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신세계 실적하락 구조조정 위기… ‘미등기 임원’ 정용진 부회장 책임 없나?
이마트신세계 실적하락 구조조정 위기… ‘미등기 임원’ 정용진 부회장 책임 없나?
이마트 사상 첫 적자 속 수장 전격 교체,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
기업 진두지휘하는 정용진 부회장 7년째 미등기 임원 상태, ‘책임회피’ 논란
전문경영임 책임 강조? 영향력 여전한 ‘오너’ 책임 여부도 따져봐야
  • 이한 기자
  • 승인 2019.11.0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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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조치를 내놨다. 이마트 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용진 부회장의 '책임경영'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은 과거 스타필드 고양 오픈 행사 당시 정용진 부회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마트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조치를 내놨다. 이마트 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용진 부회장의 '책임경영'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은 과거 스타필드 고양 오픈 행사 당시 정용진 부회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가 수장을 전격 교체하고 ‘외부 수혈’ 카드를 꺼내들었다. 강도 높은 개혁도 예고된다. 그런데 정작 이마트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정용진 부회장은 미등기임원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책임경영’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최근 수장을 교체한 이마트가 체질개선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강희석 신임 이마트 대표는 각 사업 부문별로 업무보고를 받고, 내년도 사업재편과 정리를 위한 밑그림에 착수한 모양새다. 

정용진 부회장은 강 대표에게 신속하게 업무를 파악하고 후속 인사 등을 완성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수익성을 끌어 올리기 위해 과감한 체질개선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누구 회사일까. 회사의 주인은 물론 주주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이마트=정용진’ 공식이 익숙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이마트 경영 또는 의사결정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현재 미등기임원이다. 누가 봐도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 여러 권한 가진 오너, 시행착오 책임은 경영인에게만?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등 유통 대기업 오너 경영인들은 사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과 사촌지간이자 국내 재계 대표 인물인 이재용 부회장도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돼 활동해 왔다. 다만 이 부회장은 최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등기이사 자리를 내려놓은 상태.

이 시점에서 따져볼 것은 미등기 임원의 자격만으로 경영진의 자격이 충분하느냐는 것이다. 회사에는 등기이사와 비등기이사가 있다. 회사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려면 주주들이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주주들이 매번 모두 모여 갑론을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주주들은 주총에서 ‘이사’를 뽑아 회사 경영에 관한 주요 권한을 맡긴다.

상법상 주식회사 법인은 최소한 3명 이상의 이사를 두어야 한다. 1명에게 경영 등 주요 권한을 맡기지 말고 최소 3명 이상이 논의해서 결정하라는 의미다. 주식회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이사회를 열어 다수결로 결정한다.

그럴 때 이사회에 참여해 한표를 행사하는 사람이 바로 ‘등기이사’다. 반면 이사 직함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사회 멤버는 아니어서 투표권이 없는 사람을 ‘비등기 이사’라고 부른다.

상법에서는 자산규모 2조원이 넘으면 전체 등기이사의 1/4은 사외이사로 뽑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등기이사가 10명이라면 3명은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등기이사가 많아지면 사외이사도 그만큼 늘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사외이사가 사내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취지로 비등기 이사를 두는 경우도 있다. 다만, 비등기 이사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등기 이사만 모여서 여는 회의도 있지만 비등기 이사가 같이 모이는 경우도 많으며 실제 국내 주요 대기업에는 여러 비등기 임원이 있다.

이 지점에서 살펴보면,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의 경영 및 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하는데도 서류상 미등기임원이다. 그런데 최근 이마트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쇄신’ 카드를 꺼내 들면서 수장을 전격 교체하는 등 ‘책임론’을 앞세우고 있다. 오너 일가의 책임을 전문경영인에게 씌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  소비패턴 변화 속, 적응 늦었던 ‘유통공룡’ 이마트

이마트의 사상 첫 적자를 두고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도마 위에 올린다면,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 이마트의 최근 부진은 경영자의 실책이라기 보다는 사회 구조 변화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4628억 원의 이익을 냈다. 실적이 나쁘진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당시 이익 역시 전년도와 비교하면 20% 이상 줄어든 성적이다. 여기에 지난 2분기에는 299억원의 영업 손실도 기록했다. 다만 이마트가 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은 신세계에서 법인이 분리된 후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단순히 운으로만 치부할 문제라 아니라 경영능력으로 평가절하 해야 할 측면도 없진 않다.

