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4400만, ‘초개인화’ 주도하는 신공룡 카카오…독점 우려 씻고 혁신 이어갈까?
사용자 4400만, ‘초개인화’ 주도하는 신공룡 카카오…독점 우려 씻고 혁신 이어갈까?
국내 굴지 대기업과 연이은 협업, “카카오는 뭐든 할 수 있는 회사”
거대 플랫폼에 앞선 기술력, 마케팅 가치도 스스로 증명 중
‘규모의 경제’ 통해 소비자 대상 ‘초개인화’ 서비스 실현
카카오의 숙제, 독점 우려 씻고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력’ 행사할까?
  • 이한 기자
  • 승인 2019.11.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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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한 건물에서 시작한 벤처스타트업 카카오는 9년만에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카카오 3.0 시대 선언' 기자간담회에서 조수용(왼쪽),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판교 한 건물에서 시작한 벤처스타트업 카카오는 9년만에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카카오 3.0 시대 선언' 기자간담회에서 조수용(왼쪽),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카카오는 설립 9년만에 산업을 주도하는 공룡기업이 됐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카카오와 협업하기 위해 줄을 선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카카오톡’을 사용하면서 생긴 플랫폼 파워다. 덩치가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독점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한다. 카카오는 그 우려를 씻고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11년 4월, 기자는 판교 디지털밸리 한 건물에서 34세의 스타트업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그의 이름은 이제범.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규모가 작은 대신 유연한 조직이므로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직원들이 서로 직급 대신 영문 이름을 부르게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원들은 그를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JB’라고 불렀다.

수년 후, 다시 한번 그 회사를 찾았다. 몇 년새 부쩍 성장한 그 회사는 자기 건물을 올리고 직원들도 훨씬 많아졌다. 명함에는 ‘주식회사’라는 거창한 이름도 붙었다.

그날 기자는 ‘페이먼트 사업셀’ 류영준 부장을 만났다. 그와 함께 핀테크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회사가 커지고 사업영역이 넓어졌지만 기업문화는 그대로였다. 직원들은 그를 ‘류 부장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알렉스’라고 불렀다.

JB 이제범은 ‘카카오’ 창업자다. 지금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VR 콘텐츠를 공급하는 스타트업 어메이즈VR의 CPO로 일한다. 알렉스 류영준은 현재 ‘카카오페이’ 대표다. 주목받던 벤처기업 카카오는 이제 대한민국 인구 대부분이 사용하는 거대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 국내 굴지 대기업과 연이은 협업, “카카오는 뭐든 할 수 있는 회사”

한달전 10월 28일, SK텔레콤과 카카오가 3천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ICT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빅딜’이다. 양사는 통신·커머스·디지털콘텐츠·미래ICT등 4개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3천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신주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쳐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를,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보유하게 된다.

SK텔레콤과 카카오의 협엽은 규모와 내용면에서 놀랍다. 하지만 양사가 손을 잡는다는 사실 자체는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이미 국내 통신3사는 모두 카카오와 손잡았기 때문이다. KT가 카카오 계열사 스테이지 파이브와 5G 및 AI관련 결합서비스를 내놨고 LG유플러스도 홈트레이닝 시장 진출을 위해 카카오VX와 협업했다.

카카오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스마트폰 메신저’임을 감안하면 통신사와의 협업은 사실 당연한 얘기다. 카카오 없는 스마트폰을 상상하기는 힘들어서다. 하지만 카카오의 영향력은 그 범위에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카카오는 뭐든 다 할 수 있는 회사다. ‘업계’라는 한정된 그릇에 담겨 비슷한 프로젝트만 진행하는 것이 답답해 이곳으로 이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컨설팅과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 메신저 플랫폼을 넘어 B2B로도 영향력 확산 중

이 얘기는 팩트와 가깝다. 카카오의 거대한 플랫폼에 산업 전반이 주목하는 추세다. 기업들은 소비자 대부분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에 자사의 비즈니스를 연결하고 싶어한다.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에 카카오 인공지능 플랫폼을 적용했고 GS건설도 카카오의 AI솔루션을 공급 받았다. 삼성화재는 카카오에 합작 손해보험사 설립을 제안했다.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에는 우리금융그룹과 신한은행이 파트너로 합류했다. 그라운드X는 지난 21일 LG CNS와 블록체인 사업확대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카카오T택시와 협업해 범죄사건 조기 해결에 나선 사례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정부혁신 우수사례로 선정하고 최고상을 수여했다. 국토부와 행안부는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이동경로 안내맵 서비스를 위해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파리바게뜨는 핼러윈을 위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협업했다. ‘라이언’과 ‘어피치’ 등으로 유명한 카카오프렌즈는 이미 국내 소비자들에게 매우 친숙하다. 인기 걸그룹 트와이스도 지난달 19일 카카오프렌즈 협업 굿즈를 출시했고, 인기 캐릭터 라이언은 ‘건담’으로 유명한 반다이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를 향한 기업들의 구애도, 그리고 기업들을 향한 카카오의 구애도 앞으로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7일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기업이 자본과 기술 바탕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ICT 사업자 간 얼라이언스를 강화할 시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카카오는 메신저 뿐만 아니라 B2B(기업간거래)에도 적극적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부터 사내독립기업(CIC)인 'AI랩'을 자회사 '카엔(가칭)'으로 독립시켜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전반에 힘을 싣는다. 일반 소비자 대상 사업의 성장 한계를 넘어 수익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업 고객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 거대 플랫폼에 앞선 기술력, 마케팅 가치도 스스로 증명 중

카카오는 SNS플랫폼으로 사용자가 많다. AI기술과 음성인식 등에서 강점을 보이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웹툰이나 웹소설 등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도 보유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기술 역시 가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나 GS건설 등 소위 ‘하드웨어’를 제품 기반으로 삼는 기업, 통신사 등 콘텐츠를 공급하는 기업, 은행이나 보험사 등 과거 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와 연결해줄 플랫폼이 절실하다.

