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일까지 현장실사 추진예정…옥포조선소 정문포함 6곳 봉쇄
대우조선 노조·시민단체에 가로막혀 실사 첫 날 4시간 만에 철수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이 대우조선지회 조합원과 현장실사에 대한 협의 실패 후 철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이 대우조선지회 조합원과 현장실사에 대한 협의 실패 후 철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필요한 물적(법인)분할을 마무리함에 따라 3일 대우조선해양의 핵심 생산시설인 거제 옥포조선소의 현장 실사를 시작하려 했지만 대우조선 노조와 지역주민단체가 출입구를 막으며 매각 반대를 외치자 야드에 진입도 못한 채 결국 이날 오후 철수했다.

3일 전국금속노조 산하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에 따르면 회사 측은 지난달 31일 노조에 현대중공업 현장실사에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현대중공업 실사단으로부터 옥포조선소에 대한 현장 실사 요청을 접수받은 사실을 알려왔다”면서 “회사의 조기 정상화 추진을 위해 원활하고 안전한 현장실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명의의 공문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실사단은 3일을 시작으로 14일까지 현충일을 제외한 약 2주 동안 실사를 벌인다. 이 기간 20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이 거제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조선·해양·특수선 현장을 점검하는가 하면, 유형자산을 확인하고 회사 관계자들을 직접 면담한다.

사측은 공문에서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난 3월 8일 현대중공업과 체결한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과 더불어, 당사가 1월 31일 현대중공업과 맺은 신주인수계약에 의거해 회사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실사자료를 제공,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현장방문을 통한 매수자 실사에 협조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면서 노조에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대우조선 노조는 현장 실사를 적극적으로 막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일찌감치 현장실사 저지단을 꾸려 실사 저지훈련을 하고 정문 등 옥포조선소 출입구 6곳을 지키고 있었다.

현대중공업 실사단은 3일 오전 9시께 버스를 타고 옥포조선소 정문을 통해 들어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인수에 반대하는 대우조선 노조와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가 오전 일찍부터 정문 등 옥포조선소 출입구 6곳을 모두 막아 야드 진입이 불가능해 졌다.

확인 결과 실사단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옥포조선소 정문 근처에 도착해 진입을 타진한 지 4시간이 되지 않아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실사단과 대우조선 노조가 진입을 놓고 서로 대치했지만 이 과정에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첫날 실사단이 철수했지만, 현대중공업이 현장 실사를 다시 시도할지, 포기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현장 실사는 현대중공업이 4월 1일부터 시작한 대우조선해양 실사 마지막 절차다. 지난 9주간 문서 실사로 파악한 회사 현황이 맞는지 현장을 보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현장 실사는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회계법인 등 전문가 20여명이 옥포조선소를 찾아 조선, 해양, 특수선 야드에 있는 각종 설비 등 유형자산 현황을 파악하고 선박·해양플랜트 공정률 등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노조와 시민단체가 출입문을 봉쇄해 현장 실사 첫날 야드에 한 발짝도 들이지 못했다.

하태준 대우조선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현대중공업 실사단을 향해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일체 대화는 없다. 더 찾아오지 말라”며 현장실사단 진입 불허를 재확인했다.

신상기 대우조선 노조 지회장은 “현대중공업이 2차, 3차 현장 실사를 시도하면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현장 실사가 인수과정에 꼭 필요한 절차는 아니다. 현장 실사를 하지 않더라도 인수 절차에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아파트, 주택 등 부동산을 매매할 때 매수인과 매도인 간 협의에 따라 매수인이 하자 여부 등 집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와 비슷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인수계약에 실사 절차가 포함돼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영 현대중공업 실사단장(전무)은 옥포조선소를 떠나면서 "노조가 막고 있어 현장 실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돌아가서 대책을 강구해보겠다"고 밝혀 재차 현장실사 시도 여지를 남겼다.

한편 대우조선 노조는 산업은행이 10여년 전 추진한 회사 매각 때에도 인수 후보 4개 기업이 보낸 실사단을 막은 바 있다.

2008년 10월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한 한화,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4개 회사가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현장실사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대우조선 노조가 조선소 출입문과 헬기장 등을 봉쇄해 현장실사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현장 실사 없이 회사 매각이 추진되다 결국 매각 자체가 불발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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