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엄마들, 오염 버거 추가 고발... "맥도날드, 철저한 재수사가 답"
맥키코리아 증인심문 공개재판 현장서...검찰 측 "관리시스템 허점 많아"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맥도날드 햄버거의 위생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이 이른바 '햄버거병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시민단체가 맥도날드의 비위생적인 조리환경을 입증하는 자료들을 쏟아내면서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맥도날드 측은 제보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시각과 의혹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30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재차 위생 문제를 지적받으면서 과거의 논란과 의혹들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맥도날드의 △아이스크림 제조기계 내 미생물·곰팡이 번식 △햄버거 패티 해동, 냉동 반복으로 인한 미생물 번식 등 문제를 제기했고, 같은당 표창원 의원도 햄버거병 논란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했다.

◇ 맥도날드 비위생적 햄버거 조리 사진 34장 제보해...벌레에 덜 익힌 패티?

여기에 최근 시민단체까지 나서 맥도날드 햄버거의 문제점에 기름을 부었다. 29일 오전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앞. 삐에로가면을 쓴 10여 명의 시민단체가 가게 정문 앞을 메웠다. 맥도날드의 캐릭터, 삐에로의 얼굴을 형상화 한 것. '곰팡이 버거 맥도날드 아웃!'이라 적힌 현수막을 든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맥도날드 언더쿡(패티가 덜 익는 현상)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추가로 맥도날드 식품 오염 관련 증거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은 총 34장으로 벌레와 함께 튀겨진 치즈스틱, 덜 익은 상하이스파이스 버거, 곰팡이가 핀 토마토 사진 등을 내걸고 검찰의 재수사가 필요한 근거들을 제시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맥도날드에서 근무하던 내부 제보자들이 정엄마에 총 34장의 사진을 제보했다"며 "3년 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서) 피해아동이 발생했음에도 언더쿡(패티가 덜 익은 현상)문제가 시정되지 않았다. 맥도날드는 항상 제품 수백개를 팔았는데 당신만 피해를 받았다는 식의 주장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맥도날드 매장의 비위생적인 조리 환경에 대한 고발도 잇따랐다. 이중 도드라진 것은 맥도날드 매장 내부의 식기세척기 사진이었다.

장 활동가는 "이 사진을 보면 식기에서 나온 음식물이 그대로 (식기세척기 안에) 있다"며 "여기에 그릇을 놓고 씻으면 당연히 더럽게 씻길 것이다. 오염수로 세척하는 것"이라며 "(식자재의) 유통기한이 넘은 것도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유통기한이 2019년 8월 8일로 적힌 사진 한 장이 결정타였다. 단체는 이 사진이 10월에 촬영된 것으로 유통기한이 지났음에도 식자재가 폐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오염된 식자재를 맥도날드 측이 조리해 팔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장하나 활동가는 "(제보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패티가 덜 익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병이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햄버거병'이란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지칭하는데, 또 다른 이름으로 2016년 9월 맥도날드 해피밀 먹은 후 신장 기능의 90%가 손상되는 등 모든 장기의 기능이 망가졌던 한 피해아동의 사건으로 불거져 통칭돼 왔다. 

이밖에도 아이스크림을 제조하는 곳에서 발견된 곰팡이 사진,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과자의 봉지가 밀봉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 사진 등도 공개됐다. 장하나 활동가는 "사진을 제공한 내부 직원에 따르면, 이 경우 벌레나 이물질이 들어갈 위험이 높다고 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햄버그병 사건 재판 법정.(사진=소비자경제)

◇ 맥키코리아 재수사 착수...공개재판 증인심문 내용에 따르면 "관리시스템 허점 많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지난 25일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의혹 관련 맥도날드와 패티 납품업체 맥키코리아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 같은 날 고발인 측 법률대리인을 소환해 경위를 확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 단독(김태호 부장판사)은 지난 24일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된 맥키코리아 대표 송모씨, 당시 공장장 황모씨, 정모 품질관리팀장 등 사건의 공판을 열었다. 취재진은 이날 공판에서는 진행된 맥키코리아 연구실 전 직원 김 모씨와 생산과장 서모씨에 대한 증인심문을 참관했다. 

김씨는 재판에서 "처음 대장균 검사인 ‘컴포짓 검사’를 통해 양성(세균이 있다는 뜻)이 나올 경우 추가 검사인 ‘배치검사’를 진행한 후 최종적으로 양성인지 음성인지 보고서에 기록해 작성한다"며 "배치검사에 대한 기록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과거에 특정기일의 추가검사를 누가 했는지 등은 알수 없는거 아니냐?"는 검찰의 추궁에 김씨는 "가끔 선임 연구원에게 부탁한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어 생산 과장 서모 씨를 상대로 "마감재고라는 칸이 있는데 이 부분은 직원이 직접 박스를 세어보고 작성하는 건가?”라는 되묻자 “시작재고와 마감재고 모두 원재료를 냉동고에서 냉장고로 옮기는 해동팀에서 계산한대로 받아적는다. 분쇄기 조작 직원은 오직 분쇄기에 들어간 원재료 양만 파악하고 적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럼 원재료가 얼마나 해동됐는지 얼마가 남았는 지 알 수도 없고 오직 사용량 하나만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맥도날드 "사진은 조작된 것" 항변

논란이 일자 맥도날드 측은 시민단체 측이 제시한 제보 사진 일부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정치하는 엄마들 단체는 기계오작동 불고기버거 패티 언더쿡의 증거로 패티 온도가 찍힌 사진을 공개했는데 맥도날드가 이 사진에 나타난 측정법이 일반적이지 못하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맥도날드에 따르면 패티 중심 온도를 측정할 때는 패티의 심부에 온도계를 찔러 넣어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제보 사진의 경우 패티와 패티 사이 측면에 온도계를 대 온도를 재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맥도날드 측은 "조작 또는 의도적인 촬영 정황이 담긴 사진도 있어 제보자의 의도 및 관련 행동에 대해 싶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사의 정상적인 관리자라면 패티 온도 측정의 올바른 절차에 대해 숙지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고의로 촬영한 정황이 유력하다"고 제기했다.

이어 "자사는 식품 안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으며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안전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제보 내용은 절때 발생해서는 안될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국 410여 개 매장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 미진한 사실이 있다면 바로 잡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업계는 맥도날드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의 관련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민단체가 기자회견 현장에서 만난 식품업계 홍보실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만나 "맥도날드는 이번 이슈로 인해 매출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얻었을 것"이라며 "언론과 시민단체의 계속되는 폭로가 소비자들의 불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검찰의 지난 수사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어 재수사가 철저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부디 진실이 들어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내부 제보자가 제보한 사진이 크게 자극적이다. 소비자들의 시선과 사회적 이슈와 논란을 일으킬 만하다"며 "맥도날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하는 엄마들'를 비롯해 맥도날드 사건에 지켜보고 있는 등 시민단체는 지난 1월 맥도날드, 맥키코리아 등을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재고발한 바 있다. 햄버거병 관련 첫 고소는 지난2017년 7월이며 검찰은 지난해 2월 증거 불충분으로 맥도날드 등 관련인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맥도날드 햄버거병은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햄버거병 발병 사례 등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 질타를 받았다. 조 대표는 이어진 사과 요구에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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