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유통채널 전자담배 판매 중지...움직임 심상치 않아
가장 직격타 맞은 쥴랩스코리아...6개월 만에 국내 철수 하나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반박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매장의 담배 판매대 모습으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는 관계없음.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안에 한국전자담배협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 발표 이후 쥴과 전자담배를 취급하는 편의점과 유통업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한국전자담배협회는 25일 입장 자료를 내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을 적극 알리겠다고 했지만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유해성 기준은 궐련형 전자담배와 비교해 액상형 전자담배가 더 유해하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반박했다. 

협회가 이처럼 강하게 항변하는 데에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 의심환자도 퇴원조치 했고 특별한 후유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4년간 900여명의 장기를 손상한 불량 햄버거에 빗대어 “햄버거는 사용 중단 권고를 안할 것인지 보건복지부에 문의한다”고 했다.

미국 중증 폐질환 환자들은 합법적인 전자담배 사용자가 없었다는 점도 정부의 권고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불법 약물을 사용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액상형 전자담배로까지 확대해 무리라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한국에서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에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할 수 없다"며 "법 질서 문제를 액상형 전자담배의 문제로 착각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흡입독성실험(GLP) 테스트 및 ‘장기보존시험데이터’ 등의 엄중한 기준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사실을 내세워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성에 재평가를 요구했다.

◇ 미국 액상담배기업 쥴, 국내 시장 진입 6개월 만에 철수?

액상담배를 주로 취급하는 미국 전자담배 쥴은 정부 사용중단 권고로 국내 시장에 안착하려던 계획을 접고 6개월 만에 철수할 위기에 놓였다. 

정부의 전자담배 사용 중단의 강력한 권고로 이후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잇따라 판매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향후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안을 후속으로 내놓고 사실상 퇴출이 확정되면 쥴은 국내시장에서는 버티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자담배 관련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전자 담배 관련 이렇게 적극적으로 대책안을 내놓을 줄은 몰랐다. 업계는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며 "사실상 쥴의 철수가 국내 전자 담배 업계에는 희소식일 수도 있지만, 대책안이 후속으로 나오고 규제가 더 강화된다는 건 업계에서는 긴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고안이 나오고 난 이후 편의점 GS25와 이마트 등은 전날부터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다. GS25는 전날 전국 가맹점에 보낸 공문을 통해 쥴랩스코리아의 트로피칼ㆍ딜라이트ㆍ크리스프와 KT&G의 시드툰드라 등 총 4종의 가향 액상담배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같은 날 이마트도 가향 액상담배를 판매하는 이마트ㆍ삐에로쑈핑 매장 74곳에서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제품은 비엔토의 아이스망고, 워터멜론 등 7종과 릴렉스의 멍빈아이스, 푸르츠 등 2종이다.

편의점 업계관계자는 "아직 어떤것도 결정된바 없다. 하지만 정부에서 전자 담배의 위해성을 분석해 결과를 도출한다면 당연히 조치에 따라야 할 것"이라며 "이는 완벽히 소비자들을 위함"이라고 말했다.

타 유통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전자담배를 팔지 않겠다는 편의점과 유통채널의 움직임으로 KT&G, JTI코리아 등이 타격을 입겠지만 가장 직격타를 맞을 곳을 당연 쥴랩스코리아다. 쥴은 편의점이 전체 담배 판매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데다 판매 중단에 나선 GS25가 국내 전체 편의점 4만2000개 중 약 1만3000개를 차지할 정도로 편의점업계 최대 업체이기 때문이다.

쥴랩스코리아의 경우 지난 5월 국내에서 쥴을 선보일 당시 소비자들에게 큰 바람을 일으키면서 담배업계에 지각 변동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쥴은 미국 액상담배시장에서 압도적 1위다. 이후 기업 규모도 급상승해 우버, 에어비앤비와 함께 대표적인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됐다. 기업 가치는 한 때 380억 달러(약 42조7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청소년 오남용 문제와 안전성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쥴의 제품을 이용한 이들은 아니지만 최근 8명이 다른 전자담배 제품들을 사용한 결과, 폐질환으로 사망한 경우들이 발생했다. 전자담배를 사용한 이들 중 약 530명이 폐질환을 앓게 되면서 미국 의료당국이 공식적으로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기업가치도 곤두박질쳤다.

쥴랩스코리아 측은 유통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원한다는 입장이다. 쥴랩코리아는 가향 제품이 성인 흡연자들이 일반 담배에서 대안 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소매점을 비롯한 유통과 무역 파트너들과의 협력 관계가 중요함을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유통 라인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로 인해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가 국내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내 유해성분 분석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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