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르탄·라니티딘 사태를 통해 본 소비자 보호 대책의 현주소’ 심포지엄
라니티딘 재조제율 발사르탄의 3분의 1
제약업계, '소비자들 본인 복용약 성분 몰라'

대한약사회는 지난 12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발사르탄·라니티딘 사태를 통해 본 소비자 보호 대책의 현주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12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발사르탄·라니티딘 사태를 통해 본 소비자 보호 대책의 현주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박은숙 기자] 지난해 발사르탄(고혈압치료제 주성분) 사태에 이어 올해 라니티딘(위장약 주성분) 사태에서 소비자들이 위해 의약품 회수 과정중 혼란과 피해를 겪은 바 있다. 이에 제약업계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개선 방안과 방향을 내놓았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12일 양재동 더케이호텔 소비자운동 40주년 맞아 열린 ‘컨슈머소사이어티 코리아 2019’에서 ‘발사르탄·라니티딘 사태를 통해 본 소비자 보호 대책의 현주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끊임없는 소비자운동으로 정부와 공급자가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리는 시대로 변화됐다.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과 위장약치료제 라니티딘은 모두 WHO국제 암명구소에서 지정한 인체발암 추정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검출됐다. 하지만 식약처 대응방법은 완전히 달랐다.

발사르탄 같은 경우는 보건의료기관들이 처방받아 복용중인 환자에게 직접 연락해서 회수하는 과정을 거쳤다. 반대로 라니티딘 같은 경우는 환자들이 확인하고 가져오게 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날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은 “환자 본인들이 라니티딘을 직접 가져와야 하는 방식인데 소비자들이 그 사실을 잘 모른다. 여러 가지 이유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환자가 ‘내가 먹고 있는 약이 뭔지 모른다’거나 ‘내가 라니티딘을 먹고 있는지’를 모른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원한다. 소비자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에서 인체 발암 추정물질 검출 사태가 잠잠할 틈도 없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김 회장은 또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사태를 보면서 위해 의약품 문제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문제”러면서 “다시 발생했을 때 안정적 대처방법이 있어야 하며 대처법이 소비자가 중심으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위해 의약품 회수시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약국 역할 강화 △약물 이상사례 발생시 상담·보고 등을 통한 모니터링 강화 △대국민 의약품 안전사용교육 전국 확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복약지도 질 향상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 보도 자제 및 뉴스 비판적 읽기 △처방전·복약지도서 개선 및 내가 먹는 약 알기 확대 △의약품 제품명에 성분명(국제일반명) 도입 △제네릭의약품 품목 수 축소 △사회 합의를 통한 대응매뉴얼 개발 및 공동 기금 조성 △처방조제 행태변화, 의약품 적정 처방·사용 유도 △의약품 회수 관련 소비자 교육·소통 강화 등 대안이 제시됐다.

◇ 소비자 알권리와 건강 보호 중요성 다시 재점화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사태를 계기로 위해 의약품 발생시, 소비자 중심 안전관리 시스템 마련, 소비자의 알권리와 능동적인 소비자 건강 보호 중요성이 다시 재점화했다.

이날 발제는 △위해위약품 발생시, 긴급대응 최전선 약국의 상황 및 역할 강화 방향(권혁노 대한약사회 약국이사) △발사르탄, 라니티딘 사태에서 나타난 소비자 안전관리 문제점 및 제도 개선 방향(김대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등 두 가지 발표됐다.

발표에 따르면 대한약사회는 지난 10월 전국 약사 500명 대상으로 라니티딘 회수 관련 약국 대처 현황을 조사했다. 라니티딘 처방조제 받은 환자는 144만명, 발사르탄(36만4천명) 보다 4배 많았지만, 재처방에 따른 약국 재조제율은 오히려 발사르탄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했다는 조사결과 나왔다.

권혁노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발사르탄 때와 비교하면 라니티딘 재조제 건수가 현저히 적다. 발사르탄은 전문의약품 혈압약이어서 병·의원에서 직접 환자에게 전화해 회수 고지했다”면서, “하지만 라니티딘은 일시적으로 복용하는 약이기에 소비자들 잘 모르거나 병·의원에서 고지하지 않았다”고 밝했다.

발사르탄, 라니티딘 사태 공통점 및 차이점(자료=대한약사회 제공)
발사르탄, 라니티딘 사태 공통점 및 차이점(자료=대한약사회 제공)

라니티딘 회수가 발사르탄 회수와 다른 점은 정부가 자진 회수를 결정했다. 동일 위해 물질이 검출됐지만, 대상 품목수와 처방조제 환자가 많은 라니티딘 재처방율이 낮은 것이 문제다.

김대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는 “처방전 2매 발행 미흡하고 약국 보관용만 발행하는 경우 많고, 조제 받은 약봉투마저 약 성분명이 명시되지 않아 회수가 잘 이루어지지 않다”고,“이런 한계점 개선 위해, 특허가 만료된 제네릭(화학의약품 복제약) 의약품이라면 제품명에 성분명을 포함하는 국제일반명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소비자·시민단체 패널들은 발제 내용 수용하는 한편 실질적인 소비자권익 보호를 위한 새로운 제안을 추가했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고문은 소비자들이 자신이 복욕하고 있는 약 성분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복약일기' 작성 캠페인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황 상임고문은 "이전에 의료일기 쓰기를 하다가 실패했는데 복약일기는 좀 더 쉬울 것 같다. 의료일기는 식사까지 기록해야 해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복약일기 쓰기 운동을 시작해 감기 때문에 어떤 약을 언제 얼마나 복용했는지 등을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소감했다.

조윤미 C&I 소비자연구소 대표는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사태는 과학기술 발달로 찾아낸 것으로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우리 사회의 시스템 구멍이 어디 있는가를 과학적이고 냉정한 비판을 해야 한다“면서, ”발사르탄 사태를 통해 중요한 것은 성분명 처방의 필요성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재호 복지부 약무정책과 기술서기관은 ”현행법령에서 성분명 처방은 가능하다. 하지만 의무화 여부의 문제"라며 "상품명이나 성분명이나 둘 다 처방 가능한 것이 현행법"이라고 설명하면서, “안전성 이슈가 생겼을 때 국민에게 얼마나 잘 알릴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식약처가 검토, 판단한다. 정부의 책임은 우려 상황이 생기면 정보들을 공유하고 거기에 맞는 환자안전 중심의 빠른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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