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5%룰(대량보유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에 대한 찬반논란이 재가열하는 양상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막아온 이른바 5%룰(대량보유 공시제도)이 완화될지에 관심이 쏠리면서 재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이어지면서 앞서 보건복지부는 금융위원회에 5%룰 완화를 건의했다. 금융위는 금융연구원의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조만간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특정 기업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해당 기업 지분을 1% 이상 사고 팔 때 5일 내에 금융위와 거래소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다만 기관투자가의 경우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없는’ 단순투자일 경우에는 특례가 인정돼 분기에 한 번씩만 보고하면 된다. 이는 기업과 일반인이 주주 변화를 알 수 있도록 해 투기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지난 1992년 구(舊) 증권거래법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기관투자자들이 5%룰에 따라 지분 보유상황을 상세하게 보고하는 것은 투자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범위가 넓어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5%룰 적용 대상을 ‘기업 지배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로 좁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사 등 임원후보 추천, 대외적 입장표명 등은 단순투자 영역으로 보고 5%룰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 기업 지배권을 위협하는 방향에 가깝다면 기존 공시 등의 의무를 유지해 정당한 기업 경영 방어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는 공청회에서 "5%룰, 불편하면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도 속도조절론을 내세웠다. 

또 "국민연금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자본시장 개입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도 했다. 정 전무는 "5%룰 완화하면 지금껏 제공되고 있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정보의 제공 등이 축소되거나 저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5%룰을 완화하면 주주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는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측면이 높다"며 사례를 설명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경영권’ 용어변경의 필요성도 제안됐다. 이 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상 경영권이란 표현이 보편적 주주들의 기업 의사 결정에 대한 참여 활동까지도 기업 지배권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공격적인 활동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용어를 합리적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공적연금(APG )의 박유경 이사도 “경영권이라는 용어 자체는 개념적 실체가 없는 말”이라며 이 연구위원의 제안에 동의한다“며 “회계에 큰 부정이 있어서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할 시,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경영 참여로 몰고 가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또 “경영권이라는 것은 절대 누구도 넘봐서는 안 되는 신성불가침 권리를 지닌 존재가 있는 것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서는 지배권이라는 용어가 합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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