 국내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맥주를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수입 맥주 10개 제품은 영양 성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1병(캔)당 평균 열량은 소주(360㎖)가 408㎉로 가장 높았고 탁주(750㎖)가 372㎉, 맥주(500㎖)가 236㎉였다. 쌀밥 한 공기(200g)가 272㎉인 점을 고려하면 소주와 탁주는 1병만 마셔도 밥 한 공기 열량을 초과하는 셈이다. 100g당 평균 열량은 소주가 117.3㎉, 탁주가 50.3㎉, 맥주가 47.6㎉였다.
 
제품명에 '라이트'라고 표시한 제품도 다수 있었지만, 기준 되는 열량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얼마나 열량이 낮은 제품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일부 제품은 표시된 도수와 실제 도수가 미묘하게 차이가 났지만, 맥주와 소주는 0.5도, 탁주는 1도까지 차이를 허용한 주세법 시행령에는 모두 적합했다. 맥주는 평균 0.1도, 소주는 평균 0.25 표시된 것보다 낮았고 탁주는 평균 0.1도 높았다.
 
소비자원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알코올 소비량(10.2ℓ)과 과음률(30.5%)이 세계 평균(6.4L, 18.2%)보다 높지만, 영양 정보는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알 권리와 건강을 고려한 주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주류 업체에는 영양성분을 자율적으로 표시할 것을 권고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영양표시 의무화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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