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살찐고양이법' 국내 첫 사례…상위법 위반 소지
행안부 “지자체 의견 수렴할 것”…긍정적 검토 시사, 전국 확산 기대감

일명 '살찐고양이법' 조례안을 발의한 김문기 부산시의회 의원.
일명 '살찐고양이법' 조례안을 발의한 김문기 부산시의회 의원.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부산지역 지방의회 의원이 발의한 조례 1건이 최근 의결됨에 따라 전국의 지방 공공기관장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상위법 위반 여부로 논란이 된 부산시의 일명 '살찐 고양이 조례'에 대해 전국 지자체의 의견수렴에 나선다. 지방 공기업과 출자기관 임원 급여에 상한선을 두는 이번 조례안의 타당성에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조례안과 충돌하는 상위법령 개정을 통해 '살찐 고양이 조례'가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부산시의회가 지난 8일 의결, 공포한 '부산광역시 공공기관장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에 대해 "전국 자치단체와 전문가 의견 등 각계의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라며 "법률은 시대적 요구에 의해 바뀔 수 있다. (상위법령의) 위법성 여부를 다투기보다는 법률 개정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례안이 임직원 보수격차 해소 문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회적 중지가 모아지면 상위법령인 '지방공기업법'과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지방출자·출연법)'까지도 개정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경영자의 급여가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는 '살찐고양이법'은 탐욕스러운 기업가를 살찐 고양이로 빗대 부르는 데서 착안한 표현이다.

이 ‘살찐고양이법’을 발의한 부산광역시의회 김문기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부산시 산하 지방공공기관들의 성과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산시에서 매년 산하 지방공기업에 지급하는 대행사업비, 출연금이 (공기업의)임금 상승에 따라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부산시 공공기관장 및 임원들의 급여 상승률은 성과와 무관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김문기 의원이 타시도 지방 공공기관장들의 연봉과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연봉을 비교해 본 결과 전국 평균은 1억원이 넘지 않았다. 하지만 부산시는 성과와 상관없이 1억원이 넘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공공기관장 연봉은 1억5000~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원들의 연봉은 전국에서 10위권으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관장 및 임원과 평직원들 사이의 연봉 격차로 인한 괴리는 조직의 사기저하로도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저(低)성과·고(高)임금 연봉’이란 부조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부산광역시 공공기관장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를 발의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지난 3월 최초 발의된 이 조례안은 부산지역 공공기관 임원 보수를 최저임금제와 연계해 기관장은 최저임금의 7배(약 1억4000만원), 임원은 최저임금의 6배(약 1억3000만원)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제처가 이 조례안이 상위 법령인 '지방공기업법'과 '지방출자·출연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해석하면서 추진은 난관에 부딪혔다. 두 법률은 공공기관 임직원에 관한 임면권, 보수 등 결정 권한이 자치단체장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지방의회가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부산시는 이같은 법제처 해석을 근거로 부산시의회가 지난 3월 의결한 조례안에 대해 재심의를 요구했다. 의회는 4월 30일 다시 조례를 의결했고 부산시도 시의회가 법안을 두 번이나 의결한 만큼 조례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5월 8일 의결, 효력이 발생한 이번 조례안은 공공기관 기관장·임원의 급여 상한선을 정한 국내 첫 사례다.

 

조례 발의자인 김문기 의원은 “공공기관장 및 임원 임면권자는 부산시장이다.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 시장 측근을 지방 공공기관장이나 임원으로 임명해 코드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는 데 있다”며 “코드인사다 보니 무능한 사람이 자리에 앉으면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생각에서 발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문기 의원은 “지난 8일 이 조례가 의결, 효력이 발생하자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과 정의당(중앙당)이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며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직접 노고를 치하하는 전화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2016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민간기업의 임

공공기관의 경영정보를 통합해 공개하는 알리오 시스템 첫 화면. 자료=알리오 홈페이지 캡처
공공기관의 경영정보를 통합해 공개하는 알리오 시스템 첫 화면. 자료=알리오 홈페이지 캡처

직원 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 공공기관 임직원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문기 부산시의회 의원은 "조례를 추진할 때부터 울산, 경남, 경기도, 제주도 등에서 문의가 많았다. 조례 통과를 다른 지자체에서 관심 있게 지켜봤을 것"이라며 "전국 시·도 의회에서도 들불처럼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한편 2019년 현재 공공기관은 공기업 36곳, 준정부기관 93곳, 기타공공기관 210곳, 시장형공기업 16곳, 기금관리형공기업 14곳 총 339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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