하나금융투자 황승택 연구원은 “카카오톡이라는 메가트래픽을 가진 플랫폼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다양한 신규서비스들이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서비스되고, 많은 기업들이 카카오톡을 활용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에 따르면 카카오톡을 활용한 알림톡 제휴사는 2018년 말 기준 2만 9000개에서 2019년 2분기 기준 3만 5000개로 늘었다.

아울러 황 연구원은 “시장이 기대치 않았던 광고를 포함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뛰어난 성과를 기록하고 있으며, 마케팅 플랫폼으로써의 가치도 성과 확인과 더불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증권 오동환 연구원은 카카오에 대해 “비즈보드 광고 매출 성장과 주요 자회사 수익성 개선으로 이익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페이, 뱅크 등 금융 플랫폼과 페이지, M 등 컨텐츠 자회사의 가치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카카오가 사용자는 많은데 수익구조가 잘 잡혀있지 않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메신저에 광고를 삽입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카카오에 대한 투자의견을 묻는 질문에 '메뉴는 많은데 킬링포인트는 없는 관광지 밥집같은 회사'라는 혹평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2020년 매출 및 영업이익 성과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카카오는 우리 일상 속 거의 모든 분야에 침투했다. 사진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카카오 뱅크에서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받는 과정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카카오는 우리 일상 속 거의 모든 분야에 침투했다. 사진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카카오 뱅크에서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받는 과정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규모의 경제’ 통해 소비자 대상 ‘초개인화’ 서비스 실현

카카오는 결국 ‘규모의 경제’를 실현 중이다. 한 마케팅 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좋은 체급을 가지고 있어 펀치 파워가 센데, 체급을 더 올리며 힘을 키워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두가지 관전 포인트를 제안한다. 하나는 국내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공고히 한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이른바 ‘GAFA’ 그리고 ‘BATH’ 불리는 글로벌 IT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

GAFA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 기업의 알파벳 약자다. BATH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앞글자를 딴 단어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시장 기반은 메신저지만 자본과 사람과 전 국민의 삶에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고 말한 바 있다.

카카오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장점은 ‘초개인화’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 등이 집필한 <트렌드코리아 2020>에서 설명한 개념인데,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해 궁극적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IT기술의 종착지가 ‘초개인화’다. 실제로 카카오 이사회 김범수 의장은 2017년 AI플랫폼 카카오아이를 선보이면서 직원들에게 AI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인공지능 연구소격인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할 당시에는 직접 대표이사도 맡았다.

실제로 AI는 카카오의 미래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카카오와 SKT의 ‘빅딜’당시 "카카오 월 활성 이용자 수가 4417만명“이라고 전제하면서 "AI와 게임, 모빌리티, 챗봇, 자율주행 등 양사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중장기 신사업 영역에서 다양한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카카오의 숙제, 독점 우려 씻고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력’ 행사할까?

그런데 이 지점에서 하나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카카오 플랫폼에 사용자가 집중되는 것이 산업계 전반에 좋은 영향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실제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후보자 시절부터 “정보통신 분야 일부 기업들의 독과점적 지위를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조 위원장은 "ICT 분야 플랫폼과 빅데이터 사업자 불공정 거래 행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플랫폼 독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소위 ‘굴뚝산업’ 위주의 전통적 대기업들의 행보에 주목하던 공정위도 카카오의 플랫폼에 주목한다는 의미다.

‘사용자가 많고 영향력이 높다’는 것과 ‘독점’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하나의 플랫폼에 너무 의존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지적도 이 부분에서 제기된다.

실제로 모빌리티 업계에서 이런 지적이 제기된다. 카카오가 플랫폼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할 경우 자칫 혁신이 줄고 가격만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넷플릭스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도 막강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자체제작 콘텐츠도 있다. 스스로 만든 콘텐츠는 자사 플랫폼에 독점 공급한다. 이 행위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특정 기업이나 플랫폼에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정부는 늘 이 부분에 관심을 갖는다.

◇ "경쟁사에도 우리 콘텐츠 풀고, 경쟁사의 콘텐츠 역시 우리도 품는다"

조수용 공동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일부 밝힌 적 있다. 당시 그는 “카카오 음악 플랫폼이 경쟁력이 있는데, 우리가 만든 ‘아이유’ 음원을 외부에도 공급해야 하나? 이런 딜레마에 부딪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쟁사에도 우리 콘텐츠를 풀고, 경쟁사의 콘텐츠 역시 우리도 품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파이를 키우고 콘텐츠가 국경을 넘어야 한다는 게 당시 조대표의 답변이었다.

최근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택시회사를 인수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는 카카오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이 업계를 독점하면 설자리를 잃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카카오는 이제 판교의 한 건물에 입주한 작은 벤처 스타트업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관심 갖고 지켜보는 거대 기업이다. 높아진 영향력 만큼 사회적인 책임감 역시 과거보다 많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9년간의 기술 혁신과 성장 속도만큼 이 부분에서도 카카오가 놀라운 능력을 보여줄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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