대형마트는 일반적으로 4인 가구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는다. 며칠에 한번, 가족들이 다 같이 먹을 식재료 등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야 장사가 된다. 하지만 국내 소비시장은 1인가구 위주로 빠르게 재편됐고 온라인 쇼핑 비율이 크게 늘었다.

서울 풍납동에 사는 한 소비자는 “차 가지고 마트에 가서 카트 끌고 장 본지가 1년은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집 앞에서 한블록만 걸어나가면 바로 길 건너에 이마트 천호점이 있다. 하지만 그는 매일 아침 샐러드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먹는다고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 소비자 신용카드 결제액 분석 결과 전자상거래와 통신판매에서 쓴 금액이 종합소매점에서 쓴 금액보다 더 많았다. 한국은행이 신용카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초다. 게다가 앞으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확률이 높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앞다퉈 빠른 배송과 싼 가격을 내세웠고 신선식품도 쉽게 배송시킬 수 있다보니 대형마트는 그만큼 손님이 줄었다. 이마트도 온라인쇼핑몰 ‘쓱닷컴’을 오픈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투입됐고 경쟁도 치열해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아직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트 장보기’에 익숙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이미 은퇴했다. 이른바 ‘386’세대도 은퇴중이다. 이제 소비시장의 대세는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다. 앞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오프라인 마트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결국, 이마트가 소비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현재로서는 다소 늦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앞으로의 돌파구를 찾는것이 이마트의 숙제다.

◇  투자와 성과는 ‘오너의 결단력’으로 홍보하는데...

이마트의 변화가 늦었다면 ‘그 책임을 누가 크게 져야 하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기업의 실적이 일부 부진했다고 해서 오너가 진퇴를 고려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부분은 있다. 앞서 언급했듯,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마트24 등 다양한 사업을 기획단계부터 직접 관여하며 챙겨왔다. 이마트 최대주주는 모친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고 정 부회장은 2대주주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승계받을 것이라는 건 재계에서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2013년 3월 사퇴 이후 햇수로 7년째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과 모친 이명희 회장도 마찬가지다. 미등기 임원은 의사결정에 따른 법적 책임 등에서 자유로운 대신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권한은 행사하는데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 부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때, 회사측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등기이사직 사임을 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이마트에 행사하는 영향력이나 회사에서의 입지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게 유통업계의 중론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거나 사업적인 성과를 거두면 오너의 결단력이나 승부수에 관심이 집중된다. 언론 노출이 잦은 대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실적이 악화되거나 사업이 위기에 빠질 경우, 그 책임은 전문경영인이 지는 경우가 많다. 정 부회장 일가의 사례를 두고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낸 '대기업 집단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신세계그룹에 대해 "그룹 상장사들 가운데 총수가 임원으로 등록된 계열사가 전무하단 점에서 지배구조의 책임경영 관련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018년 상장회사의 고액보수 임원 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등기임원이 경영상 의사결정에 따라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등기임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문제”라며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이런 경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기업들이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을 두고 소유와 분리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오히려 요즘 추세에 맞다는 견해다. 전문경영인에게 현장 전권을 맡긴다면 오너나 대주주 등이 굳이 사내이사로 머물 필요가 없다는 시선이다. 실제로 CJ그룹 이재현 회장, KCC정상영 명예회장, 효성그룹 조석래 명예회장,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 등도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신세계측 역시 최근 이 부분에 대해 “대주주가 미등기이사인 이유는 전문경영인(CEO)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2013년부터 이 같은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만일, 이마트가 올해 혁신적인 아이템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성과에 대한 찬사가 전임 이갑수 대표에게 집중 되었을까? 아니면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이유로 외부 인사가 영입되었을 것인지 의문을 자아낸다.

신세계 및 이마트 오너 일가들이 곱씹어 보아야 할 질문이다. 참고로 올해 상반기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로부터 17억여원의 보수를 지급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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